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개혁공천이 거수기국회 부른다

지역내일 2008-03-20
개혁공천이 거수기국회 부른다
이경형 (언론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숲속에서는 숲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국회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탓일까. 17대 국회를 두고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더니 일반 국민들은 10명 중 8명(77%)이 60점 이하의 낙제점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10명 중 8명(82%)이 70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평가가 거의 정반대다.(‘바른사회시민회의’가 현역의원 75명, 일반시민 480명을 상대로 2월19일~3월4일 동안 조사)
어차피 국민들과 의원들 간의 온도차는 불가피하다고 치더라도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 오는 4월9일 총선에 의해 구성될 제18대 국회는 이같은 국민들과 의원들 간의 정서적 괴리를 좁힐 것인가.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의 공천 결과를 보면 이같은 괴리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이른바 개혁공천은 구조적으로 지역구민 민심 반영 등 상향식 공천과는 거리가 먼 중앙집권적 하향식 공천이다.

명계남 공천과 용두사미 교체
그 동안 개혁공천에 관해 입도 뻥긋 못한 것은 초반에 국민의 갈채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1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라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명분 아래 ‘물은 갈수록 좋은 것’이 공천의 최고 기준이 되었다.
지역구 현역의원 109명 중 42명(38.5%)을,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현역 62명 중 27명(43.5%)을 갈아치운 것은 나름대로 성과였다. ‘친이명박’ ‘친박근혜’ 할 것 없이 많이 자른 것까지는 좋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줄세우기가 확연했다. 친이(親李)가 157명으로 친박(親朴) 44명의 3배가 넘었다.(조선일보 3.18일자).
이러니 ‘명계남’(이명박 계보만 살아 남았다) 공천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이런 줄서기로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면 의원들은 줄 세운 사람의 말에 따라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도 공천심사 초기만 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과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씨를 탈락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정권은 빼앗겼지만 총선에선 여당의 과반의석을 기어코 저지하겠다는 각오로 돋보였다. 민주당 아성인 호남지역 현역의원 31명 중 10명(32.3%)을 떨어뜨렸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18일 현재, 141명의 현역 의원 중에 29명(불출마선언 7명 포함)만이 탈락해 교체비율은 20.2%에 그쳐 용두사미격이 되었다. 이는 한나라당 현역 탈락율의 절반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것도 비호남권 탈락자는 11명에 불과하고, 편향된 이념으로 노무현 정권 기간 중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섰던 386 초선의원들은 대부분 재공천되었다.
다시 개혁공천을 생각해본다. 그것은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정당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나름대로 공천기준은 있다고는 하지만 탈락기준이 모호하고 상황에 따라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기도 했다. 현역의원의 경우 입법 실적·상임위 및 본회의 출석 등 계량적인 원내활동이 우선 반영되어야 할 터이다. 하지만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7대 국회의원의 의원별 원내활동 실적과 공천 결과와의 상관관계를 따져본 결과, 별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민주당은 공천 경합 양상이 박빙 지역인 경우 여론조사를 반영했지만 여론조사를 상향식 경선에 가름한다는 것도 우스운 얘기다. 지역구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지명도 조사인 여론조사를 한다면 당연히 현역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받기 마련이다. 이는 현역 우대를 공인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정당 민주화의 수준이 정당정치 발전의 척도라고 한다면 그 핵심은 민주적 방식을 통한 후보공천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방식은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며 필경 과거와 같은 보스나 계파 중심의 후진적 정당정치로 되돌아가게 할 것이다. 거수기 국회가 별 것인가. 줄 세워 의원의 금배지를 달아주면 그 줄에 맞춰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공심위 1차심사 후 경선
돈 안 드는 정치 실현의 일환으로 지구당이 폐지되어 진성당원을 확보하기 어렵고 따라서 상향식 공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설 지구당이 아닌 느슨한 당 조직으로 상향식 공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중앙당 공천심사위가 1차로 걸러낸 뒤 소수의 후보 간에 경선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경우 작년 12월 대선 후 4개월 만에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상향식 공천이 어려운 점은 인정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하향식 공천방식에만 머문다면 진정한 정당 민주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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