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농가에 뿌릴 양 부족해 걱정” … 해양배출 중단 성공
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부·농촌진흥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축산분뇨 해결책을 촉구했다.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전면금지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뇨처리 방법을 시급히 찾지 못하면 잉여분뇨 처리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내일신문은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해 스스로 해법을 찾고 있는 농업현장의 모습을 살펴본다.
지난해 11월 20일, 이철호(54) 파주·연천축산업협동조합장은 ‘가축분뇨 해양 배출 중단 성공’을 선언했다.
지난해 4월 1일 이후 파주지역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해양에 버리는 행위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퇴비나 액비(액체비료)로 만들어 쌀 콩 등을 재배하는 경종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사료를 먹고 자라는 가축의 배설물을 비료로 만들어 다시 작물에 공급하는 ‘자연순환농업’이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최초 ‘축산·경종 협력’ = 파주·연천축협은 2005년 4600톤, 2007년 2000톤, 2007년 3월까지 330톤을 끝으로 파주지역 축산분뇨 해양배출을 끝냈다. 축협에 가입하지 않은 축산농가에서 일부 해양배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2007년 160톤)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주지역이 해양배출 중단에 성공한 이유는 자연순환농업 정착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냄새가 나지 않는 액비를 만들어 민원을 제거했다. 이 조합장은 “파주지역은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이라서 축산분뇨 냄새가 나면 민원에 시달려 견디기 어렵다”며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취발효액비를 만들어 아파트 앞에서 살포하는 시범을 보였다”고 밝혔다.
‘냄새가 안나는 액비’는 작물생장기인 여름철 액비살포도 가능하게 했다. 박재환(51) 축협 팀장은 “자연순환농업 성공을 위해선 사계절 액비살포가 가능해야 하는데 냄새를 제거하는 일은 그 기본”이라고 말했다. 축협은 비료전문가인 박 팀장을 영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둘째, 파주시와 작물재배농가에서 자연순환농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탄현농협은 지난 2005년 파주연천축협과 ‘자연순환농업 확산을 위한 농·축협 협약’을 맺었다. 축산농가에서 만든 퇴·액비를 비료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협약은 축산분뇨 해결에 골치를 앓고 있던 전국 축산농가와 정부에게 희망을 줬다. 농협중앙회는 이 사례를 적용해 전국 31곳 농·축협 협약을 체결했다.
◆액비사용한 작물 수확량·품질 향상 = 파주시도 자연순환농업에 적극 나섰다. 지난 2006년 2월 파주시에서 주도해 파주·연천축협 그리고 파주지역 전체 농협과 농업인단체가 참여한 ‘파주시 자연순환농업추진협의회’를 만들었다.
지역협의체 활동을 통해 자연순환농업은 파주지역에 급속히 확산됐다. 파주지역 액비 살포면적은 지난 2005년 414ha에서 2006년 563ha, 2007년 1000ha로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파주시를 ‘자연순환농업추진 우수 지자체’로 선정하고 5억원의 상금을 전달했다. 시는 상금으로 축산농가에 무취액비발효시설을 지원했다.
셋째, 액비생산 유통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였다. 축협은 파주시농업기술센터와 기술협력을 통해 축산농가에 방치된 분뇨저장조의 생산성을 높였다.
간단한 폭기장치와 미생물 투입이 새로운 기술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값싼 비용으로 무취발효액비를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축산농가의 참여가 늘었다.
작물재배농가는 좋은 액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벼농사를 하는 김상동 파주시 법흥1리 이장은 “액비사용으로 10a당 3만6000~3만7000원 정도 영농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파주지역 특산물인 장단콩재배 작목반도 액비사용으로 수확량 확대와 품질 향상 효과를 보고 있다. 문효배 장단콩작목반연합회장은 “콩깍지 하나에 콩이 세 알 나오면 잘 키운 것인데 액비 사용 후 이런 경우가 늘었다”며 “2006년에 실험한 결과 액비사용으로 콩 수확량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품질도 좋아져 한 눈에 알아볼 정도로 콩에 광택이 나고 이전보다 더 빨리 팔린다”고 덧붙였다.
