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넘어

지역내일 2008-04-14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넘어
임현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아름다운 꽃이 넘치는 계절이다. 속세의 탁류와 분답(紛沓)을 떠나 싱그러운 마음을 가질 만하다. 봄에 피는 꽃은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보면 열매라는 결실을 위해 꽃이 지는 자연의 법칙을 생각하지 못한다.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바라보는 것이 오늘의 세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피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권력무상을 느낄 때 떠오르는 말이다. 권세를 둘러싸고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피어 있는 꽃이 아름답다면 지는 꽃은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창조를 위한 결실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총선 표심으로 본 민의
한국 정치사를 통해 화무십일홍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산업화 시대가 저물면서 민주화 시대가 열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화 이후에는 보수와 진보 정권 사이의 주기적 교체가 있어왔다.
노태우정부, 김영삼정부라는 보수적 정권에 뒤이어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라는 진보적 정권이 나타났다. 보수적 정권이 물러나고 진보적 정권이 들어섬으로써 권력이동과 함께 정책변화가 뒤따르면서 단절과 계승이 계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가라고 반추해 볼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출현도 진보에 대한 보수의 재(再)반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실용 패러다임이라는 세계화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앞서, 보수의 결집을 가져오게 한 진보의 과오를 지적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에 무력한 민생정책, 대중의 실생활에 다가서지 못한 부동산정책, 북핵위기에 소홀한 대북정책, 한미동맹을 후퇴시킨 동북아균형자론 등 일련의 정책실패가 그것이다.
이번 제18대 총선 결과는 국민의 정치 불신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거의 중심에 있어야 할 정당의 역할 부재가 정치불신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기본색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정당이 계파정치와 지역주의에 의해 구속되다 보니 제대로 된 정강정책을 찾기 힘들었다. 자질과 능력이 문제되는 전략공천자도 많았다. 결국 정책도 이슈도 없는 총선에 참여할 동기가 따르지 않았다. 대운하같은 핵심 이슈를 피해가는 집권당과 민생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반대당 사이에서 격론과 시비를 가리기 어려웠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절차적 단계를 넘어 심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투표율이 워낙 낮다 보니 유권자 10명 중 한두명의 지지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전국 245개 지역구 중 43개 지역의 당선자들은 유권자로부터 20% 미만의 득표로 원내에 진출하게 되었다. 실질득표율이 10%도 안되는 당선자도 있다. 바로 국민 대표성의 결여다.
표면적으로 국민은 여야에 대해 안정과 견제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여 과반을 넘겼지만 이는 국정의 독자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전체 상임위원회 과반수에 해당하는 168석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일방적 독주는 일단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친여 무소속(18석), 친박연대(14석), 자유선진당(18석)과 연합할 경우 개헌까지도 가능한 재적의원 2/3를 넘는 거대보수로 변신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래 두번째 맞이하는 여대야소는 단순히 여권의 의회장악이 아니라 구진보로부터 신보수로의 실질적 권력 이동을 의미한다. 새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중심의 정책과 법안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배경이다.
구미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낮은 투표율로 인해 대표성의 약화를 겪고 있다. 기존 체제에 만족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보다 참여해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유권자의 박탈감이 깔려 있다. 영국과 같은 민주주의 원조(元祖) 나라가 후발 민주주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투표제’의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역설도 대의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고육책이다.

대의와 참여의 변증법
결국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를 활발하게 유도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와 같이 규모가 큰 민주주의의 경우 직접적 시민참여의 기회와 통로를 넓힘으로써 대의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시민참여는 정부의 의제설정부터 정책 수립, 결정, 평가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운미팅, 이익집단, 정당정치 등 시민참여의 방식은 여러가지다.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유용한 것도 있고 익숙하지만 취약한 것도 있다. 한국 민주주의 퇴행을 막기 위해 앞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민참여의 주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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