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예금은 늘고, PB는 펀드 환매에 고민
최근 시중은행들이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주식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져 국제 증시가 급락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일희일비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한편에서는 은행 예금 특별판매가 최근 빠른 속도로 시중의 부동자금을 끌어들이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펀드에 투자한 강남부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이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권 PB들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판, 지난해 하반기 대비 판매 속도 2배 증가 =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실시할 예정이던 ‘고단위플러스 예금’ 특판을 21일 한도 소진에 따라 조기 마감했다.
지난해 8월 9일부터 9월 30일까지 실시한 특판에서는 1조9000억원이 팔려 영업일당 575억원,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말까지는 영업일당 1173억원(총 판매액 2조7000억원)을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총 3조500억원이 판매된 이번 특판에서는 영업일당 2000억원 이상을 판 셈이다.
일찌감치 올해 첫 특판을 마감한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20일부터 9월 19일까지 실시한 특판에서는 1조1000억원을 판매, 영업일당 458억원 판매에 그쳤으며 지난해 10월 8일부터 11월 26일까지 실시한 특판에서도 1조7000억원 36영업일간 1조7000억원이 판매돼 영업일당 472억원을 판매했다.
하지만 올해 2일부터 시작한 골드마우스 정기예금 특판은 6영업일 만에 5000억원의 한도를 모두 소진해 영업일당 판매량이 833억원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외환은행 역시 지난 2일부터 1조원 한도로 시작했던 ‘YES큰기쁨예금’을 15일 만에 다 팔아치웠다.
지난해 7월 1일 1조원 한도로 시작했던 특판예금 판매에는 4개월이 걸렸고 11월 6일 역시 1조원 한도로 시작했던 특판의 경우 한도 소진에 한 달 반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특판이 끝난 셈이다.
수협의 경우 지난해 10월 4일부터 3000억원 특판을 실시했으나 연말까지 한도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실시한 특판은 15일만에 모두 2000억원 한도가 소진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1000억원을 추가 편성한 상황이다.
◆강남부자.PB 모두 불안 = 이와 달리 강남부자들의 경우 웬만한 주가 조정에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까지 떨어지는 등 증시가 급락하면서 심상치 않게 느끼는 분위기라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이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권 PB들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일단 기다려보는 것 이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PB팀장은 이날 “주가가 예상한 행로를 벗어나자 강남 부자 고객들도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일부 고객은 ‘무조건 기다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부화뇌동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조정을 덜 받은 에너지, 유가 등 자원 관련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김창수 PB팀장은 고객 뿐 아니라 PB들도 고민에 빠진 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그동안 17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고 참아왔는데 이것마저 무너져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매는 이미 늦어, 기다리는 게 상책” = PB들은 수익률 급락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펀드를 환매하기는 이미 늦었다”면서 “당분간 기다려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박승안 우리은행 역삼투체어스 PB팀장은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상황은 아니다”며 “여윳돈이 있는 고객들에게는 1년짜리 고금리 단기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에 돈을 넣어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철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오는 31일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당장 주가가 반등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습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고전하고 있는 중국펀드의 수익률 역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글로벌 유동성은 결국 중국 등 신흥시장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창수 팀장은 “증시 조정의 진폭은 크지만 1분기에는 끝날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2분기가 되면 손실 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들은 추가 투자를 멈추고, 새로운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자산에 돈을 넣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최근 시중은행들이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주식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져 국제 증시가 급락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일희일비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한편에서는 은행 예금 특별판매가 최근 빠른 속도로 시중의 부동자금을 끌어들이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펀드에 투자한 강남부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이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권 PB들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판, 지난해 하반기 대비 판매 속도 2배 증가 =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실시할 예정이던 ‘고단위플러스 예금’ 특판을 21일 한도 소진에 따라 조기 마감했다.
지난해 8월 9일부터 9월 30일까지 실시한 특판에서는 1조9000억원이 팔려 영업일당 575억원,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말까지는 영업일당 1173억원(총 판매액 2조7000억원)을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총 3조500억원이 판매된 이번 특판에서는 영업일당 2000억원 이상을 판 셈이다.
일찌감치 올해 첫 특판을 마감한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20일부터 9월 19일까지 실시한 특판에서는 1조1000억원을 판매, 영업일당 458억원 판매에 그쳤으며 지난해 10월 8일부터 11월 26일까지 실시한 특판에서도 1조7000억원 36영업일간 1조7000억원이 판매돼 영업일당 472억원을 판매했다.
하지만 올해 2일부터 시작한 골드마우스 정기예금 특판은 6영업일 만에 5000억원의 한도를 모두 소진해 영업일당 판매량이 833억원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외환은행 역시 지난 2일부터 1조원 한도로 시작했던 ‘YES큰기쁨예금’을 15일 만에 다 팔아치웠다.
지난해 7월 1일 1조원 한도로 시작했던 특판예금 판매에는 4개월이 걸렸고 11월 6일 역시 1조원 한도로 시작했던 특판의 경우 한도 소진에 한 달 반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특판이 끝난 셈이다.
수협의 경우 지난해 10월 4일부터 3000억원 특판을 실시했으나 연말까지 한도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실시한 특판은 15일만에 모두 2000억원 한도가 소진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1000억원을 추가 편성한 상황이다.
◆강남부자.PB 모두 불안 = 이와 달리 강남부자들의 경우 웬만한 주가 조정에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까지 떨어지는 등 증시가 급락하면서 심상치 않게 느끼는 분위기라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이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권 PB들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일단 기다려보는 것 이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PB팀장은 이날 “주가가 예상한 행로를 벗어나자 강남 부자 고객들도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일부 고객은 ‘무조건 기다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부화뇌동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조정을 덜 받은 에너지, 유가 등 자원 관련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김창수 PB팀장은 고객 뿐 아니라 PB들도 고민에 빠진 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그동안 17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고 참아왔는데 이것마저 무너져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매는 이미 늦어, 기다리는 게 상책” = PB들은 수익률 급락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펀드를 환매하기는 이미 늦었다”면서 “당분간 기다려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박승안 우리은행 역삼투체어스 PB팀장은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상황은 아니다”며 “여윳돈이 있는 고객들에게는 1년짜리 고금리 단기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에 돈을 넣어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철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오는 31일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당장 주가가 반등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습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고전하고 있는 중국펀드의 수익률 역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글로벌 유동성은 결국 중국 등 신흥시장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창수 팀장은 “증시 조정의 진폭은 크지만 1분기에는 끝날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2분기가 되면 손실 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들은 추가 투자를 멈추고, 새로운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자산에 돈을 넣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