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와 개헌논의
이경형 (언론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새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18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뭘까. 연합뉴스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복지제도 정비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53.4%) ‘규제 완화를 위한 각종 법과 제도 정비’(18.8%) ‘남북관계 개선 및 통일 기반을 위한 제도 정비’(7.5%) ‘국회의원 선거구 개편’(5.9%) ‘대통령 중임제 개헌’(4.3%)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일반 국민들이 민생 시각에서 시간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할 순서를 꼽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60년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 볼 때, 18대 국회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골간으로 한 현행 헌법인 ‘87체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현행 헌법체제가 과연 21세기 한국의 미래 건설에 적합한가를 권력 구조면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인권, 지방자치,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심도 있게 논의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의원 및 의원당선자 21명이 국회 연구단체로 ‘일류국가 헌법연구회’를 발족시키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정치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틀 20년 주기로 바뀌어
1948년 건국과 함께 제정된 우리 헌법은 20년 전후를 주기로 변천해왔다. 1969년(3선 개헌)~72년(유신헌법)엔 3공화국 박정희 정권을 비상대권체제로 바꾼 것이었고, 이로부터 18년 뒤인 1987년엔 6월 시민항쟁으로 군부독재통치를 종식시키고 이른바 민주화의 길을 연 것이다. 우리 헌법은 20년을 주기로 틀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헌정 변천이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국가발전의 패러다임 전환과 궤를 같이해왔다고 할 때, 이제는 선진화의 20년을 위해 여기에 걸맞은 헌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10년 간 진보정권 등장에 따라 한국 사회의 진보, 보수 또는 좌·우 이념의 스펙트럼도 크게 넓어졌고 그 만큼 정책 노선의 다양성도 커졌다. 과거 냉전시대 반공이데올로기가 압도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지방자치의 정착화로 국정도 중앙집권적 운영에서 지방분권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도 미국식 양당 제도가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이제는 풍토병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개헌 논의는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쇠고기 개방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화급한 현안은 현안대로 대처하되 호흡을 길게 갖고 일반 국정과제와는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
작년 초 정치권이 노무현 전대통령이 제안했던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와 4년 중임제 등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을 18대 국회 초반에 논의하자고 했던 만큼, 의원 개인 차원의 연구단체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헌정특위 같은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 이번 논의는 ‘원 포인트’ 개헌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의원내각제 채택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다루는 것이 좋다.
만약 개헌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차기 대선·총선 때는 적용될 수 있는 ‘2012 체제’의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기초를 닦아야 한다.
시간적으로 역산하면 △2012년 새 헌법에 의한 대선·총선 실시 △2011년 개헌안 국민투표 및 확정 △2010년 여야 합의 개헌안 마련 △2008년 후반기 개헌 공론화 등의 시간표를 상정할 수 있다. 이번 개헌 논의는 쿠데타나 시민혁명 등 정치적 사건의 결과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봐야 한다.
여야가 개헌 공론화를 한다면 우리 사회의 이념 다양성, 발전단계 등을 고려할 때, 비록 2공화국 당시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원내각제 권력구조의 적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기를 권하고 싶다. 승자 독식체제의 대통령제로 인한 정치 갈등이 국가발전에 소모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데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치권에 타협의 정치문화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9개월 정도 늘여서 현 대통령 임기와 같이 하되, 대통령은 4년 중임제로 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2012년 12월에 동시 실시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개헌논의 진정성 알려야
현행 헌법대로 간다면 2012년은 1년 내내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온 나라가 정치판에 휘둘릴 것이 불보듯 뻔하다. 두 임기가 일치되면 2010년의 지방선거는 자연스레 중간선거가 되어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자칫 민생이 심각한데 웬 느닷없는 개헌 타령이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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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형 (언론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새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18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뭘까. 연합뉴스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복지제도 정비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53.4%) ‘규제 완화를 위한 각종 법과 제도 정비’(18.8%) ‘남북관계 개선 및 통일 기반을 위한 제도 정비’(7.5%) ‘국회의원 선거구 개편’(5.9%) ‘대통령 중임제 개헌’(4.3%)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일반 국민들이 민생 시각에서 시간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할 순서를 꼽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60년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 볼 때, 18대 국회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골간으로 한 현행 헌법인 ‘87체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현행 헌법체제가 과연 21세기 한국의 미래 건설에 적합한가를 권력 구조면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인권, 지방자치,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심도 있게 논의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의원 및 의원당선자 21명이 국회 연구단체로 ‘일류국가 헌법연구회’를 발족시키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정치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틀 20년 주기로 바뀌어
1948년 건국과 함께 제정된 우리 헌법은 20년 전후를 주기로 변천해왔다. 1969년(3선 개헌)~72년(유신헌법)엔 3공화국 박정희 정권을 비상대권체제로 바꾼 것이었고, 이로부터 18년 뒤인 1987년엔 6월 시민항쟁으로 군부독재통치를 종식시키고 이른바 민주화의 길을 연 것이다. 우리 헌법은 20년을 주기로 틀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헌정 변천이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국가발전의 패러다임 전환과 궤를 같이해왔다고 할 때, 이제는 선진화의 20년을 위해 여기에 걸맞은 헌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10년 간 진보정권 등장에 따라 한국 사회의 진보, 보수 또는 좌·우 이념의 스펙트럼도 크게 넓어졌고 그 만큼 정책 노선의 다양성도 커졌다. 과거 냉전시대 반공이데올로기가 압도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지방자치의 정착화로 국정도 중앙집권적 운영에서 지방분권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도 미국식 양당 제도가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이제는 풍토병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개헌 논의는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쇠고기 개방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화급한 현안은 현안대로 대처하되 호흡을 길게 갖고 일반 국정과제와는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
작년 초 정치권이 노무현 전대통령이 제안했던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와 4년 중임제 등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을 18대 국회 초반에 논의하자고 했던 만큼, 의원 개인 차원의 연구단체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헌정특위 같은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 이번 논의는 ‘원 포인트’ 개헌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의원내각제 채택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다루는 것이 좋다.
만약 개헌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차기 대선·총선 때는 적용될 수 있는 ‘2012 체제’의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기초를 닦아야 한다.
시간적으로 역산하면 △2012년 새 헌법에 의한 대선·총선 실시 △2011년 개헌안 국민투표 및 확정 △2010년 여야 합의 개헌안 마련 △2008년 후반기 개헌 공론화 등의 시간표를 상정할 수 있다. 이번 개헌 논의는 쿠데타나 시민혁명 등 정치적 사건의 결과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봐야 한다.
여야가 개헌 공론화를 한다면 우리 사회의 이념 다양성, 발전단계 등을 고려할 때, 비록 2공화국 당시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원내각제 권력구조의 적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기를 권하고 싶다. 승자 독식체제의 대통령제로 인한 정치 갈등이 국가발전에 소모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데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치권에 타협의 정치문화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9개월 정도 늘여서 현 대통령 임기와 같이 하되, 대통령은 4년 중임제로 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2012년 12월에 동시 실시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개헌논의 진정성 알려야
현행 헌법대로 간다면 2012년은 1년 내내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온 나라가 정치판에 휘둘릴 것이 불보듯 뻔하다. 두 임기가 일치되면 2010년의 지방선거는 자연스레 중간선거가 되어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자칫 민생이 심각한데 웬 느닷없는 개헌 타령이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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