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재 칼럼]민심이 뿔났다

지역내일 2008-04-25
민심이 뿔났다
문창재 (본지 객원 논설위원)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더니, 차떼기 당 낙천자들이 모인 당은 할 수 없더군.”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나간다고 안 샐까!”
“나는 깨끗한 옥양목이요, 하던 당들도 다 마찬가지던데 뭘!”
“그래도 차떼기 당 탈락자 정당보다는 좀 낫더라.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 숙이는 걸 보면 말이야.”
“돈 받아먹고 공천해준 사람들이 돈 받은 건 시인하면서도 대가성 없는 차입금이라고 잡아떼는 걸 보면 측은한 생각도 들더라.”
“돈 받은 것 확인됐으면 잡아넣을 일이지, 대가성 수사는 또 뭐야!”
4·9총선 비례대표 ‘돈 공천’이 화제에 오른 점심모임에서 저마다 저 한마디씩 내뱉은 말들이다. 좀 심한 비유와 감정에 치우친 말이긴 하지만 그대로 인용해 본 것은 정치인에 대한 ‘뿔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함이다.

전문직 등용 참뜻 외면
비난의 화살은 친박연대라는 급조정당에 빗발처럼 쏟아졌다. 비례대표 1번 후보가 16억5000만원을 낸 사실이 들통난 데다가 지역구 당선자 한 사람이 10억원을 뿌린 혐의로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주고받을 수 없도록 개정된 선거법을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어쩌자고 그렇게 간 큰 일을 저질렀는지 참 모를 일이다.
이 정당의 대표가 한 일은 너무 비상식적이다. 비례대표 1번 후보자를 혼자 결정해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도 그렇고, 선거 홍보대행 업무를 자신의 가족이 이사로 있는 회사에 맡겨 예산을 집행한 것도 당을 사당(私黨)처럼 주물렀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한 월권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도는 ‘돈 공천’이니 ‘錢國區’니 하는 비난을 샀던 전국구 제도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각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인사들과 소수자 대표들을 의회정치에 참여시켜 구석구석 국민의 뜻을 반영시키자는 취지다.
그래서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 의원이 태어났고 시민운동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의사당에 자리를 갖게 되었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 홀수 번호가 여성 몫으로 굳어진 것도 그 제도의 정착을 상징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관례에 비추어 보면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는 적임자가 아니었다. 그는 돈 많은 사업가를 어머니로 둔 부유층이고 전문성과도 거리가 먼 너무 평범한 보통 여성이다. 도덕적으로도 떳떳하지 못하였다. 학력과 경력이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박사모란 단체에 가입한 사실도 없는 사람이 그 단체 여성회장 경력을 내세웠다. 어머니가 이사장인 무슨 연구소의 연구관이라는 것도 상식에 반하는 직함이다.
이런 부풀리기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그는 “당 실무자의 실수”라고 말했다. 경력이라는 것은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남이 알 수 없는 것이다. 공천신청서는 본인이 써넣은 대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지 당 실무자가 의원 후보자 학력과 경력을 마음대로 써넣을 수는 없는 공문서다. 재산신고에서는 남편 재산을 빠트렸다. 결혼한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그가 16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당에 냈다는 대목에서는 대번에 ‘아하 그랬구나’ 싶어진다. 처음에는 1억원이라더니, 검찰에 불려가 15억5000만원 더 낸 것을 실토한 모양이다. 그를 발탁한 당 대표는 “선거 비용이 없어 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돈을 낸 대가로 비례대표 1번을 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가성이란 무엇인가. 무명의 젊은 여성이 서민들은 마음도 먹지 못 할 돈을 내고 ‘정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는데 그것이 공천대가가 아니라면 삼척동자도 웃을 것이다. “등록마감 전날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마감 30분을 앞두고 팩스로 받은 명단에 비례대표 1번으로 올라 있어 놀랐다”는 한 당직자의 실토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현실정치에 배반감·절망감
옥양목처럼 희고 깨끗하다던 정당들도 진흙탕에서 놀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정정치를 표방한 신생정당이나, 공천혁명 한다고 요란했던 야당마저 비례대표 당선자에게서 거액을 빌렸다니 이제 무슨 낯으로 ‘깨끗한 정치’를 입에 담을 것인가.
현실정치에 이런 절망감과 배반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여야 모두 부패 전력자의 공천을 배제하겠다면서 클린공천을 외치던 구호를 떠올리면 마치 야바위 사기극을 당한 기분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