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오판한 경기부양책 실패 후 단행
미국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한 금융사의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길을 차단했다. 또 일본은 10년 불황을 뛰쳐나오는 데에 공적자금을 활용했다. 시장실패와 감독 부실의 결과를 빠르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에서 직접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적절했다는 실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으며 공과와 도덕적 해이 논란은 있지만 당시 금융부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실화 초기엔 경기부양책으로 막아보려다가 결국 부실규모만 키운 후 공적자금을 투입한 사례가 많았다. 상황을 오판한 것이다. 반면 초기에 경기부양책과 함께 공적자금을 투입해 단기간에 치유하기도 했다.
◆우습게 본 부실의 확산 =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파산은 감독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10년여를 끌다가 95년에야 마무리됐다. 80년 단기이자율 제한이 풀리면서 금리가 치솟았다. 저축대부조합은 저리의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로 운용해오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 역마진이 발생, 81년과 82년에만 각각 46억달러, 41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FRB는 건전성 감독보다는 수익성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회계기준을 바꿔줬다. 도덕적 해이가 확대되고 부실조합들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렸다. 8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이 심해졌고 88년부터 4년간 869개가 파산됐다. 자산규모로만 4406억달러다. FRB는 이때서야 정리신탁공사(RTC)를 만들어 공적자금 투입에 나섰다. 부실기업 747개를 처리하는 데 든 비용이 모두 4899억달러였다. 직접 또는 간접 정리비용이 1601억달러, 자금조달 비용이 3208억달러이며 각 비용의 80%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됐다.
◆일본, 초기대응 실패 =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90년대 초에 기업의 과잉투자,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대출 증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확대로 만들어진 거품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금융기관들의 경영파탄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행의 대출기피, 신용경색으로의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경제 수술 대신 경기부양책을 썼다. 재정이 열악한 가운데에서도 97년 11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단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는 기업들을 연명시키는 역할을 했고 부실은 더욱 커졌다. 때마침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결국 98년 2월부터 공적자금을 조성해 2001년 3월말까지 37조3264억원을 지원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12조3682억엔, 부실금융기관 일시 국유화에 15조 4579억엔, 금융기관 조기 건전화 지원에 9조 5003억엔이 투입됐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민간주도의 금융구조조정이 일어난 데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부실 전염을 차단하라 = 98년에 터진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LTCM) 사태는 FRB의 발빠른 대응으로 넘긴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이자율의 차이가 커지자 반대 투자전략을 썼던 LTCM이 파산위기에 빠졌다. 당시 LTCM은 자본금의 20배가 넘는 1250억달러를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어 1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 중이었다. 유동성 확보에 실패한 LTCM에게 나타난 구세주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였다. FRB는 파산보다는 긴급지원을 통한 회생이 금융시장 충격을 줄여줄 것으로 판단했다.
FRB는 한 달여만에 15개 은행과 증권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 LTCM에 37억5000만달러를 출자했다. 이와 동시에 재할인율과 연방금리를 내렸다. 금리는 9월 29일, 10월 15일, 11월 17일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모두 0.75%포인트 낮췄다.
산은경제연구소 이규선 전임연구원은 “미국의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서브프라임사태는 과거의 저축대부조합사건과 LTCM 위기를 연상시킨다”며 “모기지대출증가, 금리상승 및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모기지 대출 부실이라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배경은 저축대부조합 사례와 비슷하고 전개과정은 투자은행들의 손실 증가 등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던 LTCM위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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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한 금융사의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길을 차단했다. 또 일본은 10년 불황을 뛰쳐나오는 데에 공적자금을 활용했다. 시장실패와 감독 부실의 결과를 빠르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에서 직접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적절했다는 실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으며 공과와 도덕적 해이 논란은 있지만 당시 금융부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실화 초기엔 경기부양책으로 막아보려다가 결국 부실규모만 키운 후 공적자금을 투입한 사례가 많았다. 상황을 오판한 것이다. 반면 초기에 경기부양책과 함께 공적자금을 투입해 단기간에 치유하기도 했다.
◆우습게 본 부실의 확산 =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파산은 감독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10년여를 끌다가 95년에야 마무리됐다. 80년 단기이자율 제한이 풀리면서 금리가 치솟았다. 저축대부조합은 저리의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로 운용해오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 역마진이 발생, 81년과 82년에만 각각 46억달러, 41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FRB는 건전성 감독보다는 수익성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회계기준을 바꿔줬다. 도덕적 해이가 확대되고 부실조합들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렸다. 8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이 심해졌고 88년부터 4년간 869개가 파산됐다. 자산규모로만 4406억달러다. FRB는 이때서야 정리신탁공사(RTC)를 만들어 공적자금 투입에 나섰다. 부실기업 747개를 처리하는 데 든 비용이 모두 4899억달러였다. 직접 또는 간접 정리비용이 1601억달러, 자금조달 비용이 3208억달러이며 각 비용의 80%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됐다.
◆일본, 초기대응 실패 =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90년대 초에 기업의 과잉투자,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대출 증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확대로 만들어진 거품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금융기관들의 경영파탄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행의 대출기피, 신용경색으로의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경제 수술 대신 경기부양책을 썼다. 재정이 열악한 가운데에서도 97년 11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단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는 기업들을 연명시키는 역할을 했고 부실은 더욱 커졌다. 때마침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결국 98년 2월부터 공적자금을 조성해 2001년 3월말까지 37조3264억원을 지원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12조3682억엔, 부실금융기관 일시 국유화에 15조 4579억엔, 금융기관 조기 건전화 지원에 9조 5003억엔이 투입됐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민간주도의 금융구조조정이 일어난 데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부실 전염을 차단하라 = 98년에 터진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LTCM) 사태는 FRB의 발빠른 대응으로 넘긴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이자율의 차이가 커지자 반대 투자전략을 썼던 LTCM이 파산위기에 빠졌다. 당시 LTCM은 자본금의 20배가 넘는 1250억달러를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어 1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 중이었다. 유동성 확보에 실패한 LTCM에게 나타난 구세주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였다. FRB는 파산보다는 긴급지원을 통한 회생이 금융시장 충격을 줄여줄 것으로 판단했다.
FRB는 한 달여만에 15개 은행과 증권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 LTCM에 37억5000만달러를 출자했다. 이와 동시에 재할인율과 연방금리를 내렸다. 금리는 9월 29일, 10월 15일, 11월 17일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모두 0.75%포인트 낮췄다.
산은경제연구소 이규선 전임연구원은 “미국의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서브프라임사태는 과거의 저축대부조합사건과 LTCM 위기를 연상시킨다”며 “모기지대출증가, 금리상승 및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모기지 대출 부실이라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배경은 저축대부조합 사례와 비슷하고 전개과정은 투자은행들의 손실 증가 등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던 LTCM위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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