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대통령의 길
퇴임을 앞두고 힘이 빠진 대통령을 ‘레임덕’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개월은 레임덕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의 이목은 또 하나의 퇴임 대통령, 즉 러시아의 푸틴에 쏠려 있다. 푸틴은 내년 3월 실시되는 대선에서 선출될 신임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물러나야 한다. 헌법에 의해 3선연임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를 레임덕이라고 부를 수가 없게 됐다.
푸틴은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권력을 놓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합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고 온갖 수를 쓰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지난 2일 실시된 국회의원선거에서 그의 영향아래 있는 집권여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하였다. 집권여당은 개헌선을 확보할 만큼 압승했다.
장차 러시아의 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아는 사람은 푸틴 한사람뿐인 것 같다. 그는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당선’의 집권당 후보로 심복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수상을 사실상 지명했다. 대선 이후 러시아 권력이동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메드베데프가 푸틴을 총리로 임명하고 두마(러시아 의회)를 통해 총리에게 내각책임제하의 총리권력에 상응하는 막강한 권력을 부여할 모양이다. 총리가 대통령보다 더 높은 권력을 행사하는 희한한 정치를 러시아에서 보게 될 듯싶다. 동서양의 옛 국가에서 경험했던 일종의 대섭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러시아의 경제를 일으키고 국민적 신뢰를 쌓아 인기가 높지만 그의 권력연장 욕심은 러시아의 민주주의 제도를 후퇴시키고 불행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정치와 비교해보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권력이양 측면에서는 얼마나 선진화했는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바로 민주주의 발전의 척도라는 역설이 성립된다.
어제 이명박씨가 17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레임덕 대통령이 됐다. 그는 남은 임기동안 최소한 국정관리로 만족해야 하며 청와대를 비워주기 위해 가장 허탈한 이사준비를 해야 한다.
노대통령은 김해시 고향 마을에 은퇴 후 살 저택을 짓고 있다고 한다. 아직 환갑을 조금 넘긴 그가 고향마을에 눌러 앉아 진짜 은퇴자의 생활을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소문으로는 청와대를 떠난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정치적 행보를 할 것이라는 말이 더러 있었지만, 확인도 안됐고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그게 쉽지도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노대통령은 자신의 갈 길을 ‘자유인’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통령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직 대통령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없다. 국회의원이나 총리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최고 권좌에 앉았던 사람으로서 공사(公私)의 직책을 갖는 것은 체통에도 안 맞고 국민정서로도 용인되지 않은 일이다.
퇴임 대통령은 퇴임대통령일 뿐이다, 헌정 60년의 얼룩진 권력변천사를 경험하면서 형성된 민주주의 전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대통령의 활동과 동정은 국민적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얼마 전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언행을 지켜보며 국민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일생을 권력을 추구하며 살았고 그 정점에 앉아봤으면 됐지 무슨 여한이 남아 편을 갈라 응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활동은 개인의 인생관에 따른 것이지만 어쩌면 그 나라의 품격 그 자체이다. 오래전 프랑스의 지스탱 대통령은 은퇴 후 시골도시 시장으로 취임했다. 세상 사람들은 그걸 보고 권력욕이라고 보기 보다는 소박한 봉사정신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미국의 카터대통령은 ‘실패한 현직 성공한 현직’으로 통한다. 그는 세계를 상대로 봉사활동을 벌이며 때론 위기의 해결사로 나선다. 클린턴은 환경운동에 눈을 돌린다. 그러나 아내 힐러리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인들은 역사상 경험하지 못했던 섭정체제를 보며 푸틴과 대비시킬지도 모른다. 러시아에서는 실패한 정치인으로 평가절하 되어있지만 고르바초프도 말년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대열에 서고 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4명이다. 영욕의 일생을 산 영웅들이다. 모두가 권력욕의 화신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들은 퇴직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록 퇴임대통령이라 하지만 영향력은 작지 않다. 더구나 그들이 정파와 정치이슈의 권력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에 봉사하려 했다면 그 힘은 참으로 컸을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더욱 그렇다.
