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서 두드려 맞다

지역내일 2008-02-20
숭례문에서 두드려 맞다

1. 2008년 2월
“실로 충격적이었던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인권위는 KBS 시사기획 쌈을 통해 알려진 성폭력 사례가 종목과 연령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 자정운동을 선언했던 대한체육회도 곧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
2. 2005년 5월
대구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태경)는 지난달 18일 체육교사의 체벌 때문에 딸이 자살했다며 이아무개(42)씨 등 유족이 문경시의 한 여중학교 전 체육부 감독 ㅊ씨와 경북교육청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사망자가 생전에 당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ㅊ씨와 교육청은 연대해 유족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지난 5월 대한체육회는 학교 운동선수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얻어맞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국보 1호 남대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오후 10시 현재까지도 숭례문 2층 누각 지붕에서 계속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지만 불길은 보이지 않고 있다. … 소방 관계자는 “누각의 경우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방화 가능성은 낮다”며 …
4. 2005년 10월
“전북 김제시 흥복사에 있는 대웅전에서 불이 났습니다. 목격자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대웅전과 도지정 무형문화재였던 목조삼존불좌상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불이 나고서 화재 자동감지와 소화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흥복사에는 별다른 대책 없이 소화기 11대만 비치됐습니다. 국보인 미륵전을 포함해 대장전 등 10여 점의 보물급 문화재가 있는 금산사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금산사에 있는 이곳 대적광전은 지난 1986년 불이 나 완전히 소실됐던 곳입니다. 보물 지정도 이미 해제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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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600년이 넘은 대문이 불에 타 사라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여학생들이 모진 감독들의 마수에 스러져간다.
이제사 알았다는듯 충격을 담은 표정을 지어서는 곤란하다. 같은 일은 2005년에도 있었고, 그 전해에도 있었고, 그 전전해에도 있었다. 국민성금 모아서 1~2년 안에 남대문(정확히는 남대문 비슷한 것을) 불쑥 지어서 기념사진 찍고 나면, 국가인권위원회와 검찰이 나서서 가해자 몇 명 잡아서 족치면 무엇이 얼마나 바뀔까?
사회 전체가 집단망각증에 빠진듯 거듭 되풀이돼온 일들에는 모두의 책임이 묻어 있게 마련이다. 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점에서 보면 언론이 가장 중한 가해자다. ‘난데없이 호들갑’은 한국 언론이 앓고 있는 중증이다. 우리나라 학교 체육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은 제쳐놓고 이기기 위한 훈련만 받고 있다는 것, 합숙소에 넣어놓고 두들겨패고 있다는 것을 한국 사회에서 누가 모르고 있나? 몇년에 한번, 학교 체육의 기형적 운영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곤 모르쇠 하는 언론이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늘 재발한다.
교육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운동부원을 수업에서 빼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 아이들이 언젠가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 다른 직업을 택할 수 있을 만큼의 교육은 반드시 받은 상태여야 한다.
학부모도 나서야 한다. 취업부터 진학까지 ‘전권’을 가진 감독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내 아이만 위하자고 몰래 봉투 갖다 바치고 감독 속옷 빨래를 하고 있어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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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경비 소홀로 무너진 게 아니다. 서울 중구청이 남대문을 KT텔레캅에 맡긴 것은 역사의식의 부재 이전에 예산의 문제고,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 책임을 지자체나 법인에 맡기고는 감독을 하지 않은 제도의 문제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다. 문화재 보호에 수백억 예산을 할당하면 당장 우리 지역구에 깔 도로포장비가 날아간다.
정말로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생색이 나지 않고 게다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 임기중에 성취할 수 있는 일들은 아마 5%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면 당신이 책임질건가?’라는 질문을 견뎌낼 역사의식과 용기가 진심으로 필요하다.
박태웅
열린사이버대학교(OCU)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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