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목조건축물 내부화재에 무방비
봉정사 극락전•부석사 무량수전 등 … 산불대응 수준에 그쳐
전국에 산재한 각종 목조문화재의 화재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작성한 방재 매뉴얼이 산불이나 자연재해 중심으로 짜여진 데다가 현재 갖추고 있는 소방시설도 숭례문 사건처럼 내부 화재나 방화에 대해서는 무방비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천영세 의원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보존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재난대응 준비태세에 대한 점검을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이 전국 주요 문화재를 조사한 결과 보물 1호인 서울 흥인지문에는 소화기 10대와 상수도 2개만이 있고 보물 583호인 전주 객사에는 소화기 10대만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목조문화재 기초 소화시설만 비치 =
전주 객사처럼 소화전이나 상수도, 스프링클러, 경보시설 등이 없고 소화기만 비치된 문화재는 △율곡사 대웅전(보물 374호) △무첨당(보물 411호) △숭렬당(보물 521호) △예천권씨 종가별당(보물 457호) △향단(보물 412호) △서울 사직단 정문(보물 177호) △안동 소호헌(보물 475호) △개목사 원통전(보물 242호) △능가사 대웅전(보물 1307호) △대적사 극락전(보물 836호) 등 10곳에 달한다.
강릉 객사문(국보 51호)과 강릉 해운정(보물 183호), 피향정(보물 289호)에는 단 하나의 소화시설 없이 상수도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릉 객사문은 고려시대에 지은 강릉 객사의 정문으로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과 함께 몇 남지 않은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이다.
천 의원이 조사한 100개 주요 문화재 중 스프링클러 시설이 있는 곳은 △통영 세병관(국보 305호) △강릉 오죽헌(보물 165호) △서울 문묘(보물 141호) △장수향교 대성전(보물 272호) 등 27개소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사찰이 중심이고 사원이나 일반유적 등 일반 목조문화재는 3~4곳에 불과했다.
화재경보설비인 수신기와 발신기, 감지기 중 하나라도 갖춘 곳은 △도산서원(사적 170호) △소수서원(사적 55호) △밀양 영남루(보물 147호) 등 34곳 정도다.
이 중 수신기와 발신기 감지기를 모두 갖춘 곳은 △나주 불회사 대웅전(보물 1310호)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291호) △법주사(국보 55호 법주사팔상전, 국보 5호 쌍사자석등, 국보 64호 석련지 등 보유) △불갑사 대웅전(보물 830호) 등 10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모두 불교 사찰이다.
◆전국 사찰 화재대응능력은 ‘양’ =
2005년 낙산사가 산불로 전소된 후 2006년 조계종 총무원은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황조사 결과 보존가치가 높은 불교 사찰의 방재시설은 90점 만점에 56.7점에 불과했다. 천황사와 개목사는 각각 30점과 25점으로 각종 화재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할 정도였다. ‘수우미양가’ 중 ‘가’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문화재인 봉정사 극락전은 통일신라시대 건축양식을 본받고 있는 고려시대 건축물로 국보 15호이지만 조계종 자체조사 결과 평점 47.5점을 받았다.
봉정사 내에는 국내 최고 목조건축물인 극락전 외에도 보물인 대웅전, 화엄강당, 고금당을 비롯, 모두 10개의 문화재가 있어 사찰 전체가 문화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웅전과 극락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농업용 살수장치로 실제 화재 발생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부석사의 경우 국보급 지정문화재가 5개, 보물급 문화재 4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성 때문에 항시 관리 인원이 배치돼 있지만 일부 소화전의 위치 선정이 잘못돼 있고 소방차량 진입로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려 충렬왕때 지어진 충남 예산의 수덕사의 경우도 내부 화재에 무기력한 상황이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 내부에는 괘불과 삼세불이 같이 보관돼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5점이나 있으나 화재감지기 없이 감시 인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소화전이 부족하고 사찰 주변에는 수목이 무성해 산불 발생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 강원 양양군 낙산사 화재 이후 목조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부터 1차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수막 설비와 경보시설 등이 설치됐다. 숭례문은 우선 구축 대상인 중요 목조 문화재 124개에 포함됐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도심지 한복판에 있어 화재 진화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방재시스템은 산불이나 외부 화재 중심으로 짜여져 방화나 전기 누전과 같은 내부화재에는 속수무책이다.
