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연세대 교수)

“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 3박자 맞아야”

지역내일 2001-05-15 (수정 2001-05-16 오후 2:13:19)
한국교육의 위기론이 올 상반기 우리 사회를 흔들더니 최근 들어 교육을 살리자는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교육열과 이로 인한 우수한 인적자원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임을 절감하
기 때문이다.
본지는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현 연세대 교수)을 만나 우리 교육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
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교육의 위기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과외가 극성을 부리는 현상, 학습부진
과 학교폭력, 학교 및 교사의 권위상실, 사기저하 등을 생각하면 우리 교육의 위기를 부정하기란 어
려울 것입니다.

가정·사회는 외면, 학교에만 책임전가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위기를 불러온 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학벌위주 사회가 교육의 파행을 야기시켰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류대학을 나와야 출세
가 보장된다는 생각은 입시경쟁을 부추기고, 시험위주의 학생선발 및 능력평가는 중등교육을 온통
입시준비를 위한 전쟁터로 만듭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중등교육의 획일적이고, 주입적이며, 암기위주 수업방식에 식상해 있고, 학교수업
내용도 진학목표에 미흡하다고 생각하므로 자연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집니다.
아울러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간 세대격차 심화와 아파트 문화의 확산도 최근 논의되는 교실파괴
의 주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 바로 이 3곳이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헌데 핵가족화 등 비정형화된 가
족구조와 급변하는 사회분위기는 학교에만 그 역할을 떠넘겨왔습니다. 학교가 과부하에 걸린 것입니
다.

저소득층에도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해야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교육이 사회적 부와 지위 세습에 기여하고, 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습니다. 원인은 무엇이고, 극복방안은 있을까요.
사회경제적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2세는 풍성한 문화환경 속에서 고객과외의 혜택마저 받게
돼 상대적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그들이 출세의 사다리를 손쉽게 오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서구 여러 나라의 경우, 자본주의 사회가 자기 정당화를 하기 위해서는 불우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자도 교육기회의 평등화를 통해 사회적 계층상승이 가능해야 한다는 게 기본입장입니다. 따라서 이
들 나라에서는 누구나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적어도 대학까지 무료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교육기회가 부에 크게 의존하므로, 계급의 고착화 우려가 무척 큽니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다양한 대책마련이 요구되어 지는군요.
제가 정부에 있을 때 위성교육방송, 방과 후 교육활동, 농어촌 특례입학 확대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빈곤층의 교육기회를 높이려 애를 썼습니다.
대안학교 설립, 특수교육 발전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소외계층의 교육기회를 넓히려고 노력
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앞으로 무료 유아교육의 확대, 실비 예체능 교육을 제공하는 지
역문화센터 활성화 등을 통해 서민들도 최소한의 문화환경에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대입전형방식의 다양화, 대학장학금 및 학자융자금의 확대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민 자제가 많이 가는 전문대 및 각종 특성화 대학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성교육방송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주십시오.
현재도 위성교육방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이를 활성화시킬 경우 저소득층에 대한 균형있는 교육
기회 제공 및 사교육비 경감에 톡톡한 효과를 볼 것입니다. 우선 별도의 지출이 필요없어 교육비 부
담이 없고, 농어촌 등 외진 곳까지 송출이 가능합니다.
향후 학생이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토록 발전해 간다
면 효과적 대안이 될 것입니다.

평준화 해체하면 10대부터 출세 갈림길 우려
요즘 영재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한편에서는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
고 있습니다. 이들 정책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건강하고 견고한 대중교육의 바탕 위에서 영재교육의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아침에 평준화 교육체계를 허무는 데는 반대합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평준화는 빛과 그림자를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단순히 효율성 차
원에서 재단해 평준화가 중등교육 위기의 주범으로 몰아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평준화를 해체하면 경쟁적 입시전쟁이 한 단계 낮아져서 중학교육은 엉망이 되고, 다시 일류고등학
교가 등장합니다. 패자부활전이 마땅치 않은 우리 나라에서 자칫 10대 중반부터 출세의 갈림길이 갈
라질까 두렵습니다. 때문에 평준화 교육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소지역별로 ‘선지원 후추첨’제도
를 활성화하고, 아울러 수준별 교육과정을 보다 내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재교육은 기존의 특목고 등과 함께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쇄신이 필요합니다.

