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인재들로 외인구단 만들어
조직·보상 체계 뜯어고쳐 ... 이메일 상용화·문서 영어화 시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선언한 하나IB증권이 거친 변화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한국형 조직과 보상 체계를 ‘골드만삭스형’으로 바꾸는 대수술이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주요 조직의 임원들을 외국계 인사로 채웠다. 여러 개의 팀으로 구성된 회사를 ‘회사가 하나의 팀’인 조직으로 바꿨다. 팀별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성과급 체계도 완전히 뜯어고쳤다. 의사소통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도록 이메일이 상용화됐고 문서는 될 수 있으면 영어로 만들도록 훈련 중이다. 1년간의 준비과정에서도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IB증권은 1년여가 지난 올해 말에는 한국 IB역사를 새롭게 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하나IB증권은 국내 유일의 IB전문 증권사다. 30여개의 지점을 하나대투증권에 넘긴 후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의 투자은행본부를 통합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바꿔, 바꿔! = 하나IB증권은 사람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4일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이찬근 씨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58년생인 이 대표는 83년부터 JP모건과 뱅커스 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에서 일한 후 푸르덴셜 서울사무소장으로 88년 7월부터 3년여간 일했다. 91년 12월부터 10년간 UBS한국대표를 지냈으며 2001년 10월부터 4년 가까이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로 일해왔다. 외국계 금융사 경력만 23년이다.
이 대표는 인사를 포함한 경영권 전반에 대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으로부터 위임받았다. 그는 ‘각 분야의 최고의 인재’를 찾아 나섰다.
주식본부장과 채권본부장(전무)으로 65년생인 추 용씨와 정재욱 씨를 영입했다. 추 전무는 91년 뱅커스트러스트에 발을 들여놓은 후 아시아본부 주식투자를 총괄했고 99년부터 도이치증권에서 한국주식총괄 책임자와 한국대표를 지냈다. 2005년부터는 메리츠증권에서 자산운용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정 전무 역시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에서 외국계 금융인으로의 첫발을 뗐다. 96년부터 10여년간 크레디트 스위스은행에서 각종 파생상품과 원화채권 등을 운용해왔다.
투자은행본부장과 자본시장본부장은 기존 하나금융그룹 출신인 소병운 전무와 김윤모 전무에게 맡기면서 투자은행본부의 기업금융담당에는 도이치증권 IB담당 이사인 59년생 박상호 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박 상무는 2001년부터 삼성증권에서 IB팀장을 지낸 후 2004년부터는 지난해까지 도이치증권에서 근무했다. 전략기획담당 전무자리엔 60년생 이승국 전 BNP파리바 한국대표를 앉혔다. 그는 삼성증권과 ABN암로증권에서 국제조사팀장과 리서치센터장을 지냈고 국제금융센터 시장상황팀장을 거쳐 2000년부터 BNP파리바로 옮겼다.
부동산 본부장엔 월마트 한국팀장과 KTB자산운용 부동산 투자팀 본부장을 지낸 안홍빈 씨를 영입했고 리스크관리는 랜드마크자산운용의 리스크관리부장과 한화증권 리스크관리 상무를 지낸 이병찬 씨에게 맡기기로 했다. 해외사업본부장에는 국내증권사 해외현지본부장을 영입키로 했다.
이찬근 대표는 “외국계 인재를 뽑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해당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다보니 외국계가 많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팀별 나눠먹기는 없다 = 우리나라 IB쪽의 성과급 체계는 팀별로 돈을 벌어 일정부분을 나눠갖는 형식이었다. 이는 불균형을 더 확대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일단 모든 성과를 중앙에 집결시킨다는 게 가장 달라진 면이다. 대표는 이를 각 사업본부를 평가해 분배하고 각 사업본부장은 각 팀의 기여도를 평가해 재분배한다. 팀장은 팀내에서의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다.
이 대표는 “돈을 벌어온 만큼 성과급을 주게 되면 미래성과를 준비하는 쪽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지고 투자도 안 된다”며 “2~3년후에 성과가 나올 미래성장동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걸맞는 성과급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돈을 많이 벌어 성과급이 많았던 사람들이 제 몫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지만 파이(업무)가 커지면(많아지면) 전체 성과급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조직도 헤쳐 모여! = 조직을 재편했다. 외국계에서는 이미 정착된 조직이다. 우리나라 조직은 한 팀에서 상품설계부터 마케팅, 투자결정까지 모두 하게 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업무단위를 △고객관계를 전담하는 고객그룹, 프로젝트 실무를 전담하는 실행 그룹, 상품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상품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이는 그룹별로 전문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시너지 창출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하나IB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고객은 콘베이어에 올라앉아 있으며 그 옆에 죽 늘어서 있는 각 그룹들이 고객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우리나라 체계는 각 팀에서 모두 소화하려고 해 중복도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IB, 나와라! = 이 대표는 세계적인 IB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우리나라 5대 기업부분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며 “그 이하의 미들마켓(중간시장)을 공략하면 외국계 투자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중형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놓지 않았고 위험도 역시 평가할 수 없다”며 “중형 이하의 그룹들을 상대로 꾸준히 컨설팅 등 관계를 맺어오면 비밀스런 부분에서 나오는 사업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직과 성과체계를 개편하고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 시스템은 계속해서 돌아가게 된다”며 “이미 팀별로 이뤄졌던 사업들이 회사 전체단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들어오는 사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어 직원들도 놀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하나IB는 홍콩과 싱가폴에 IB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미 국내 많은 은행과 증권사들이 IB센터를 내놓았기 때문에 차별성을 갖추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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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보상 체계 뜯어고쳐 ... 이메일 상용화·문서 영어화 시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선언한 하나IB증권이 거친 변화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한국형 조직과 보상 체계를 ‘골드만삭스형’으로 바꾸는 대수술이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주요 조직의 임원들을 외국계 인사로 채웠다. 여러 개의 팀으로 구성된 회사를 ‘회사가 하나의 팀’인 조직으로 바꿨다. 팀별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성과급 체계도 완전히 뜯어고쳤다. 의사소통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도록 이메일이 상용화됐고 문서는 될 수 있으면 영어로 만들도록 훈련 중이다. 1년간의 준비과정에서도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IB증권은 1년여가 지난 올해 말에는 한국 IB역사를 새롭게 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하나IB증권은 국내 유일의 IB전문 증권사다. 30여개의 지점을 하나대투증권에 넘긴 후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의 투자은행본부를 통합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바꿔, 바꿔! = 하나IB증권은 사람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4일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이찬근 씨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58년생인 이 대표는 83년부터 JP모건과 뱅커스 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에서 일한 후 푸르덴셜 서울사무소장으로 88년 7월부터 3년여간 일했다. 91년 12월부터 10년간 UBS한국대표를 지냈으며 2001년 10월부터 4년 가까이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로 일해왔다. 외국계 금융사 경력만 23년이다.
