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지역내일 2008-06-03
12일 EU 리스본조약 비준 찬반 국민투표 실시
노조, 경기악화 여파 우려 …‘반대표’로 정부 압박

아일랜드의 리스본조약 채택을 앞두고 EU(유럽연합)에 불운의 조짐이 감돌고 있다. 반대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일랜드의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조약이 아닌 ‘경제’로 쏠리고 있다. 노조는 조약을 볼모로 브라이언 코웬 신임총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아일랜드 시사주간 ‘빌리지’,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반대표, EU에 대한 거부 아냐” =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1992년 미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아버지 부시를 누르고 역전할 수 있게 한 문구다. 요즘 아일랜드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딱 이 말이 될 것 같다.
12일 EU회원국 중 유일하게 리스본조약 비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지만 국민들의 찬반 여부는 리스본조약 자체가 아닌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투표 찬성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루에리 퀸 전 재경부장관은 “아일랜드인들의 반대표는 EU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994년 이래 아일랜드는 매년 5~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국제 경기악화로 올해 성장률은 1.5%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개월 사이 실업률도 5.5%로 올라 지난해 평균 4.4%를 넘어섰다. 현지투자 기업들의 해외이전도 아일랜드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가장 피해가 큰 부문은 건설. 지난 5년간 성장 원동력이 돼 왔던 건설이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조치로 ‘크런치크레디트’(신용경색현상)가 생기면서 자금이 위축되고 그 결과 판매가 크게 줄어 집값이 급락했다.

◆노조, “외국산 쇠고기 관세장벽 유지하라” = 경제에 대한 우려로 향후 3년간의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는 노조는 이번 투표로 브라이언 코웬 신임 티샥(아일랜드 국무총리)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시작된 정부와 노조의 임금협상은 10%에 가까운 성장혜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 경기가 악화되면서 성장의 절반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아일랜드로서는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 임금 축소가 불가피하다.
농민노조원 1만명은 더블린 거리로 나와 수출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외국산 쇠고기에 대한 높은 관세장벽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위협했다.
패드렉 왈쉬 노조위원장은 “리스본조약은 노조의 고민사항이 아니다”라면서 “국민투표는 세계무역협상을 앞두고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또 다른 영향력 있는 노조도 “리스본조약이 대기업주의 배만 불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해친다”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가 아니더라도 아일랜드국민들이 리스본조약에 반대표를 던질만한 이유도 있다. 리스본조약은 아일랜드의 비토권을 없애면서도 여전히 EU집행위에 속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 내전의 상처가 있는 아일랜드 국민들은 리스본조약 채택이 국제분쟁지역 파병의무 수행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부결되면 유럽 대통령 탄생도 물 건너가 = 이를 대변하듯 여론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 4월 27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Yes’라 답하겠단 응답자는 35%로 급락한 반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자는 31%로 증가했다. 결정을 못했다는 사람은 34%였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찬성은 35%로 같았지만 반대는 18%, 47%가 결정을 못했다고 답했다.
그나마 11년간 집권한 버티 아헌 티샥이 사임하면서 부결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던 ‘큰 문제’는 해결됐다. 열렬한 EU 지지자로 리스본조약 통과를 주도해온 아헌 총리는 부동산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나면서 5월 초 사임했다.
아일랜드가 리스본조약을 부결할 경우 EU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 정치관계자는 “부결은 하반기 EU 순번의장국 기간 동안 대혁신을 가져오겠다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EU의 ‘파워’를 높이기위한 대통령제와, 기존 외교정책대표와 외교관계집행위원의 직무를 통합한 외교총책직 논의도 물 건너가게 된다. 리스본조약 없이는 이 모든 직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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