나라안팎에서 우리의 전직 대통령이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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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두고 힘이 빠진 대통령을 ‘레임덕’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개월은 레임덕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의 이목은 또 하나의 퇴임 대통령, 즉 러시아의 푸틴에 쏠려 있다. 푸틴은 내년 3월 실시되는 대선에서 선출될 신임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물러나야 한다. 헌법에 의해 3선연임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를 레임덕이라고 부를 수가 없게 됐다.
푸틴은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권력을 놓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합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고 온갖 수를 쓰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지난 2일 실시된 국회의원선거에서 그의 영향아래 있는 집권여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하였다. 집권여당은 개헌선을 확보할 만큼 압승했다.
장차 러시아의 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아는 사람은 푸틴 한사람뿐인 것 같다. 그는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당선’의 집권당 후보로 심복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수상을 사실상 지명했다. 대선 이후 러시아 권력이동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메드베데프가 푸틴을 총리로 임명하고 두마(러시아 의회)를 통해 총리에게 내각책임제하의 총리권력에 상응하는 막강한 권력을 부여할 모양이다. 총리가 대통령보다 더 높은 권력을 행사하는 희한한 정치를 러시아에서 보게 될 듯싶다. 동서양의 옛 국가에서 경험했던 일종의 대섭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러시아의 경제를 일으키고 국민적 신뢰를 쌓아 인기가 높지만 그의 권력연장 욕심은 러시아의 민주주의 제도를 후퇴시키고 불행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정치와 비교해보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권력이양 측면에서는 얼마나 선진화했는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바로 민주주의 발전의 척도라는 역설이 성립된다.
어제 이명박씨가 17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레임덕 대통령이 됐다. 그는 남은 임기동안 최소한 국정관리로 만족해야 하며 청와대를 비워주기 위해 가장 허탈한 이사준비를 해야 한다.
노대통령은 김해시 고향 마을에 은퇴 후 살 저택을 짓고 있다고 한다. 아직 환갑을 조금 넘긴 그가 고향마을에 눌러 앉아 진짜 은퇴자의 생활을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소문으로는 청와대를 떠난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정치적 행보를 할 것이라는 말이 더러 있었지만, 확인도 안됐고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그게 쉽지도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노대통령은 자신의 갈 길을 ‘자유인’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통령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직 대통령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없다. 국회의원이나 총리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최고 권좌에 앉았던 사람으로서 공사(公私)의 직책을 갖는 것은 체통에도 안 맞고 국민정서로도 용인되지 않은 일이다.
퇴임 대통령은 퇴임대통령일 뿐이다, 헌정 60년의 얼룩진 권력변천사를 경험하면서 형성된 민주주의 전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대통령의 활동과 동정은 국민적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얼마 전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언행을 지켜보며 국민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일생을 권력을 추구하며 살았고 그 정점에 앉아봤으면 됐지 무슨 여한이 남아 편을 갈라 응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활동은 개인의 인생관에 따른 것이지만 어쩌면 그 나라의 품격 그 자체이다. 오래전 프랑스의 지스탱 대통령은 은퇴 후 시골도시 시장으로 취임했다. 세상 사람들은 그걸 보고 권력욕이라고 보기 보다는 소박한 봉사정신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미국의 카터대통령은 ‘실패한 현직 성공한 현직’으로 통한다. 그는 세계를 상대로 봉사활동을 벌이며 때론 위기의 해결사로 나선다. 클린턴은 환경운동에 눈을 돌린다. 그러나 아내 힐러리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인들은 역사상 경험하지 못했던 섭정체제를 보며 푸틴과 대비시킬지도 모른다. 러시아에서는 실패한 정치인으로 평가절하 되어있지만 고르바초프도 말년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대열에 서고 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4명이다. 영욕의 일생을 산 영웅들이다. 모두가 권력욕의 화신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들은 퇴직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록 퇴임대통령이라 하지만 영향력은 작지 않다. 더구나 그들이 정파와 정치이슈의 권력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에 봉사하려 했다면 그 힘은 참으로 컸을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더욱 그렇다.
나라안팎에서 우리의 전직 대통령이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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