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칼럼>

지역내일 2008-04-02
<박영규 칼럼="">

사이코패스와 공복

사이코패스형 인간의 범죄가 잦아지고 있다. 요즘 엽기적 범죄는 아무런 원한이나 이해관계 없이 이상심리를 가진 범죄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게 특징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자들의 심리상태를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한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이성과 감정이 결여된 상태다.
이런 인간은 자신의 행위와 목적,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 한다. 다만 타인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에는 관심이 없고 남을 해치고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게임하듯 범죄를 즐기고 여러 사람을 살해하고도 당연한 일을 한듯 당당한 게 특징이다. 따라서 자신이 받을 처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충동이 일어나면 즉시 해버리고 남이야 뭐라든지 말든 자신의 목적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 ‘양들의 침묵’은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엽기적 연쇄살인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 FBI 수습요원이 수감 중인 전직 정신과의사를 찾아 도움을 청하는 데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직 의사는 그 스스로 환자 9명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정신이상자였다.
어쨌든 연쇄살인범은 수감 중인 전직 정신과의사의 조언으로 신출내기 FBI 요원에 의해 검거된다. 그러나 정신과의사는 범인의 정체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는 도중 교도관을 엽기적으로 살해하고 탈주한다. 사건은 종결되고 얼마 후 탈주한 의사는 거리에서 유유히 활보하며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주변 어디든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상징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이코패스형 범죄자는 유영철로 지목된다. 그는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0개월 간 서울 지역에서 21명이나 되는 부유층 노인과 여성들을 잔혹한 방법으로 연쇄살해했다. 그는 부유층에 대한 불만과 이혼 뒤에 느낀 여성에 대한 혐오증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범행을 범죄로 인식하지는 않는 태도를 보여 유족이나 시민들의 분노를 더하게 했다.
얼마 전 네 모녀를 무참히 살해해 암매장한 전직 야구선수를 보자. 그는 남의 가정을 무참히 파괴하는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위는 잊은 채 친척에게 자신의 아들을 잘 보살펴달라는 유서를 남기는 뻔뻔함을 보였다. 이처럼 반사회적 인격장애 상태의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지만 자기 주변에 대한 연민은 강한 모양이다.
그런데 흉악범들만 이런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는 건 아닌 듯하다. 남의 고통쯤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 이들을 ‘유사성 사이코패스’로 부른다면 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공복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은 경찰도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엊그제 경기도 일산에서 하굣길 어린이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흉기를 든 괴한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장면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것도 훤한 대낮에 집 앞에서 당한 일이어서 충격은 더했다.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는 어떨까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안양 초등학생 혜진양과 예슬양의 엽기적인 유괴살인 사건의 실상이 드러나 그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터였다. 다행히 어린이가 고함을 치고 이웃 여대생이 달려가 구해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일이다.
그러나 경찰은 무감각했고 반응이 더뎠다. 당연히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 증거가 뚜렷한 납치미수임이 분명함에도 경찰은 단순폭행으로 간주했다. 그나마 사흘이 지나서야 수사에 나서며 진상이 알려질까 쉬쉬했다. 범인 검거도 대통령의 면박을 받은 직후였다. 국민의 불안을 걱정하기 보다는 통치권자의 호통을 더 무서워하는 인상을 보였다.
안양 초등학생 유괴사건 때도 그랬다. 혜진양과 이슬양 유괴 살해범은 두 어린이의 집 인근에 혼자 사는 남자였다. 유괴사건은 피해자 주변부터 조사하는 게 상식인데 경찰은 그 점을 간과했다.
지난해 제주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재작년 서울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도 이웃에 사는 남자가 범인이었다. 통계적으로도 어린이 성폭행사건 10건 중 2건 가량이 이웃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런데도 어린이 실종이나 부녀자 폭행사건을 시급하고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경찰의 심리상태가 의심스럽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나몰라라 하며 남의 일로 치부한다면 어찌 경찰을 공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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