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돈 선거 DNA’(문창재)
강원도 정선에서 돈뭉치를 돌리던 한나라당 예비공천자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흙탕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그날 오래 기다린 단비가 왔지만 흙탕물은 싫은 법이다. 사건이 난 곳이 하필이면 연고지여서 더욱 께름칙했다. 순박한 사람들이 줄줄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받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고 내가 당할 일처럼 두렵기도 하였다.
지난해 12월 청도군수 재선거 때 돈봉투 받은 주민 수백명이 경찰서에 불려다닌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마음이 이번 같지는 않았다. 연고지 일이라서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지만 개혁공천의 이름 아래 후보로 ‘영입’된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과연 부패정당 전통이 연면하구나 싶었다.
한나라당은 차떼기사건 이래 비리 전력자에게는 공천신청 자격도 주지 않겠다더니 그에게만은 재심까지 해가면서 무리한 공천을 주었다. “한나라당은 돈 선거 DNA를 가진 정당”이라는 야당의 공격을 무슨 말로 반박할 것인가.
그는 그 지역에서 해바라기 정치인, 철새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정권이 바뀌면 햇살 좋은 양지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그에게서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좋은 가문에 태어나 미국 유학가서 박사학위 받아오고 잘 나가는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가 2세라서 여당 공천 하나는 잘 따는구나 했다.
그는 16대 총선 때 같은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되었다. 17대 때는 열린 우리당 실세와의 공천경쟁에서 패해 당적을 한나라당으로 옮겼고, 이번에 같은 지역구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그의 신청을 접수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예상을 깨고 공천 내정결정을 내렸다. 이것을 당 지도부가 문제삼아 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1993년 국회 노동위원회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전력과 ‘철새’성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래도 심사위는 그에게 공천을 주었다. 심사과정에서 돈봉투 사건이 거론되자 한 당직자는 “국회 돈봉투 사건은 비리가 아니라 노사분규 관련 사건이므로 공천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상대후보에게 이길 가능성도 높다 했다던가.
그의 전력을 모르지 않을 공당의 공천심사위원들 윤리관이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부패정당이라는 비난에 반발할 자격이 없다.
국회 돈봉투 사건이란 이번 말썽의 당사자가 자동차보험 사장으로 있을 때의 사건이다. 노사분규와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다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것이 부패가 아니라면 한나라당의 부패는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 많은 심사위원들이 그 주장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돈봉투를 받고 눈감아 주었다는 오해를 받은들 무슨 논리로 반박을 할 것인가. 선거구민들에게 돈질을 하는 사람이 당에 그 짓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민주당이 비리 전력을 이유로 전직 대통령 아들과 비서실장 등 유력정치인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을 때, 한나라당은 “우리는 그런 사람 신청도 안 받는다”고 공언했다. 차떼기사건 이후 천막당사 생활을 하면서 부패전력자는 공천신청도 하지 못 하도록 당헌과 당규를 바꾸어 부패정치인 배제를 시스템화했다고 자랑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번 선거는 전에 없이 깨끗한 선거가 되려나 했다. 망신을 당할 만큼 당하더니 정신을 차렸나 싶기도 했다.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영남지역 공천에서 국회부의장과 당 최고위원을 포함한 거물 정치인이 많이 탈락했다. 겉보기에는 탈락률도 높고 유력 정치인 탈락도 더 많아 뭔가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기대와 관심도에 한나라당은 돈뭉치 사건으로 응답했다. 민심이 부글부글 들끓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인책론만 무성할 뿐 두 패로 갈라진 세력 간의 ‘네 탓’ 공방뿐이다.
