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민주화 운동’ 서곡(정치시평 - 4월7일자 )

지역내일 2008-04-06
제18대 총선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 왔다. 이번 총선은 몇 가지 황당하며 위험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투표일이 다가와도 부동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통상 선거 막판에 이르면 부동충이 20%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40%대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 245개 선거구중 1/3 이상이 예측불허의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어 총선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선이후 바로 총선을 치러지는 ‘선거 피로감’으로 무관심층이 늘어난 것이 한 요인일지 모른다. 여야 각 정당들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 공천’을 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당연히 후보자들은 자신의 공약은 커녕 지역구 현황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전투장으로 끌려간 꼴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는 연목구어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이념적 파편화 현상’(ideological fragmentation)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는 분열되었던 이념 세력들이 승리를 위해 연합하거나 통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분열되어 선거를 치루고 있다. 보수는 한나라당의 실용 보수와 자유 선진당의 정통 보수간에 분열되었고, 진보는 민노당의 기존 진보와 진보 신당의 신진보로 양분되었다. 문제는 이들 이념 세력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철학과 방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공허한 논쟁만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상이 이러다보니 기존 정당과 분화된 정당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신성한 이념은 죽고 상대방에 대한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비방만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무소속 돌풍이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만든 친박 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가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호남에서도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대중 전 대통령 축근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전하고 있다. “박근혜를 살리기 위해 정당을 만들었다“고 공공연히 사당화를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나, 한나라당 정당원이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보에게 한나라당 후보에게 이겨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주문한 사람이나,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탈당 전력이 있는 사람을 지역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한나라당 지도부나 모두 측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정당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진정 묻고 싶다.
넷째, 정당 지지도와 지역구 정당 후보 지지도간의 불일치 현상이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에게 2배 이상 앞서지만 실제 지역구 정당 후보 지지도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곳이 많다. ‘정당 프리미엄’보다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예상을 깨고 지난 대선에서 완패한 수도권에서 민주당 현역의원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전례 없는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이번 18대 총선은 국민들에게 고통과 절망만을 주는 역대 최악의 퇴행적 선거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정당은 없고 계파만이 판을 치고, 이념과 정책은 실종된 채 허황된 이미지와 지역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근혜 마케팅’과 같이 특정 개인에게 기대는 ‘기생 정치’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국민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절인 참여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 정치가 선거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고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생소하게 들리지 모르지만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정당정치를 정상화시키고, 당내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퇴행적인 계파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한 ‘제2의 민주화 운동’을 펼쳐야 할 때가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이를 위한 작은 실천은 투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가 더럽다고 피해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참여해 투표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유권자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그때만이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 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 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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