[내일시론]쏟아진 선심정책, 시장은 혼란스럽다

지역내일 2008-01-10
쏟아진 선심정책, 시장은 혼란스럽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7일간의 정부 각 부처의 공식적인 업무보고가 일단 마무리됐다. 이로써 새 정부의 국정 밑그림을 그릴 기초자료가 거의 마련된 셈이다.
인수위의 의욕이 넘처서일까. 실세를 과시하려 해서일까. 업무보고 과정은 고압적이고 국정감사와 흡사했다는 게 중평이다. 거의 매일 호통소리가 새 나왔다고 한다. 더러는 ‘정책 배신’이 강요되기도 했고 섣부른 정책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기도 했다. 정권교체기에 눈치보기에 바쁜 공무원들이 주눅이 들어 정책 소신을 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말도 들린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비난이 쏟아졌던 5년 전과 닮은 꼴이었다.
그보다 더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인수위의 ‘과욕’과 ‘속도위반’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조율과 선후 선택 과정을 거친 뒤에 발표해야 할 정책들이 인수위에서 쏟아져나와 혼란을 부추기고 시장에 오판을 부를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뒤 조율과정 거쳐 발표해야
인수위는 유류세와 휴대전화 요금을 새 정부 출범 전에라도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신용불량자를 지원하고 사면을 하겠다고 했다. 종부세 완화와 취득세 등록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국민들의 귀가 솔깃할 얘기다. 국민들의 삶이 펴지게 되겠거니 하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를 만하다.
그러나 너무 성급한 약속이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헷갈리게 한다. ‘MB 노믹스’의 기본 철학인 친기업 친시장과도 어긋난다.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이나 원칙과도 배치된다. 그래서 뒷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정책 약속이다.
휴대정화 통화요금이 싸진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와 법을 통해 경쟁체제를 갖춘 상태에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내리는 것이 친시장 친기업 논리와 어울린다. 관련 부처와 기업에 압력을 가해서 내리게 하는 것은 반기업 반시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은 말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사면’ 약속 또한 시장경제의 기본 틀인 신용인프라를 깨는 것이다. ‘따뜻한 시장경제’니 ‘패자부활의 기회제공’ 등 포장은 그럴듯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만연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위험이 높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은 바보로 만들고 빚을 안 갚고 버티는 불량 채무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빚을 갚아주는 꼴이다. 시장이 좋아할 리가 없다.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율을 내리고 법인세를 내리겠다는 약속도 아직 공개하기에는 이르다. 새 정부가 할 일이 많다. 돈 들어갈 사업이 많다. 재정균형도 실현해야 한다. 세금을 줄이면서 많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업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할 형편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조기에 강행할 태세다. 임기 안에 ‘한 건’해서 치적으로 남기겠다는 의도라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반대가 있어도 밀어붙이겠다”는 불도저식 방식에는 아연해지게 된다. 좋은 작품은 반대 쪽 목소리를 많이 담는 데서 나온다. 논란이 높을수록 충분한 검토와 전문가 의견을 귀담아 듣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다.

4월 총선 표심잡기 위한 단기정책은 안된다
‘작고 강한 정부’는 물건너 간듯하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의 윤곽은 통폐합을 통해 부처 수는 줄이되 대부처를 지향하고 공무원 수는 줄이지 않기로 했다. 효율적인 실용정부라고 불린다. 공무원 수가 줄지 않으면 자리 이동만 있을뿐 작은 정부라 할 수 없다. 공무원이 줄지 않고 규제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개 공무원 수와 규제는 비례한다는 게 통설이다. 그래서 경제 살리기의 전제조건인 규제완화도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쏟아낸 정책은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혼선을 부를 수 있다. 정책 기조에 대한 의구심을 자초할 수도 있다. 이런 설익은 정책의 남발이 행여 오는 4월 총선에서의 표심을 잡기 위한 노림수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피어나는 것도 억지 트집잡기 상상이 아니게 들린다.
정책은 기본과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7% 숫자에 얽매이거나 단기 실적 위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건과 환경을 세심히 살피되 무리하여 기대를 너무 부풀려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김진동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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