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월요일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일산시 대화동 ㅅ아파트를 찾았다. 등굣길엔 유난히 엄마들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는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아파트 주변은 적막했다.
하굣길 역시 아이들을 찾으러 학교로 달려가는 엄마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학교수업이 끝난 오후에도 아파트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고, 아이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엄마와 아이들만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만난 어머니들은 ‘안양 혜진·예슬이 사건’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터라 공포와 분노가 극도에 달한 듯 했다. 특히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태도와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점에 대해 분노가 높았다.
◆“이민이라도 가야하는 건지” = 대화동에 사는 김민자(52) 씨는 “얼마 전 혜진이 예슬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 동네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다”며 “결국 똑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두 딸을 키우는 이수연(대화동) 씨는 “평소에 유괴나 납치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많이 시키는 편이었다. 그런데 촬영된 영상을 보니 이런 교육 자체도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끔찍했다”며 “바로 집 앞의 엘리베이터에서 처참한 일을 당하다니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후곡마을에 사는 최은실 씨는 “13살 딸에게 이 사건을 얘기했더니 자기도 엘리베이터 타기가 겁난다고 학원시간에 맞춰 1층으로 내려오라는 당부를 했다”며 “이러다가 정말 이민이라도 가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자식을 키우는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했다.
◆경기경찰청 홈페이지 시민 분노 = 지난 3월 31일 경기지방 경찰청에서는 일산경찰서의 미온적인 수사와 사건 은폐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김도식 경기청장은 31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실종아동 종합대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일산에서 다시 어린이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조기 검거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엄중 조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날 일산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수백 개도 넘는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백석동에 사는 이용운씨(62)는 “도대체 이 나라와 경찰을 어떻게 믿고 국민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납치범만큼 무서운 사람이 바로 사건을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이라며 납치미수범이나 경찰 모두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주엽동에 사는 전혜진 씨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긴 했지만 이 정도로 성의가 없고 나태한지 몰라다”며 “이번 사건은 총체적인 부실 수사의 표본으로 경찰의 대응과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라며 허탈해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주부는 일산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경찰관의 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죽어서 시체로 발견이 돼야 수사에 들어가는 것인지요. 처참하게 죽어야지만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서워 눈물만 흐릅니다.”
일산 =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하굣길 역시 아이들을 찾으러 학교로 달려가는 엄마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학교수업이 끝난 오후에도 아파트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고, 아이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엄마와 아이들만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만난 어머니들은 ‘안양 혜진·예슬이 사건’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터라 공포와 분노가 극도에 달한 듯 했다. 특히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태도와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점에 대해 분노가 높았다.
◆“이민이라도 가야하는 건지” = 대화동에 사는 김민자(52) 씨는 “얼마 전 혜진이 예슬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 동네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다”며 “결국 똑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두 딸을 키우는 이수연(대화동) 씨는 “평소에 유괴나 납치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많이 시키는 편이었다. 그런데 촬영된 영상을 보니 이런 교육 자체도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끔찍했다”며 “바로 집 앞의 엘리베이터에서 처참한 일을 당하다니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후곡마을에 사는 최은실 씨는 “13살 딸에게 이 사건을 얘기했더니 자기도 엘리베이터 타기가 겁난다고 학원시간에 맞춰 1층으로 내려오라는 당부를 했다”며 “이러다가 정말 이민이라도 가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자식을 키우는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했다.
◆경기경찰청 홈페이지 시민 분노 = 지난 3월 31일 경기지방 경찰청에서는 일산경찰서의 미온적인 수사와 사건 은폐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김도식 경기청장은 31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실종아동 종합대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일산에서 다시 어린이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조기 검거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엄중 조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날 일산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수백 개도 넘는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백석동에 사는 이용운씨(62)는 “도대체 이 나라와 경찰을 어떻게 믿고 국민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납치범만큼 무서운 사람이 바로 사건을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이라며 납치미수범이나 경찰 모두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주엽동에 사는 전혜진 씨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긴 했지만 이 정도로 성의가 없고 나태한지 몰라다”며 “이번 사건은 총체적인 부실 수사의 표본으로 경찰의 대응과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라며 허탈해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주부는 일산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경찰관의 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죽어서 시체로 발견이 돼야 수사에 들어가는 것인지요. 처참하게 죽어야지만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서워 눈물만 흐릅니다.”
일산 =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