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기자의 장외시장]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선임까지

결선투표 박빙, 한표 차 승부

지역내일 2008-03-20
‘낙하산 감사’ 파동으로 외부압력 크게 줄어
이팔성 전 사장 선거운동도 안 해 … 단수후보 논란

지난 17일 오후 10시, 후보추천위원 9명의 눈에서 빛이 났다.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장인 박상용 연세대 교수의 탁자 앞엔 투표용지 넉 장씩 두 패로 나눠 있었다. 4대 4였다. 덮여있던 투표용지는 마지막 한 장. 정적이 흘렀다. 박 교수는 특유의 몸짓으로 마지막 한 장을 펼쳤다. ‘이정환’이란 이름 옆에 브이(V)자가 표시돼 있었다. 5대 4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주웠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최종 후보에 오른 세 명은 자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6시간에 걸친 최종면접 = 최종면접시간은 1인당 70분을 원칙으로 했지만 넘기기도 했다. 3명이니까 면접만 4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이야기를 충분히 듣겠다는 게 위원회의 생각이었다. 면접기준은 △KRX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와 개선 능력 △시장 친화적 경영 능력 △국제화 감각과 글로벌 경영 능력 △자본시장 공적 기능에 대한 이해 △ 업무 추진력 등 5가지. 위원들의 고민은 최종후보 이정환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 남상구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3명의 면면을 보면 이 기준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위원들은 후보들과 상당기간 동안 부대끼고 살았을 만큼 잘 알고 있었다.
이정환 본부장(54)은 2005년부터 거래소에서 일했고 전홍렬 전 금감원 부원장(60)은 2005년부터 금감원 시장회계ㆍ증권담당 부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남상구 원장(62)은 한국증권거래소 비상임이사(1994~2000년) 등을 거쳐 증권선물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이 출자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의 원장직을 맡고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박상용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사외이사인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김지수 카이스트대 교수, 권영준 경희대 교수, 조성렬 동아대 교수와 함께 이상호 증권업협회 상무와 홍재관 선물협회 전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상장법인 대표 등 모두 9명이 참여했다.

◆최대 피해자 이팔성 대표, 전홍렬 전 부원장 = 이팔성 현 서울시향 대표는 서류심사 후 열린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A 위원은 “이 대표는 전 우리증권 사장으로 충분히 최종결선투표에 오를 만 했지만 과거 ‘감사 사태’ 때문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6년과 2007년에 청와대는 각각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예탁결제원의 감사 자리에 청와대발 낙하산을 내려앉히려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B 위원은 “낙하산 인사 문제가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었다”며 “또 문제가 된다면 4월 총선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는 부산, 거래소 노조 등의 여론에 밀려 선거운동도 거의 하지 않았고 마지막엔 사실상 자진사퇴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1차 심사는 10명의 후보자를 상대로 위원 한 명이 두 명의 후보에게 기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표는 3명으로 압축하는 1차 투표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금융감독원장 내정설도 있어 반드시 피해자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전 전부원장은 금감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피해를 봤다. 금감원 출신들은 3년내 관련기관의 임원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공직자윤리위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다. 윤리위 결정은 20일로 예정돼 있었다. B 위원은 “추천위원들은 전 부원장에게 윤리위 관련 내용을 물었고 20일에 결정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C 위원은 “2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당일로 예정된 전 전부원장에 대한 윤리위 결정을 전제로 전 전부원장에게 표를 던지기엔 리스크가 컸다”고 설명했다.

◆외압 적었다? = 외압은 많지 않았지만 논란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A 위원은 “외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적었다”고 말했고 B 위원과 C 위원도 “외압은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PK(부산 경남)쪽의 힘이 컸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빙의 경쟁에서 이 본부장이 강만수 경제부총리와 같은 경남 출신이고 김지완 사장, 김지수 카이스트대 교수, 조성렬 동아대 교수 등이 부산파로 분류되는데다 부산 시민단체와 증권선물거래소 노조, 현 이영탁 이사장이 공개, 비공개로 밀었다는 얘기다.
최종후보를 단수로 추천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주주인 증권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복수로 추천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주주들인 증권사가 주총에 참여해 가부만을 투표하라는 것은 승인해달라는 얘기 밖에 아니다”면서 “미국에서도 최종 CEO후보는 복수로 내는 추세이고 단수로 내더라도 대주주와 상의를 거쳐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B 위원은 그러나 “법으로 후보추천위원회 설치를 명시한 것은 거래소의 공공성이며 단수추천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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