◆내부화재시 진화 매뉴얼 없어 =
조계종총무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문화재 사찰 화재 10건 가운데 산불에 의한 화재는 3건(양주 회암사지, 양양 낙산사, 영동 영국사)에 불과한 반면, 촛불(예천 용문사)이나 연등(화순 쌍봉사), 전기누전(문경 김룡사, 원주 구룡사, 김제 흥복사, 서울 봉은사), 방화(김제 금산사) 등으로 인해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가 7건이나 된다.
건물 내부에서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건축물 외부에 수막을 형성하거나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도 제대로 진압하기가 힘들다.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건축사) 교수는 “숭례문의 경우 서까래 위 적심부에서 불이 번졌는데 설사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렸다고 해도 진화가 불가능하다”며 “불은 위로 번지는데 반해 스프링클러의 물은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얼문화유산연구원 양윤식(공학박사) 원장은 “목조건축물 내부 화재시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청이나 벽화, 탱화 등을 훼손하지 않고 불을 끌 수 있는 청정소화기를 적극 도입하는 등 ‘목조문화재 진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심부 위에 소화관 가설해야” =
이번 숭례문 화재처럼 적심부에 불이 옮겨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심부 위에는 강회다짐층과 기와층이 있어 건물 외부에 아무리 많은 물을 뿌려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아래에서도 효과적인 진화가 불가능하다. 서까래 위를 덮는 ‘개판’이 있어 물이 적심부까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명지대 건축학과 김홍식 교수는 “주요 목조건축물 적심부 위에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유공관(구멍이 있는 파이프)이라도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며 “최악의 사태시 이 관으로 소화용수를 공급해 불을 끄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먼저 경복궁 경회루나 근정전 지붕부터 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복원된 경복궁 경회루나 근정전 지붕은 지붕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적심부를 나무로 채우지 않고 덧서까래를 걸어 빈 공간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소화관 가설이 보다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남준기 오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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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 극락전•부석사 무량수전 등 … 산불대응 수준에 그쳐
전국에 산재한 각종 목조문화재의 화재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작성한 방재 매뉴얼이 산불이나 자연재해 중심으로 짜여진 데다가 현재 갖추고 있는 소방시설도 숭례문 사건처럼 내부 화재나 방화에 대해서는 무방비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천영세 의원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보존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재난대응 준비태세에 대한 점검을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이 전국 주요 문화재를 조사한 결과 보물 1호인 서울 흥인지문에는 소화기 10대와 상수도 2개만이 있고 보물 583호인 전주 객사에는 소화기 10대만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목조문화재 기초 소화시설만 비치 =
전주 객사처럼 소화전이나 상수도, 스프링클러, 경보시설 등이 없고 소화기만 비치된 문화재는 △율곡사 대웅전(보물 374호) △무첨당(보물 411호) △숭렬당(보물 521호) △예천권씨 종가별당(보물 457호) △향단(보물 412호) △서울 사직단 정문(보물 177호) △안동 소호헌(보물 475호) △개목사 원통전(보물 242호) △능가사 대웅전(보물 1307호) △대적사 극락전(보물 836호) 등 10곳에 달한다.
강릉 객사문(국보 51호)과 강릉 해운정(보물 183호), 피향정(보물 289호)에는 단 하나의 소화시설 없이 상수도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릉 객사문은 고려시대에 지은 강릉 객사의 정문으로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과 함께 몇 남지 않은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이다.
천 의원이 조사한 100개 주요 문화재 중 스프링클러 시설이 있는 곳은 △통영 세병관(국보 305호) △강릉 오죽헌(보물 165호) △서울 문묘(보물 141호) △장수향교 대성전(보물 272호) 등 27개소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사찰이 중심이고 사원이나 일반유적 등 일반 목조문화재는 3~4곳에 불과했다.
화재경보설비인 수신기와 발신기, 감지기 중 하나라도 갖춘 곳은 △도산서원(사적 170호) △소수서원(사적 55호) △밀양 영남루(보물 147호) 등 34곳 정도다.
