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
탐욕과 무책임이 낳은 경제괴물
1년전 이맘때까지 우리는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던 경제괴물이 세계경제를 덮쳤다.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 이름 그대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라는 괴물이 그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괴물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히 생소한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전에는 불가능했을 금융대출과 파생금융상품이 ‘선진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먹어갔고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으며 신용평가기관은 무책임한 신용평가로 불행의 씨앗을 키웠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자체가 과거에는 신용부족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즉 프라임고객이 아닌 비우량고객(서브프라임)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제도다. 물론 집을 담보로 잡았지만 이미 고평가돼 있는 부동산시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한 대출기관은 NINJA론(No Income, No Job or Account Verification OK Loan)이라는 상품까지 내놓았다. 무(無)소득, 무(無)직업, 무(無)은행계좌 상태여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돈 빌리는 게 우선이므로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청구해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환방법도 악마의 매력같은 것이었다. 2/28이라는 변동금리 대출상품에는 마법이 숨어 있었다. 2년 동안은 저금리로 갚다가 그 이후부터는 금리가 치솟는 이 상품은 지속적으로 소득이 늘거나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잔치는 끝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대출금은 연체됐고 집은 압류당했다.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은 더 떨어졌고 압류당한 집을 경매로 팔 수도, 팔더라도 대출금을 상환할 수도 없었다. 단지 대출금을 빌려준 금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출을 토대로 수없이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금융기관들을 부실상태로 내몰았으며 미국경제를, 나아가 유럽과 세계경제 전체를 불안함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말았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서브프라임사태가 무서운 것은 그 끝이 어딘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내일 끝날 수도 있지만 희망사항일뿐, 1년을 갈지 10년을 갈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때맞춰 나온 서브프라임 관련 2권의 책이 유독 눈에 띈다.
21세기 경제괴물 서브프라임의 복수(에가와 유키오 저/김형철 편역/선암사/1만3000원)와 서브프라임(하루야마 쇼카 지음/유주현 옮김/이콘/9800원). 두 권 모두 지은이가 일본인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자산가격 폭락에서 시작된 불황으로 ‘잃어버린 10년’을 이미 겪은 선배다. 당시 일본에게 처방전을 가르치던 미국인 교사들 중에는 벤 버냉키, 티모시 가이스너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뉴욕 연방은행 총재로 서브프라임 대책마련의 최일선에 서 있다.
일본인 눈에 비친 미국발 불행의 시작과 끝이 어떨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브프라임’이 일본책다운 그림과 그래프로 좀더 읽기 쉽게 쓰여진 반면 ‘서브프라임의 복수’는 기자 출신의 옮긴이가 다양한 자료와 용어해설로 업무에까지 도움이 되도록 만든 점이 차이다.
결론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서브프라임의 복수’는 앞으로 이 문제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과 이후 투자전략을 결론으로 담았다. ‘서브프라임’의 결론은 제국의 붕괴다. 미국의 주택신화는 끝났고 소비로 버텨온 미국에게 구매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유가로 대변되는 자원가격 폭등은 확인사살에 가깝다.
비극은 강 건너 불구경일까. 남의 일처럼 듣지 말라는 권고는 두 책 모두의 결론에서 찾을 수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탐욕과 무책임이 낳은 경제괴물
1년전 이맘때까지 우리는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던 경제괴물이 세계경제를 덮쳤다.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 이름 그대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라는 괴물이 그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괴물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히 생소한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전에는 불가능했을 금융대출과 파생금융상품이 ‘선진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먹어갔고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으며 신용평가기관은 무책임한 신용평가로 불행의 씨앗을 키웠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자체가 과거에는 신용부족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즉 프라임고객이 아닌 비우량고객(서브프라임)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제도다. 물론 집을 담보로 잡았지만 이미 고평가돼 있는 부동산시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한 대출기관은 NINJA론(No Income, No Job or Account Verification OK Loan)이라는 상품까지 내놓았다. 무(無)소득, 무(無)직업, 무(無)은행계좌 상태여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돈 빌리는 게 우선이므로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청구해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환방법도 악마의 매력같은 것이었다. 2/28이라는 변동금리 대출상품에는 마법이 숨어 있었다. 2년 동안은 저금리로 갚다가 그 이후부터는 금리가 치솟는 이 상품은 지속적으로 소득이 늘거나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잔치는 끝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대출금은 연체됐고 집은 압류당했다.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은 더 떨어졌고 압류당한 집을 경매로 팔 수도, 팔더라도 대출금을 상환할 수도 없었다. 단지 대출금을 빌려준 금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출을 토대로 수없이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금융기관들을 부실상태로 내몰았으며 미국경제를, 나아가 유럽과 세계경제 전체를 불안함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말았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서브프라임사태가 무서운 것은 그 끝이 어딘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내일 끝날 수도 있지만 희망사항일뿐, 1년을 갈지 10년을 갈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때맞춰 나온 서브프라임 관련 2권의 책이 유독 눈에 띈다.
21세기 경제괴물 서브프라임의 복수(에가와 유키오 저/김형철 편역/선암사/1만3000원)와 서브프라임(하루야마 쇼카 지음/유주현 옮김/이콘/9800원). 두 권 모두 지은이가 일본인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자산가격 폭락에서 시작된 불황으로 ‘잃어버린 10년’을 이미 겪은 선배다. 당시 일본에게 처방전을 가르치던 미국인 교사들 중에는 벤 버냉키, 티모시 가이스너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뉴욕 연방은행 총재로 서브프라임 대책마련의 최일선에 서 있다.
일본인 눈에 비친 미국발 불행의 시작과 끝이 어떨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브프라임’이 일본책다운 그림과 그래프로 좀더 읽기 쉽게 쓰여진 반면 ‘서브프라임의 복수’는 기자 출신의 옮긴이가 다양한 자료와 용어해설로 업무에까지 도움이 되도록 만든 점이 차이다.
결론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서브프라임의 복수’는 앞으로 이 문제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과 이후 투자전략을 결론으로 담았다. ‘서브프라임’의 결론은 제국의 붕괴다. 미국의 주택신화는 끝났고 소비로 버텨온 미국에게 구매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유가로 대변되는 자원가격 폭등은 확인사살에 가깝다.
비극은 강 건너 불구경일까. 남의 일처럼 듣지 말라는 권고는 두 책 모두의 결론에서 찾을 수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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