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하는 정부의 재벌정책

지역내일 2001-05-17
현 정부의 재벌 정책이 도전 받고 있다.
민심이반과 경기침체, 거기에다 집권 후반의 레임덕이라는 3각 파도에 직면한 현 정부의 재
벌정책인 ‘5+3 원칙’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경련과 자유기업원 등을 앞세운 재벌들의 파상공세는 일단 16일 정부와 재계의 ‘정·재
계 간담회’로 봉합 수순을 밟는 듯 하다. 진 념 재경부총리 등 경제장관과 30대 그룹 구조
조정본부장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 규제와 관련된 정책 개선을 위
해 민·관 합동 태스크 포스를 구성, 이달 말까지 집중적으로 점검한 뒤 개선방안을 마련하
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이날 간담회는 재벌 정책의 기본 방향인 ‘5+3원칙’의 기본틀을 지키는 선에서 출자총액
제한의 예외 규정을 확대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타협안 쪽
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요컨데 ‘재벌정책의 기본틀은 고수하되 기업의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한다’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론을 이끌어 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결론이 ‘최종 답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첫째로 재벌
들의 규제완화 시도가 이번 한번만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기 대문이다. 재계가 기업규제 완
화라는 완곡한 표현 아래 현 정부의 재벌정책 기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근거는 ‘경기침
체’라는 상황논리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앞이 불투명한 경제상황 속에서 규제 중심의 재벌
정책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하반기
에도 여전히 불투명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내년 지자제 선거를 비롯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접어들면 규제완화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의 타협안을 계기로 현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은 사실
상 후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 약체 소수정부이면서도 재
벌개혁의 칼자루를 과감하게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재벌들이 IMF 환란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이며 재벌은 해체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IMF 구제
금융 프로그램이라는 재벌들의 반발을 제압할 수 있는 국제기구의 힘까지 가세했기 때문이
다. 이처럼 유리한 조건 아래 현 정부는 98년 재계와 ‘재벌개혁 5원칙’을 합의하기에 이
른 것이다. 이 5원칙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
적 개선 ▷핵심역량 강화 ▷ 지배주주 및 경영진 책임역량 강화 등이다. 이번에 재계가 들
고 일어선 총액출자제한제도는 바로 이 5원칙에 대한 98년도 합의사항에 대한 약속의 파기
이자 정면 도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재벌개혁의 보다 핵심적인 원리와 원칙은 사실상 김
대중 대통령이 99년 8월 15일 역사적인 날인 광복절 제 54주년을 맞아 선포한 ‘재벌개혁
추가 3원칙’에 있다. 흔히 ‘DJ의 경제 8.15 선언’이라고 알려진 이 ‘재벌개혁 + 3원
칙’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금지 ▷순환출자 억제 및 부당 내부거래 차단 ▷ 부의 변칙
적 상속과 증여 금지이다. 특히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철폐와 부의 세습 방지는 한국 재벌
체제를 실질적으로 개혁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30대 그룹의 대부분이 여전히 금융계열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삼성 그룹을 비롯 부의 세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5원칙
을 99년 말까지 마무리 짓고 추가 3원칙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역사절인 광복절 기념 식사를
통해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5원칙은 재벌들의 도전 앞에 직면해있으며 추가 +3원칙은
사실상 시작도 제대로 못해보고 중도 포기 상태가 돼있는 것이다. 따라서 16일 정·재계 간
담회는 정부 관계자의 표현대로 ‘재벌개혁의 기본틀 고수’가 아니라 ‘재벌 개혁의 중도
포기 합의’라고 고쳐 써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여전히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황제경영과 선단식경영
체질을 못 버리고 있다. 바로 그같은 경영방식은 무분별한 차입경영으로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제공자라는 역사적 심판을 받았으며 이제 그 원죄를 벗어났다는 증거가 현재까
지는 보이지 않는다. IMF 후 현재까지 30대 그룹의 출자액은 전년 대비 68.9%가 증가했고
평균 내부지분율은 1년간 6%나 늘었다. 부채비율이 2년 동안 200% 이상 줄었지만 이는 외
부에서 유입되는 실질적인 자본 증가 없이 계열회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형식적
으로 감축한 결과이다.
IMF 이후 5대 재벌 중 대우는 망했으며 현대는 사실상 시장논리에 의해 해체 수순을 밝고
있다. 과거 30대 그룹 중 10여개가 도산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으며 해체
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과거의 재벌식 경영방식이 심판 받
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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