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경찰관 주축 ‘배움터 지킴이’, 학교폭력 예방 역부족

학생지도 권한없고 숫자도 부족

지역내일 2008-03-13
여중생에 욕설 들어도 대항수단 전무 … 학교폭력 해마다 증가 추세

학교주변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서울시내 각급학교에서 시행중인 ‘배움터 지킴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학교일대에서 폭력행위를 예방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교사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들에 대한 지도권한이 없어 막상 비상시에는 능동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평가다.

◆학생들 반항하면 대처수단 없어 =
서울시내 한 남녀공학 중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정 모(65)씨는 전직 교감출신이다. 오랜 교직생활을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겠다 싶어 지난해부터 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9월 학생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했다.
점심시간에 교실을 순방하던 중 한 무리의 여학생들한테 심한 욕을 듣고 심지어 한 여학생은 정씨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학생들에게 타이르는 것 외에 마땅한 제재수단이나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모욕을 당하고만 있었다.
서울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10월 학생들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교사들의 물건을 훔쳐간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조사하려던 배움터 지킴이는 학교의 위신추락을 우려한 학교측에서 조사를 허락하지 않아 아무런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서울 서문중학교 김대유 교사는 “배움터지킴이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지도권한이 없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학교장이나 학급담임의 허락없이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면 학교폭력의 실체규명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1명이 수천명 상대해야 하는 상황 = 서울과 부산 등 주요 시도교육청은 올 들어 ''배움터 지킴이''를 각 학교에 확대시행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243명에서 올해는 486명으로 2배 늘렸다. 서울시내 365개 모든 중학교에 1명씩의 배치했다. 초등학교 72개교와 고등학교 49개교에도 이들을 배치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2009년에 모든 고등학교로 2010년에는 모든 초등학교까지 확대해 ‘1학교 1배움터 지킴이’를 정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 명의 ‘배움터 지킴이’가 수천명의 학생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폭력예방의 실효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기간 중에는 2명을 배치했다가 1명으로 줄인 것이다. 장맹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장소를 배움터지킴이 선생이 돌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워낙 많은 학생을 한명이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 부적절한 인선으로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경우도 문제다. 서울 ㄱ중학교 김 모 교사는 “자기학교 출신 퇴직교원을 채용해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배움터 지킴이가 할 일 없는 퇴직 비정규직교사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지 살릴 대안 마련해야 =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학교폭력은 절대 발생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교수닷컴이 지난 7일 발표한 학교폭력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초중학생의 36%가 학교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과 2007년 같은 조사가 각각 26%와 30%였던 것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35%, 중학생의 40%가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폭력을 당한 장소는 교내가 33%로 가장 많고, 등·하교길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도 23%에 달했다.
서울 한강중학교 생활지도부 설선국 교사는 “수업과 기타업무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가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대와 장소까지도 보살필 수 있어 장점이 많다”며 “교사 2명 이상이 하던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설 교사는 이 제도의 취지를 더 살리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도권한을 주고, 인원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직 경찰관의 경우 범죄에 대응하는 데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선 기자 ssslee@naeil.com

‘배움터 지킴이’ 제도란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에 대한 계도활동을 위해 퇴직경찰관, 퇴직교원, 퇴직군인,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 예절(인성)지도사, 학부모 등을 채용해 학생들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서울의 경우 퇴직경찰관이 315명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진종명 선생(서울 홍은중학교 배움터지킴이)
“학교폭력 처벌 아닌 예방이 중요”

진종명(60·사진)선생은 지난 2006년 경찰에서 퇴직하고 지난해 9월부터 서울 홍은중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이 지내다 퇴직하고 1년 2개월만에 이 일을 시작했다. 지난달 26일에는 ‘2008년 발대식’에서는 우수사례로 발표까지 했다.
진 선생은 “배움터 지킴이 활동에 경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고 말한다. 그는 △아침 등교시간 교통안내 △학교내 흡연장소나 폭력발생 장소 순찰 △방과후 학교주변 순찰 등 업무가 경찰업무와 흡사하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경찰생활을 한 것도 다양한 인간관계가 가능해 배움터 지킴이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최근 주민들이 “선생님 때문에 학교주변에서 담배피우는 애들이 안보여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학생을 위한 일이라 더 긴장해서 하고 있다”며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아이들이 따라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하면 경각심을 갖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진 선생은 “학교폭력은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예방이 중요하다”며 “배움터지킴이가 학교폭력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선 기자 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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