선지원 후추첨제도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주신다면.
우선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교를 지원하고, 지원자가 모집정원보다 많을 경우 (별도의 수행평가없이)
추첨을 해 선발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얼마간 수요자 선호를 반영할 수 있고, 공급자간 경쟁도 유도
할 수 있습니다.

본고사 부활은 사교육 폭증 부채질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는 연간 7조원에 이르지만 실제는 수 십 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이 우세합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적절한 융합은 어려울까요.
공교육이 주가 되고, 사교육이 그 미비한 구석을 보완한다면 문제가 안되지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되니 걱정입니다. 대체로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하
는 형국입니다.
이같은 원인은 무엇일까요. 초등교육의 경우 열린교육 등을 통해 교수·학습방법이 많이 달라졌습니
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경쟁적 입시교육 열풍에 휘말려 새로운 교수·학습법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수업개혁이 지지부진합니다. 이에 학생들은 교실수업에 식상하고, 아
예 외면하게 됩니다.
물론 학급사이즈 때문에 교사와 학생간 상호작용이 어렵고 개별화 교육이나 팀워크 교육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입니다. 최근 비교적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고등학교의 대부분은 평준화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창의성을 발휘해,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능
력을 키워준다는 것입니다.

입시위주로 짜여진 초·중등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셨는데, 대입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씀
해 주십시오.
대입전형에서 지나치게 단선화와 투명성을 강조하고, 객관식 시험을 위주로 하면 세상 흐름에 역행
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한 다양화·특성화하고, 시험에서도 주관식을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선발기간도 3학년말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슬기로운 일이지요, 특례입학이나 올해 실시되는 수시모
집 제도 등은 처음에 부작용이 나타나겠지만 얼마간 시행착오를 거치면 진일보한 제도하는 것을 알
게 될 것입니다.
다만 본고사 부활은 안하는 게 좋아요. 몇 몇 일류대학이 본고사를 부활하면, 곧 타 대학으로 확산
될 게고, 이는 과외를 더욱 폭증하게 할 것입니다.

학교교육은 교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교사는 교육변화의 축입니다. 교사가 학습자와 교감하며, 열정과 헌신으로 학생에게 다가설 때 교육
개혁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선생님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열악한 환경과 박봉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
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며,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
다.

21세기가 원하는 인적자원은 ‘창의성’
기업체 등에서는 대학교육이 산업체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산하지 못한다고 불만이 높습
니다. 대학교육의 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대학이 보다 쓸모있는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주문식 교육’으로 성공
한 전문대학의 편재 및 교과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깊고, 넓고, 유연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기능뿐
만 아니라 장기적 능력제고를 위한 지식과 정보, 지혜와 인성을 두루 갖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창의성 개발이 선결과제입니다.

교육부가 부총리로 승격되는 등 인적자원에 대한 비중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
우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법학, 의학 등 특정학과에 편중되거나 국가고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
습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적자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평소에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에 할 일을 택할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가 △내가 무엇을 잘하는
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
다.
‘일과 놀이’를 함께 할 때, 또 그 일에 자긍심을 가질 때이며, 이 때 가장 창의성이 샘솟기 때문입
니다.
앞으로 사회의 산업구조, 고용구조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일생 직업을 몇 번 바꿀 각오를 해야 하
며, 미리 앞서서 어느 분야가 유망하다고 전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산업사회의 유망직
업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지요.
어느 분야에 있든지 각 개인은 창의성과 팀워크, 디지털 능력과 수리능력, 시민의식 등을 고루 갖춰
야 할 것입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