이 대표는 인사를 포함한 경영권 전반에 대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으로부터 위임받았다. 그는 ‘각 분야의 최고의 인재’를 찾아 나섰다.
주식본부장과 채권본부장(전무)으로 65년생인 추 용씨와 정재욱 씨를 영입했다. 추 전무는 91년 뱅커스트러스트에 발을 들여놓은 후 아시아본부 주식투자를 총괄했고 99년부터 도이치증권에서 한국주식총괄 책임자와 한국대표를 지냈다. 2005년부터는 메리츠증권에서 자산운용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정 전무 역시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에서 외국계 금융인으로의 첫발을 뗐다. 96년부터 10여년간 크레디트 스위스은행에서 각종 파생상품과 원화채권 등을 운용해왔다.
투자은행본부장과 자본시장본부장은 기존 하나금융그룹 출신인 소병운 전무와 김윤모 전무에게 맡기면서 투자은행본부의 기업금융담당에는 도이치증권 IB담당 이사인 59년생 박상호 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박 상무는 2001년부터 삼성증권에서 IB팀장을 지낸 후 2004년부터는 지난해까지 도이치증권에서 근무했다. 전략기획담당 전무자리엔 60년생 이승국 전 BNP파리바 한국대표를 앉혔다. 그는 삼성증권과 ABN암로증권에서 국제조사팀장과 리서치센터장을 지냈고 국제금융센터 시장상황팀장을 거쳐 2000년부터 BNP파리바로 옮겼다.
부동산 본부장엔 월마트 한국팀장과 KTB자산운용 부동산 투자팀 본부장을 지낸 안홍빈 씨를 영입했고 리스크관리는 랜드마크자산운용의 리스크관리부장과 한화증권 리스크관리 상무를 지낸 이병찬 씨에게 맡기기로 했다. 해외사업본부장에는 국내증권사 해외현지본부장을 영입키로 했다.
이찬근 대표는 “외국계 인재를 뽑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해당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다보니 외국계가 많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팀별 나눠먹기는 없다 = 우리나라 IB쪽의 성과급 체계는 팀별로 돈을 벌어 일정부분을 나눠갖는 형식이었다. 이는 불균형을 더 확대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일단 모든 성과를 중앙에 집결시킨다는 게 가장 달라진 면이다. 대표는 이를 각 사업본부를 평가해 분배하고 각 사업본부장은 각 팀의 기여도를 평가해 재분배한다. 팀장은 팀내에서의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다.
이 대표는 “돈을 벌어온 만큼 성과급을 주게 되면 미래성과를 준비하는 쪽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지고 투자도 안 된다”며 “2~3년후에 성과가 나올 미래성장동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걸맞는 성과급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돈을 많이 벌어 성과급이 많았던 사람들이 제 몫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지만 파이(업무)가 커지면(많아지면) 전체 성과급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조직도 헤쳐 모여! = 조직을 재편했다. 외국계에서는 이미 정착된 조직이다. 우리나라 조직은 한 팀에서 상품설계부터 마케팅, 투자결정까지 모두 하게 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업무단위를 △고객관계를 전담하는 고객그룹, 프로젝트 실무를 전담하는 실행 그룹, 상품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상품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이는 그룹별로 전문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시너지 창출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하나IB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고객은 콘베이어에 올라앉아 있으며 그 옆에 죽 늘어서 있는 각 그룹들이 고객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우리나라 체계는 각 팀에서 모두 소화하려고 해 중복도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IB, 나와라! = 이 대표는 세계적인 IB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우리나라 5대 기업부분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며 “그 이하의 미들마켓(중간시장)을 공략하면 외국계 투자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중형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놓지 않았고 위험도 역시 평가할 수 없다”며 “중형 이하의 그룹들을 상대로 꾸준히 컨설팅 등 관계를 맺어오면 비밀스런 부분에서 나오는 사업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직과 성과체계를 개편하고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 시스템은 계속해서 돌아가게 된다”며 “이미 팀별로 이뤄졌던 사업들이 회사 전체단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들어오는 사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어 직원들도 놀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하나IB는 홍콩과 싱가폴에 IB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미 국내 많은 은행과 증권사들이 IB센터를 내놓았기 때문에 차별성을 갖추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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