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은 9일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으로 인한 미국 자산손실과 부실상각이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충격으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발 부실(7500억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일본 ‘잃어버린 10년’과 양상 판이 =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 Global Finan cial Stability Report)에서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연체가 늘어남에 따라 주거용 주택담보대출 시장과 관련 증권의 건전성 악화로 생긴 손실이 5650억 달러로 추산된다”면서 “상업용 부동산과 소비자 금융시장, 법인 관련 손실까지 모두 합치면 금융권의 잠재적 총손실이 9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9450억달러는 작년 미국 GDP인 14조 달러의 6.8%에 해당하며 작년 한국의 GDP와도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며 지난 2월 경제전문가들이 추산했던 잠재손실규모 600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 IMF는 이와 관련, “지난 6개월 동안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세계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간과 공공기관이 취한 대응조치의효과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브프라임 손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 불과한 반면 90년대 당시 일본의 손실은 GDP 대비 15%나 됐다. 그렇다면 미국 부실이 경제규모에 비해 작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의 경우 은행들이 손실의 상당부분을 담당했다. 반면 서브프라임에서 부실의 절반은 연금, 보험사, 정부 출연회사,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전체 부실의 상당부분은 미국 바깥으로 분산돼 있다. 그 규모는 측정하기조차 어렵다. IMF은 서브프라임 관련, 유럽은행들이 맡고 있는 부실규모가 미국은행들 손실보다 겨우 200억달러 적은, 12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론적으로 손실이 분산되면 금융 시스템이 회복되기가 훨씬 쉽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차입과 대출규모가 급격하게 늘면서 은행과 금융기관이 부실충격에 몹시 취약한 상태에 와 있다. 미국·유럽은행들은 2004~2007년 부외 특수법인을 대거 설립하고 이를 통해 위험자산을 마구 사들이면서도 위험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신 은행간 단기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신용경색이 일파만파로 퍼질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미노 효과’에 따라 한 금융기관이 망하면 연쇄 도산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IMF는 “한 금융기관이 부도나면 기계적으로 5곳의 금융기관이 망하게 돼 있다”고 내다봤다.
◆국부펀드가 일시적으로 구세주 역할 = IMF는 글로벌 신용경색의 근본원인을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 실패 △금융기법의 발달속도에 못 미치는 감독·규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위험분산 △중앙은행 개입에도 불구, 외생환경이 워낙 나빠 제한적인 효과 등으로 꼽았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가계대출·기업투자·자산가격에 모두 악영향을 끼치고 이는 고용과 성장, 건전성에 찬물을 끼얹어 다시 금융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몇몇 은행에 자금경색이 일어나는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위험관리·보수체계·도덕적해이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중기이상의 장기자금 조달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중앙은행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론도 주문됐다.
지난해 이후 중동 등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는 안정적인 자금원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함으로써 금융기관 구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각 금융기관의 주가반응은 개별사례마다 제각각이었고 아직 그 효과분석이 체계적으로 되지 않았다는 제한요인이 있다.
