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도입했지만 본질은 ‘낙점’
새정부 물갈이 예고 … 낙하산 보은인사 구태 극복할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 이미 ‘줄대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른바 ‘10년만의 정권교체’인 데다 청와대와 정부, 주요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빈자리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다. 참여정부 5년간 ‘인사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높은 도덕성과 능력을 요구하게 됐다. 위장전입 문제로 이기준·이헌재 전 부총리가 낙마하고 논문표절시비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옷을 벗어야 했다. 이 당선자 자신의 ‘위장전입’ 문제나 ‘탈세’ 문제가 인재를 기용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야당시절 한나라당이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비판해온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추천과 검증 분리 = 사단장급 한 장군은 어느날 청와대 호출을 받았다. 진급 전 인사추천회의에서 ‘면접심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 인사는 “장교 임명후 면접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어떤 인사는 청와대측이 “기관장 임명을 위해 재산내역 조사에 동의하겠냐”고 물어와 부담스러워 포기하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밀실·정실인사를 없앤다는 취지로 ‘시스템 인사’를 도입했다. 핵심은 추천과 검증을 제도화하고 분리한 것. 추천은 인사수석실, 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다. 기본적인 추천과 검증을 거친 후보자를 대상으로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 압축, 대통령 최종 재가를 받는 식이다.
몇 차례 인사파문을 겪으면서 검증은 더 엄격해졌다. 사소한 음주운전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돼버렸다. 청와대는 2003년 3월부터 2006년 1월까지만 병역기피,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검증에 걸려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190여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직접 관리·검증하는 직위는 행정부와 헌법기관의 정무직, 정부산하기관 임원, 행정부처 고위공무원 등 3500여개에 이른다.
법과 제도도 대폭 강화됐다. 2003년 1월 이른바 ‘빅4’인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같은 해 말 정부산하기관에 민간위원이 과반수 참여하는 기관장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2005년 6월에는 군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도 청와대 인사검증 대상에 포함시켰다.
같은 해 7월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들로 확대됐다. 이기준 파문에 따른 것이다.
◆절차만 남고 퇴색된 시스템인사 =
참여정부 시스템 인사의 맹점은 절차와 형식은 그럴 듯하지만 내용은 여전히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형식은 시스템인사 지만 사실상 ‘낙점’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도운 모 정치인이 공기업 사장에 도전했지만 이미 수개월 전 실세 의원에 의해 정해진 내정자에 밀린 것과 비슷한 사례는 많다. 과거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낙점인사가 부딪쳐 참석자들끼리 언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나마 절차도 뒤로 올수록 퇴색됐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시스템 인사 모범사례로 이용섭 건교부 장관 발탁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적소적재’ 즉 그 자리에 맞는 능력있는 사람을 기용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은 이를 대표적인 ‘낙하산·보은인사’로 성토했다. 실제 이 장관이 행자부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건교부로 옮긴 것은 지방선거 낙선자인 박명재 장관을 배려한 것이었다.
