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영남패권을 놓고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각을 세우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대통령 경선 때부터 박 전 대표와 갈등하기 시작해 최근 ‘복당’ 문제에서는 대립각을 명확히 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조건없는 완전복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강 대표는 “내가 대표로 있는 한 복당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선룰’에서 시작해 ‘복당’까지 갈등 심화 =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대통령 경선과정에서 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걸고 ‘경선룰 중재안’을 내 놓으면서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4·9총선 공천과정과 선거기간, 복당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박 전 대표는 3월 14일 영남을 중심으로 직계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하다”면서 “꼭 살아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공천갈등은 후보등록 하루 전인 3월 23일 기자회견 전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공천은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며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 대표를 겨냥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강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 공천 시비 말라” “선거결과 모두 책임질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선거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은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심화됐다. 각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요청이 쇄도하자 강 대표는 2일 관훈클럽초청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에게 지원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 후인 4일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을 충청북도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박근혜-박근령’ 자매는 ‘육영재단 운여권’을 놓고 송사를 벌였으며, 지난해 당내 경선 때는 박근령씨가 이명박 후보를 도왔다는 소문(?)까지 돌아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두 사람은 최근 ‘복당’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11일, 박 전 대표는 낙천한 친박계 당선자 24명과 회동을 갖고 ‘조건없은 완전복당’을 요구했으나, 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첫 주례회동을 갖고 ‘조기전당대회’와 ‘복당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전 대표는 22일 당선자워크숍과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강 대표는 워크숍과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으며, 다음날 평화방송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대표로 있는 한 복당은 절대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강 대표, 불출마로 대망론 구체화 = 박 전 대표와 강 대표의 서로 상생의 관계였다. 박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할 때 강 대표가 대구 달성을 추천했으며, 두 번의 대선 패배 후 한나라당의 얼굴로 박 전 대표를 세우는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도 2006년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 만들기’에 나섰으며, 지난해 4·25 재선 참패 후 강 대표의 사퇴논란이 불거질 때 강 대표를 옹호했다.
그런데 강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서로 각을 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 안팎에서는 “영남패권을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 사정을 잘 아는 한 전직 의원은 “강 대표가 대권의 꿈을 버리지 않았으며, 대망론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남에서 박 전 대표와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가 공개적으로 대권을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나름대로 대망론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부의장을 등에 업고 있는 강 대표가 새 정부에서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고, 향후 대권을 준비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대표가 총리를 꿈꾸고 있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며, 새정부 5년 동안 이 대통령의 힘을 빌려 영남권의 맹주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영남권의 정서는 수도권과 온도차가 있다. 대구의 한 시의원은 “두 사람이 경선과 공천을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강 대표가 영남패권을 놓고 박 전 대표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섣부른 해석”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대표의 대망론은 결국 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당내 경선 때부터 친이며박측은 인수위 시절부터 박 전 대표의 영남 대항마로 강 대표를 고민해 왔다. 특히 한나라당의 주류가 영남에서 수도권으로 교체됐지만, 영남권의 주도권을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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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룰’에서 시작해 ‘복당’까지 갈등 심화 =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대통령 경선과정에서 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걸고 ‘경선룰 중재안’을 내 놓으면서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4·9총선 공천과정과 선거기간, 복당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박 전 대표는 3월 14일 영남을 중심으로 직계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하다”면서 “꼭 살아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공천갈등은 후보등록 하루 전인 3월 23일 기자회견 전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공천은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며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 대표를 겨냥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강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 공천 시비 말라” “선거결과 모두 책임질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선거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은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심화됐다. 각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요청이 쇄도하자 강 대표는 2일 관훈클럽초청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에게 지원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 후인 4일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을 충청북도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박근혜-박근령’ 자매는 ‘육영재단 운여권’을 놓고 송사를 벌였으며, 지난해 당내 경선 때는 박근령씨가 이명박 후보를 도왔다는 소문(?)까지 돌아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두 사람은 최근 ‘복당’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11일, 박 전 대표는 낙천한 친박계 당선자 24명과 회동을 갖고 ‘조건없은 완전복당’을 요구했으나, 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첫 주례회동을 갖고 ‘조기전당대회’와 ‘복당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전 대표는 22일 당선자워크숍과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강 대표는 워크숍과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으며, 다음날 평화방송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대표로 있는 한 복당은 절대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강 대표, 불출마로 대망론 구체화 = 박 전 대표와 강 대표의 서로 상생의 관계였다. 박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할 때 강 대표가 대구 달성을 추천했으며, 두 번의 대선 패배 후 한나라당의 얼굴로 박 전 대표를 세우는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도 2006년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 만들기’에 나섰으며, 지난해 4·25 재선 참패 후 강 대표의 사퇴논란이 불거질 때 강 대표를 옹호했다.
그런데 강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서로 각을 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 안팎에서는 “영남패권을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 사정을 잘 아는 한 전직 의원은 “강 대표가 대권의 꿈을 버리지 않았으며, 대망론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남에서 박 전 대표와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가 공개적으로 대권을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나름대로 대망론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부의장을 등에 업고 있는 강 대표가 새 정부에서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고, 향후 대권을 준비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대표가 총리를 꿈꾸고 있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며, 새정부 5년 동안 이 대통령의 힘을 빌려 영남권의 맹주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영남권의 정서는 수도권과 온도차가 있다. 대구의 한 시의원은 “두 사람이 경선과 공천을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강 대표가 영남패권을 놓고 박 전 대표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섣부른 해석”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대표의 대망론은 결국 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당내 경선 때부터 친이며박측은 인수위 시절부터 박 전 대표의 영남 대항마로 강 대표를 고민해 왔다. 특히 한나라당의 주류가 영남에서 수도권으로 교체됐지만, 영남권의 주도권을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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