돈뭉치를 받은 정선사람만 구속이라는 날벼락을 당하고 당사자와 책임질 당직자들은 ‘재수 없는 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러고도 ‘안정 의석’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국민성공 시대를 만들겠다더니 ‘성공한 국민만의 시대’가 되었다”는 시정의 쑥덕거림이 한나라당 사람들에게는 왜 들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강원도 정선에서 돈뭉치를 돌리던 한나라당 예비공천자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흙탕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그날 오래 기다린 단비가 왔지만 흙탕물은 싫은 법이다. 사건이 난 곳이 하필이면 연고지여서 더욱 께름칙했다. 순박한 사람들이 줄줄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받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고 내가 당할 일처럼 두렵기도 하였다.
지난해 12월 청도군수 재선거 때 돈봉투 받은 주민 수백명이 경찰서에 불려다닌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마음이 이번 같지는 않았다. 연고지 일이라서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지만 개혁공천의 이름 아래 후보로 ‘영입’된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과연 부패정당 전통이 연면하구나 싶었다.
한나라당은 차떼기사건 이래 비리 전력자에게는 공천신청 자격도 주지 않겠다더니 그에게만은 재심까지 해가면서 무리한 공천을 주었다. “한나라당은 돈 선거 DNA를 가진 정당”이라는 야당의 공격을 무슨 말로 반박할 것인가.
그는 그 지역에서 해바라기 정치인, 철새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정권이 바뀌면 햇살 좋은 양지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그에게서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좋은 가문에 태어나 미국 유학가서 박사학위 받아오고 잘 나가는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가 2세라서 여당 공천 하나는 잘 따는구나 했다.
그는 16대 총선 때 같은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되었다. 17대 때는 열린 우리당 실세와의 공천경쟁에서 패해 당적을 한나라당으로 옮겼고, 이번에 같은 지역구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그의 신청을 접수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예상을 깨고 공천 내정결정을 내렸다. 이것을 당 지도부가 문제삼아 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1993년 국회 노동위원회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전력과 ‘철새’성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래도 심사위는 그에게 공천을 주었다. 심사과정에서 돈봉투 사건이 거론되자 한 당직자는 “국회 돈봉투 사건은 비리가 아니라 노사분규 관련 사건이므로 공천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상대후보에게 이길 가능성도 높다 했다던가.
그의 전력을 모르지 않을 공당의 공천심사위원들 윤리관이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부패정당이라는 비난에 반발할 자격이 없다.
국회 돈봉투 사건이란 이번 말썽의 당사자가 자동차보험 사장으로 있을 때의 사건이다. 노사분규와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다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것이 부패가 아니라면 한나라당의 부패는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 많은 심사위원들이 그 주장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돈봉투를 받고 눈감아 주었다는 오해를 받은들 무슨 논리로 반박을 할 것인가. 선거구민들에게 돈질을 하는 사람이 당에 그 짓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민주당이 비리 전력을 이유로 전직 대통령 아들과 비서실장 등 유력정치인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을 때, 한나라당은 “우리는 그런 사람 신청도 안 받는다”고 공언했다. 차떼기사건 이후 천막당사 생활을 하면서 부패전력자는 공천신청도 하지 못 하도록 당헌과 당규를 바꾸어 부패정치인 배제를 시스템화했다고 자랑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번 선거는 전에 없이 깨끗한 선거가 되려나 했다. 망신을 당할 만큼 당하더니 정신을 차렸나 싶기도 했다.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영남지역 공천에서 국회부의장과 당 최고위원을 포함한 거물 정치인이 많이 탈락했다. 겉보기에는 탈락률도 높고 유력 정치인 탈락도 더 많아 뭔가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기대와 관심도에 한나라당은 돈뭉치 사건으로 응답했다. 민심이 부글부글 들끓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인책론만 무성할 뿐 두 패로 갈라진 세력 간의 ‘네 탓’ 공방뿐이다.
돈뭉치를 받은 정선사람만 구속이라는 날벼락을 당하고 당사자와 책임질 당직자들은 ‘재수 없는 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러고도 ‘안정 의석’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국민성공 시대를 만들겠다더니 ‘성공한 국민만의 시대’가 되었다”는 시정의 쑥덕거림이 한나라당 사람들에게는 왜 들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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