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앞세운 한명숙 후보에 정당 앞세운 백성운 후보 추격
“한나라당 지지자인데 요즘 이명박정부 하는 것 보니까 국회 과반수까지 넘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 일산동구 강촌공원에 나붙은 국회의원 후보 벽보를 보던 50대 초반 주민이 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은 한명숙 후보인데 지난 정권 사람이라 선뜻 손이 안가고…” 이 주민은 결국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굳히기냐 막판 역전이냐 = 경기 서북부지역의 신정치 1번지라 불리는 고양시 일산동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신도심인데다 지난 정권 총리와 현 정권 실세가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동구는 지난 총선까지 일산갑으로 선거를 치르다 이번부터 중산동과 고봉동을 편입시켜 처음으로 선거를 맞고 있다.
일산동구는 2002년 총선에서 탄핵정국에서도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의 홍사덕 후보를 2000여표차로 이길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났던 곳이다.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55%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가 시작되고 시작된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으로 출마한 백성운 후보를 7~10%차로 따돌리고 있다. 30일 나온 중앙선데이 여론조사에서도 한 후보는 38.7%로 30.7%의 백 후보를 7%차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명숙 후보측에서는 이미 대세를 잡았다며 굳히기에 들어간 반면 백성운 후보측에서는 초반에 비해 상당한 수준으로 따라붙었다며 막판 대역전을 장담하고 있다.
일산동구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아직까지 섣불리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는 안정론과 견제론, 인물 우세와 정당 우세가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었다.
◆한명숙 인물론과 이명박 국정안정론 = 일산에서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보이는 마두동 장항동 아파트단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강촌공원에서 만난 박 모(여·45)씨는 “한명숙씨가 잘 알려져 있고 이미지도 좋다. 솔직히 백성운씨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물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온 김 모(여·33)씨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김씨 역시 “한 후보의 이미지가 참 좋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민들은 일단 그동안 한 후보가 보여준 모습에 큰 점수를 줬다. 환경부 장관, 여성 최초 국무총리를 거치면서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백성운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민들의 이유는 좀 달랐다. 한 모(36)씨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만큼 일단 대통령에게 국정안정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 모(27)씨 역시 “현재 이명박정부가 시장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안정론을 주장했다. 교회에 나간다는 조 모(46)씨는 “이명박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리 부부는 물론 교인 대부분이 백성운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백성운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연장선상에서 지지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명숙 인물론과 한나라당 지지세가 엇갈린 마두동에 비해 백석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명숙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백석동 식당가에서 만난 윤 모(53)씨는 “한명숙 후보가 총리까지 했던 사람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능력면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배 모(54)씨 역시 “이미지도 좋고 원칙을 지켜온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모(39)씨는 “잘 모르는 후보보다는 그래도 검증된 사람이 낫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북풍’과 ‘친박연대’ = 현재 선거 1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일산동구의 변수는 이른바 ‘북풍’과 ‘친박연대’다. 북풍은 최근 북한과의 대립이 격화되는 분위기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섣부른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최근 선거에 북풍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과 경기북부 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변화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지지를 밝히며 선거에 뛰어든 ‘친박연대’는 일산동구에 김형진 후보를 내세운 상황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형진 후보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가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참여자들의 관심사다. 한나라당 지지표를 잠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두동에서 만난 변 모(50)씨는 “친박연대 때문에 한나라당 표가 분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품격 도시 일산’을 들고 나선 한명숙 후보측은 “일산동구 주민들은 역대로 대선과 총선에서 같은 당을 지지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도 높은 정치적 수준으로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비해 ‘강남까지 직통전철’을 공약으로 내건 백성운 후보측은 “갈수록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지지도도 상승하고 있다”며 “아직 10일이 남았다”고 역전을 자신했다.
이외에도 평화통일가정당의 유형목 후보, 무소속의 소병규 후보가 일산동구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전을 벌이고 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한나라당 지지자인데 요즘 이명박정부 하는 것 보니까 국회 과반수까지 넘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 일산동구 강촌공원에 나붙은 국회의원 후보 벽보를 보던 50대 초반 주민이 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은 한명숙 후보인데 지난 정권 사람이라 선뜻 손이 안가고…” 이 주민은 결국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굳히기냐 막판 역전이냐 = 경기 서북부지역의 신정치 1번지라 불리는 고양시 일산동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신도심인데다 지난 정권 총리와 현 정권 실세가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동구는 지난 총선까지 일산갑으로 선거를 치르다 이번부터 중산동과 고봉동을 편입시켜 처음으로 선거를 맞고 있다.
일산동구는 2002년 총선에서 탄핵정국에서도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의 홍사덕 후보를 2000여표차로 이길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났던 곳이다.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55%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가 시작되고 시작된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으로 출마한 백성운 후보를 7~10%차로 따돌리고 있다. 30일 나온 중앙선데이 여론조사에서도 한 후보는 38.7%로 30.7%의 백 후보를 7%차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명숙 후보측에서는 이미 대세를 잡았다며 굳히기에 들어간 반면 백성운 후보측에서는 초반에 비해 상당한 수준으로 따라붙었다며 막판 대역전을 장담하고 있다.
일산동구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아직까지 섣불리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는 안정론과 견제론, 인물 우세와 정당 우세가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었다.
◆한명숙 인물론과 이명박 국정안정론 = 일산에서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보이는 마두동 장항동 아파트단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강촌공원에서 만난 박 모(여·45)씨는 “한명숙씨가 잘 알려져 있고 이미지도 좋다. 솔직히 백성운씨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물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온 김 모(여·33)씨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김씨 역시 “한 후보의 이미지가 참 좋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민들은 일단 그동안 한 후보가 보여준 모습에 큰 점수를 줬다. 환경부 장관, 여성 최초 국무총리를 거치면서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백성운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민들의 이유는 좀 달랐다. 한 모(36)씨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만큼 일단 대통령에게 국정안정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 모(27)씨 역시 “현재 이명박정부가 시장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안정론을 주장했다. 교회에 나간다는 조 모(46)씨는 “이명박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리 부부는 물론 교인 대부분이 백성운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백성운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연장선상에서 지지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명숙 인물론과 한나라당 지지세가 엇갈린 마두동에 비해 백석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명숙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백석동 식당가에서 만난 윤 모(53)씨는 “한명숙 후보가 총리까지 했던 사람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능력면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배 모(54)씨 역시 “이미지도 좋고 원칙을 지켜온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모(39)씨는 “잘 모르는 후보보다는 그래도 검증된 사람이 낫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북풍’과 ‘친박연대’ = 현재 선거 1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일산동구의 변수는 이른바 ‘북풍’과 ‘친박연대’다. 북풍은 최근 북한과의 대립이 격화되는 분위기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섣부른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최근 선거에 북풍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과 경기북부 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변화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지지를 밝히며 선거에 뛰어든 ‘친박연대’는 일산동구에 김형진 후보를 내세운 상황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형진 후보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가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참여자들의 관심사다. 한나라당 지지표를 잠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두동에서 만난 변 모(50)씨는 “친박연대 때문에 한나라당 표가 분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품격 도시 일산’을 들고 나선 한명숙 후보측은 “일산동구 주민들은 역대로 대선과 총선에서 같은 당을 지지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도 높은 정치적 수준으로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비해 ‘강남까지 직통전철’을 공약으로 내건 백성운 후보측은 “갈수록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지지도도 상승하고 있다”며 “아직 10일이 남았다”고 역전을 자신했다.
이외에도 평화통일가정당의 유형목 후보, 무소속의 소병규 후보가 일산동구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전을 벌이고 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