결국 참여정부 시스템 인사를 관통하는 대원칙은 ‘대통령과의 인연’이었다. 주요 장관들은 선거출마자나 예정자로 채워졌고 공기업 임원 자리는 청와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람들로 붐볐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2006년 8월 방송의 날 회견에서 “능력 없는 사람은 가까워도 쓰지 못하지만 능력 있으면 정치적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천정부, 참여정부 반면교사해야 =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좋은 인사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너희들끼리 다해먹는다’고 비판해왔다. 10년만에 정권교체가 가져올 인사태풍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당선자 캠프에선 ‘조금이라도 참여정부 물에 튄 사람은 배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당선자 주변엔 권력과 자리에 굶주린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자칫 능력 보다 나눠먹기식 인사가 될 소지가 많다. 낙하산 보은인사라는 구태도 반복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 당선자 역시 민심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권 유산이라해도 좋은 점은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실천정부’가 참여정부를 얼마나 반면교사할 지 주목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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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물갈이 예고 … 낙하산 보은인사 구태 극복할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 이미 ‘줄대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른바 ‘10년만의 정권교체’인 데다 청와대와 정부, 주요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빈자리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다. 참여정부 5년간 ‘인사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높은 도덕성과 능력을 요구하게 됐다. 위장전입 문제로 이기준·이헌재 전 부총리가 낙마하고 논문표절시비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옷을 벗어야 했다. 이 당선자 자신의 ‘위장전입’ 문제나 ‘탈세’ 문제가 인재를 기용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야당시절 한나라당이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비판해온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추천과 검증 분리 = 사단장급 한 장군은 어느날 청와대 호출을 받았다. 진급 전 인사추천회의에서 ‘면접심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 인사는 “장교 임명후 면접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어떤 인사는 청와대측이 “기관장 임명을 위해 재산내역 조사에 동의하겠냐”고 물어와 부담스러워 포기하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밀실·정실인사를 없앤다는 취지로 ‘시스템 인사’를 도입했다. 핵심은 추천과 검증을 제도화하고 분리한 것. 추천은 인사수석실, 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다. 기본적인 추천과 검증을 거친 후보자를 대상으로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 압축, 대통령 최종 재가를 받는 식이다.
몇 차례 인사파문을 겪으면서 검증은 더 엄격해졌다. 사소한 음주운전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돼버렸다. 청와대는 2003년 3월부터 2006년 1월까지만 병역기피,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검증에 걸려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190여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직접 관리·검증하는 직위는 행정부와 헌법기관의 정무직, 정부산하기관 임원, 행정부처 고위공무원 등 3500여개에 이른다.
법과 제도도 대폭 강화됐다. 2003년 1월 이른바 ‘빅4’인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같은 해 말 정부산하기관에 민간위원이 과반수 참여하는 기관장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2005년 6월에는 군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도 청와대 인사검증 대상에 포함시켰다.
같은 해 7월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들로 확대됐다. 이기준 파문에 따른 것이다.
◆절차만 남고 퇴색된 시스템인사 =
참여정부 시스템 인사의 맹점은 절차와 형식은 그럴 듯하지만 내용은 여전히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형식은 시스템인사 지만 사실상 ‘낙점’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도운 모 정치인이 공기업 사장에 도전했지만 이미 수개월 전 실세 의원에 의해 정해진 내정자에 밀린 것과 비슷한 사례는 많다. 과거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낙점인사가 부딪쳐 참석자들끼리 언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나마 절차도 뒤로 올수록 퇴색됐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시스템 인사 모범사례로 이용섭 건교부 장관 발탁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적소적재’ 즉 그 자리에 맞는 능력있는 사람을 기용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은 이를 대표적인 ‘낙하산·보은인사’로 성토했다. 실제 이 장관이 행자부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건교부로 옮긴 것은 지방선거 낙선자인 박명재 장관을 배려한 것이었다.
결국 참여정부 시스템 인사를 관통하는 대원칙은 ‘대통령과의 인연’이었다. 주요 장관들은 선거출마자나 예정자로 채워졌고 공기업 임원 자리는 청와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람들로 붐볐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2006년 8월 방송의 날 회견에서 “능력 없는 사람은 가까워도 쓰지 못하지만 능력 있으면 정치적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천정부, 참여정부 반면교사해야 =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좋은 인사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너희들끼리 다해먹는다’고 비판해왔다. 10년만에 정권교체가 가져올 인사태풍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당선자 캠프에선 ‘조금이라도 참여정부 물에 튄 사람은 배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당선자 주변엔 권력과 자리에 굶주린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자칫 능력 보다 나눠먹기식 인사가 될 소지가 많다. 낙하산 보은인사라는 구태도 반복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 당선자 역시 민심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권 유산이라해도 좋은 점은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실천정부’가 참여정부를 얼마나 반면교사할 지 주목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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