이철호 조합장은 “올해는 연천지역 장단콩작목반에서 액비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며 “경종농가에서 요구하는 액비수량을 따라가기 힘들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파주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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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부·농촌진흥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축산분뇨 해결책을 촉구했다.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전면금지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뇨처리 방법을 시급히 찾지 못하면 잉여분뇨 처리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내일신문은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해 스스로 해법을 찾고 있는 농업현장의 모습을 살펴본다.
지난해 11월 20일, 이철호(54) 파주·연천축산업협동조합장은 ‘가축분뇨 해양 배출 중단 성공’을 선언했다.
지난해 4월 1일 이후 파주지역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해양에 버리는 행위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퇴비나 액비(액체비료)로 만들어 쌀 콩 등을 재배하는 경종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사료를 먹고 자라는 가축의 배설물을 비료로 만들어 다시 작물에 공급하는 ‘자연순환농업’이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최초 ‘축산·경종 협력’ = 파주·연천축협은 2005년 4600톤, 2007년 2000톤, 2007년 3월까지 330톤을 끝으로 파주지역 축산분뇨 해양배출을 끝냈다. 축협에 가입하지 않은 축산농가에서 일부 해양배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2007년 160톤)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주지역이 해양배출 중단에 성공한 이유는 자연순환농업 정착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냄새가 나지 않는 액비를 만들어 민원을 제거했다. 이 조합장은 “파주지역은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이라서 축산분뇨 냄새가 나면 민원에 시달려 견디기 어렵다”며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취발효액비를 만들어 아파트 앞에서 살포하는 시범을 보였다”고 밝혔다.
‘냄새가 안나는 액비’는 작물생장기인 여름철 액비살포도 가능하게 했다. 박재환(51) 축협 팀장은 “자연순환농업 성공을 위해선 사계절 액비살포가 가능해야 하는데 냄새를 제거하는 일은 그 기본”이라고 말했다. 축협은 비료전문가인 박 팀장을 영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둘째, 파주시와 작물재배농가에서 자연순환농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탄현농협은 지난 2005년 파주연천축협과 ‘자연순환농업 확산을 위한 농·축협 협약’을 맺었다. 축산농가에서 만든 퇴·액비를 비료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협약은 축산분뇨 해결에 골치를 앓고 있던 전국 축산농가와 정부에게 희망을 줬다. 농협중앙회는 이 사례를 적용해 전국 31곳 농·축협 협약을 체결했다.
◆액비사용한 작물 수확량·품질 향상 = 파주시도 자연순환농업에 적극 나섰다. 지난 2006년 2월 파주시에서 주도해 파주·연천축협 그리고 파주지역 전체 농협과 농업인단체가 참여한 ‘파주시 자연순환농업추진협의회’를 만들었다.
지역협의체 활동을 통해 자연순환농업은 파주지역에 급속히 확산됐다. 파주지역 액비 살포면적은 지난 2005년 414ha에서 2006년 563ha, 2007년 1000ha로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파주시를 ‘자연순환농업추진 우수 지자체’로 선정하고 5억원의 상금을 전달했다. 시는 상금으로 축산농가에 무취액비발효시설을 지원했다.
셋째, 액비생산 유통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였다. 축협은 파주시농업기술센터와 기술협력을 통해 축산농가에 방치된 분뇨저장조의 생산성을 높였다.
간단한 폭기장치와 미생물 투입이 새로운 기술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값싼 비용으로 무취발효액비를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축산농가의 참여가 늘었다.
작물재배농가는 좋은 액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벼농사를 하는 김상동 파주시 법흥1리 이장은 “액비사용으로 10a당 3만6000~3만7000원 정도 영농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파주지역 특산물인 장단콩재배 작목반도 액비사용으로 수확량 확대와 품질 향상 효과를 보고 있다. 문효배 장단콩작목반연합회장은 “콩깍지 하나에 콩이 세 알 나오면 잘 키운 것인데 액비 사용 후 이런 경우가 늘었다”며 “2006년에 실험한 결과 액비사용으로 콩 수확량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품질도 좋아져 한 눈에 알아볼 정도로 콩에 광택이 나고 이전보다 더 빨리 팔린다”고 덧붙였다.
이철호 조합장은 “올해는 연천지역 장단콩작목반에서 액비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며 “경종농가에서 요구하는 액비수량을 따라가기 힘들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파주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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