◆한국 등 신흥시장도 안전하지 못해 = IMF는 한국 등 신흥시장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잘 견뎌왔으나 과도한 외부차입확대로 신용경색 국면에서 급속히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적자 상태에서 성장률 대비 부동산가격 급등을 겪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상태가 나빠짐에 따라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언제라도 자금제공을 중단할 수 있고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유입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금융기관들이 아직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신흥시장 채권투자를 꺼리게 되고 이에 따라 자금조달비용은 더 높아지게 된다. 아울러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중남미 등 원자재값 앙등효과를 누렸던 신흥국가들조차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IMF는 경고했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거시·금융지표가 위험수치까지 가 있지는 않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외차입규모는 IMF에서 제시한 안정수치를 상회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외국에서 꾸어온 돈은 GDP 대비 -13.9%로 IMF 기준치 -10%보다 밑돌고 있다. IMF는 “주요국 은행들이 대외자금지원의 긴축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국내 저축에 비해 과도한 대외차입을 한 동유럽국가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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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충격으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발 부실(7500억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일본 ‘잃어버린 10년’과 양상 판이 =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 Global Finan cial Stability Report)에서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연체가 늘어남에 따라 주거용 주택담보대출 시장과 관련 증권의 건전성 악화로 생긴 손실이 5650억 달러로 추산된다”면서 “상업용 부동산과 소비자 금융시장, 법인 관련 손실까지 모두 합치면 금융권의 잠재적 총손실이 9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9450억달러는 작년 미국 GDP인 14조 달러의 6.8%에 해당하며 작년 한국의 GDP와도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며 지난 2월 경제전문가들이 추산했던 잠재손실규모 600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 IMF는 이와 관련, “지난 6개월 동안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세계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간과 공공기관이 취한 대응조치의효과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브프라임 손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 불과한 반면 90년대 당시 일본의 손실은 GDP 대비 15%나 됐다. 그렇다면 미국 부실이 경제규모에 비해 작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의 경우 은행들이 손실의 상당부분을 담당했다. 반면 서브프라임에서 부실의 절반은 연금, 보험사, 정부 출연회사,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전체 부실의 상당부분은 미국 바깥으로 분산돼 있다. 그 규모는 측정하기조차 어렵다. IMF은 서브프라임 관련, 유럽은행들이 맡고 있는 부실규모가 미국은행들 손실보다 겨우 200억달러 적은, 12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론적으로 손실이 분산되면 금융 시스템이 회복되기가 훨씬 쉽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차입과 대출규모가 급격하게 늘면서 은행과 금융기관이 부실충격에 몹시 취약한 상태에 와 있다. 미국·유럽은행들은 2004~2007년 부외 특수법인을 대거 설립하고 이를 통해 위험자산을 마구 사들이면서도 위험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신 은행간 단기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신용경색이 일파만파로 퍼질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미노 효과’에 따라 한 금융기관이 망하면 연쇄 도산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IMF는 “한 금융기관이 부도나면 기계적으로 5곳의 금융기관이 망하게 돼 있다”고 내다봤다.
◆국부펀드가 일시적으로 구세주 역할 = IMF는 글로벌 신용경색의 근본원인을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 실패 △금융기법의 발달속도에 못 미치는 감독·규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위험분산 △중앙은행 개입에도 불구, 외생환경이 워낙 나빠 제한적인 효과 등으로 꼽았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가계대출·기업투자·자산가격에 모두 악영향을 끼치고 이는 고용과 성장, 건전성에 찬물을 끼얹어 다시 금융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몇몇 은행에 자금경색이 일어나는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위험관리·보수체계·도덕적해이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중기이상의 장기자금 조달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중앙은행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론도 주문됐다.
지난해 이후 중동 등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는 안정적인 자금원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함으로써 금융기관 구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각 금융기관의 주가반응은 개별사례마다 제각각이었고 아직 그 효과분석이 체계적으로 되지 않았다는 제한요인이 있다.
◆한국 등 신흥시장도 안전하지 못해 = IMF는 한국 등 신흥시장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잘 견뎌왔으나 과도한 외부차입확대로 신용경색 국면에서 급속히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적자 상태에서 성장률 대비 부동산가격 급등을 겪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상태가 나빠짐에 따라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언제라도 자금제공을 중단할 수 있고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유입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금융기관들이 아직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신흥시장 채권투자를 꺼리게 되고 이에 따라 자금조달비용은 더 높아지게 된다. 아울러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중남미 등 원자재값 앙등효과를 누렸던 신흥국가들조차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IMF는 경고했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거시·금융지표가 위험수치까지 가 있지는 않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외차입규모는 IMF에서 제시한 안정수치를 상회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외국에서 꾸어온 돈은 GDP 대비 -13.9%로 IMF 기준치 -10%보다 밑돌고 있다. IMF는 “주요국 은행들이 대외자금지원의 긴축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국내 저축에 비해 과도한 대외차입을 한 동유럽국가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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