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 절망시대 사는 젊은이의 슬픔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5-14
<신문로 칼럼=""> 절망시대 사는 젊은이의 슬픔
김영호/시사평론가



이 나라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하루 하루가 절망과 고통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대학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도 적성과 상관없이 수능점수를 서열화된 대학과 학과에 맞추어 들어가야 한다. 고교 교실이 붕괴되었다지만 대학도 취직예비학교로 전락하여 그곳에는 학문이 증발했다. IMF 사태이후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취업경쟁률 100대1은 보통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재수, 3수하다 보면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지만 그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수도권 고교졸업생의 절반이 지방대학에 다닌다. 많은 학생들이 강남 일대에서 버스를 타고 통학한다. 고속도로에서만 왕복 3~5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차비로 1만원은 나간다. 통학버스가 출근시간 고속도로를 꽉 메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부모 눈치보며 학업을 마치지만 직장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서울지역의 이름난 대학출신만 고른다. 실력은 묻지 않고 간판만 따진다. 학벌차별을 절감한다.
입학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별로 없을 만큼 대학가 풍속도도 달라졌다. 해고의 바람이 40, 50대 가장을 강타하여 학비조달이 어렵게 되자 많은 학생들이 휴학한다. 취직재수를 위한 도피처로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학비부담으로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 경기회복을 기다려 졸업을 미루거나 군대에 일찍 간다. 세계화 시대에 취직하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취직 위해 댄스학원 성형외과 찾는다
취업전선이 치열하자 대학생들도 과외공부로 몸살을 앓는다. 각종 수강료가 등록금 못지 않게 부담이 과중하다. 토익점수를 올려야 하고 영어회화도 익혀야 한다. 웹마스터니 웹디자이너니 해서 몇 개월짜리 컴퓨터 과정도 듣는다. 일반기업의 취직문이 좁으니 각종 국가고시에 몰린다. 전공,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매달리니 학교수업은 몰라라 하고 학원으로 달려간다. 논술강좌에다 더러는 면접고사를 위해 자세를 교정한다며 댄스학원에도 다닌단다. 용모차별은 얼마나 심한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형외과를 찾아 얼굴을 뜯어 고친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는 노동정책이 고용조건을 악화시켜 직장을 얻어도 차별대우가 심하다. 인턴사원이라고 해서 몇푼을 주다 더러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이 정규직에 비해 절반에 그치고 각종 사회보험혜택도 없다. 비정규직비율이 전체노동자의 58.4%로 높아져 정규직을 기대하는 게 아예 무리다. 학력간 임금격차도 심해져 고졸자는 더 슬프다. 97년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치면 대졸자는 145.5였는데 99년에는 그것이 151.7로 벌어졌다.
학문에 뜻을 둔다면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한다. 어렵사리 석-박사를 따더라도 대학에서 시간강사 얻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강사료는 고작 시간당 1만3천~3만원이라 이 대학, 저 대학에서 3강좌를 얻어 뛰더라도 한달에 60만~90만원쯤 번다. 차비와 점심값을 빼면 빈손인데 방학에는 그나마도 없다. 기초생활보장법상 4인가족 최저생계비가 96만원이니 극빈자가 따로 없다. 그래서 ‘대학의 보따리 장사’니 ‘캠퍼스의 노예’니 하며 자조한다.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관변-민간연구소에도 불어 닥쳤다. 효율성만 강조하며 인력감축만 능사로 안다. 닷컴이 붕괴되면서 훈풍을 노래하던 인터넷 분야에도 삽시간에 삭풍이 몰아쳤다. 생명기술(bio-tech)은 아직 발전단계가 일천하다. 금융산업과 건설산업도 몇년째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숙련인력을 쫓아내고 있어 핵심인력의 공동화가 심각하다. 일자리를 잃은 고급두뇌들이 이 나라에서 희망을 접고 앞다투어 해외탈출을 서둔다.
산업구조에 일대변혁이 일어나면서 고용인력의 감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경기의 호-불황에 따라 인력의 감원-증원을 반복하는 이른바 정리해고는 고용불안에 이어 사회불안까지 조장한다.

고용 흡수력 제고 위한 중-단기 대책 시급
신자유주의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빈민화 정책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적정규모의 잉여인력을 사내에 유보해야 경기변동에 효율적-능동적 대처가 가능하다.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노동분산은 고통분담만이 아니라 경영전략 차원에서도 주효하다. 그런데 정리해고를 맹신하는 노동정책이 고용불안을 필요 이상으로 고조시킨다.
산업혁명이후 기계화가 많은 일자리를 파괴했듯이 정보화-자동화도 같은 발전단계를 거치기 마련이다. 초기단계에서 고용수요의 감소라는 마찰적 현상은 필연적인 것이다. 하지만 정보기술 분야는 이 단계를 넘어서 이미 가시적인 고용창출을 이룩하고 있다. 정보산업 종사자가 작년 10월 63만 명으로 전년보다 18만 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산업간의 자원배분을 재조정하고 고용흡수력을 제고할 수 있는 중-단기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구조조정이란 말을 인력감축과 동의어로 남발하면서 그것이 정치구호로 변질된 느낌마저 준다. 젊은이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는 사회는 인간의 급진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영호/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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