이 중 수신기와 발신기 감지기를 모두 갖춘 곳은 △나주 불회사 대웅전(보물 1310호)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291호) △법주사(국보 55호 법주사팔상전, 국보 5호 쌍사자석등, 국보 64호 석련지 등 보유) △불갑사 대웅전(보물 830호) 등 10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모두 불교 사찰이다.
◆전국 사찰 화재대응능력은 ‘양’ =
2005년 낙산사가 산불로 전소된 후 2006년 조계종 총무원은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황조사 결과 보존가치가 높은 불교 사찰의 방재시설은 90점 만점에 56.7점에 불과했다. 천황사와 개목사는 각각 30점과 25점으로 각종 화재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할 정도였다. ‘수우미양가’ 중 ‘가’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문화재인 봉정사 극락전은 통일신라시대 건축양식을 본받고 있는 고려시대 건축물로 국보 15호이지만 조계종 자체조사 결과 평점 47.5점을 받았다.
봉정사 내에는 국내 최고 목조건축물인 극락전 외에도 보물인 대웅전, 화엄강당, 고금당을 비롯, 모두 10개의 문화재가 있어 사찰 전체가 문화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웅전과 극락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농업용 살수장치로 실제 화재 발생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부석사의 경우 국보급 지정문화재가 5개, 보물급 문화재 4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성 때문에 항시 관리 인원이 배치돼 있지만 일부 소화전의 위치 선정이 잘못돼 있고 소방차량 진입로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려 충렬왕때 지어진 충남 예산의 수덕사의 경우도 내부 화재에 무기력한 상황이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 내부에는 괘불과 삼세불이 같이 보관돼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5점이나 있으나 화재감지기 없이 감시 인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소화전이 부족하고 사찰 주변에는 수목이 무성해 산불 발생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 강원 양양군 낙산사 화재 이후 목조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부터 1차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수막 설비와 경보시설 등이 설치됐다. 숭례문은 우선 구축 대상인 중요 목조 문화재 124개에 포함됐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도심지 한복판에 있어 화재 진화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방재시스템은 산불이나 외부 화재 중심으로 짜여져 방화나 전기 누전과 같은 내부화재에는 속수무책이다.
◆내부화재시 진화 매뉴얼 없어 =
조계종총무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문화재 사찰 화재 10건 가운데 산불에 의한 화재는 3건(양주 회암사지, 양양 낙산사, 영동 영국사)에 불과한 반면, 촛불(예천 용문사)이나 연등(화순 쌍봉사), 전기누전(문경 김룡사, 원주 구룡사, 김제 흥복사, 서울 봉은사), 방화(김제 금산사) 등으로 인해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가 7건이나 된다.
건물 내부에서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건축물 외부에 수막을 형성하거나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도 제대로 진압하기가 힘들다.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건축사) 교수는 “숭례문의 경우 서까래 위 적심부에서 불이 번졌는데 설사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렸다고 해도 진화가 불가능하다”며 “불은 위로 번지는데 반해 스프링클러의 물은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얼문화유산연구원 양윤식(공학박사) 원장은 “목조건축물 내부 화재시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청이나 벽화, 탱화 등을 훼손하지 않고 불을 끌 수 있는 청정소화기를 적극 도입하는 등 ‘목조문화재 진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심부 위에 소화관 가설해야” =
이번 숭례문 화재처럼 적심부에 불이 옮겨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심부 위에는 강회다짐층과 기와층이 있어 건물 외부에 아무리 많은 물을 뿌려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아래에서도 효과적인 진화가 불가능하다. 서까래 위를 덮는 ‘개판’이 있어 물이 적심부까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명지대 건축학과 김홍식 교수는 “주요 목조건축물 적심부 위에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유공관(구멍이 있는 파이프)이라도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며 “최악의 사태시 이 관으로 소화용수를 공급해 불을 끄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먼저 경복궁 경회루나 근정전 지붕부터 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복원된 경복궁 경회루나 근정전 지붕은 지붕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적심부를 나무로 채우지 않고 덧서까래를 걸어 빈 공간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소화관 가설이 보다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남준기 오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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