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기회 교차하는 베트남 건설시장
“매매가 떨어지는데 임대료는 상승”
베트남 정부 강력한 투기대책에 부동산시장 위축 … 수요 두터워 장기전망 밝은 편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보합이거나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베트남 제1의 경제도시 호치민에서 만난 한국 경제인 대부분은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투기대책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호치민의 분당으로 불리는 푸미흥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50%까지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부동산시장의 장기전망은 밝은 편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홍영표 KEXIM(수출입은행 현지법인) 사장은 “베트남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장 기반(펀더멘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수요층이 두터운 만큼 가격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상승, 무역적자 누적으로 위기 =
베트남의 5월말 현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2%나 급등했다.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미얀마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물가상승률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모든 정책역량을 물가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대출금리를 올리고 통화안정채권을 매각하는 등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물가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호치민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당 4500달러까지 치솟은 데다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유석 코트라 호치민무역관 과장은 “부동산과 음식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며 “임금인상 요구가 파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규제 강화, 투기단속으로 부동산시장 위축 =
베트남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은 크게 대출규제와 분양시장 정상화라는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70%를 넘어섰던 은행의 담보대출비율(LTV)을 30%대로 떨어뜨렸으며 대출 금리도 18%로 인상했다. 분양시장 과열로 인해 성행하던 딱지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아파트 착공과 관계없이 진행되던 사전예약제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지난해 말 호치민 지역에서 분양한 더 비스타(The Vista)와 스카이 가든(Sky Garden Ⅲ)이 과열양상을 띄면서 사전분양이 취소된 이후 기초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주택법과 부동산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부터 사전예약을 받으려 했던 벽산건설이 6개월가량 분양을 늦춘 것도 이 때문이다.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 본부장은 “호치민시 외곽지역 부동산 개발사업 지분이 최근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신흥 중산층, 비엣교, 외국인 등 부동산시장 수요 꾸준 =
단기악재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부동산시장의 장기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 경제의 성장동력이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수요층이 두텁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5월말 현재 자동차 수입이 3만54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가 늘어난 것은 베트남 중·상류층의 소비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이상기 GS건설 베트남 사업부문 상무는 “최근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현상은 뚜렷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권에 유입되지 않은 지하자금과 화교와 같은 비엣교(해외거주 베트남인) 자본이 부동산에 유입되고 있는데다 외국인 수요가 두터운 만큼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홍영표 사장은 “6월 이후 베트남 정부가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 환수 조치를 한번더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번더 충격을 주겠지만 신흥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외국인의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6개월에서 1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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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 떨어지는데 임대료는 상승”
베트남 정부 강력한 투기대책에 부동산시장 위축 … 수요 두터워 장기전망 밝은 편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보합이거나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베트남 제1의 경제도시 호치민에서 만난 한국 경제인 대부분은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투기대책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호치민의 분당으로 불리는 푸미흥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50%까지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부동산시장의 장기전망은 밝은 편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홍영표 KEXIM(수출입은행 현지법인) 사장은 “베트남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장 기반(펀더멘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수요층이 두터운 만큼 가격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상승, 무역적자 누적으로 위기 =
베트남의 5월말 현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2%나 급등했다.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미얀마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물가상승률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모든 정책역량을 물가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대출금리를 올리고 통화안정채권을 매각하는 등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물가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호치민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당 4500달러까지 치솟은 데다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유석 코트라 호치민무역관 과장은 “부동산과 음식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며 “임금인상 요구가 파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규제 강화, 투기단속으로 부동산시장 위축 =
베트남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은 크게 대출규제와 분양시장 정상화라는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70%를 넘어섰던 은행의 담보대출비율(LTV)을 30%대로 떨어뜨렸으며 대출 금리도 18%로 인상했다. 분양시장 과열로 인해 성행하던 딱지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아파트 착공과 관계없이 진행되던 사전예약제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지난해 말 호치민 지역에서 분양한 더 비스타(The Vista)와 스카이 가든(Sky Garden Ⅲ)이 과열양상을 띄면서 사전분양이 취소된 이후 기초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주택법과 부동산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부터 사전예약을 받으려 했던 벽산건설이 6개월가량 분양을 늦춘 것도 이 때문이다.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 본부장은 “호치민시 외곽지역 부동산 개발사업 지분이 최근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신흥 중산층, 비엣교, 외국인 등 부동산시장 수요 꾸준 =
단기악재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부동산시장의 장기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 경제의 성장동력이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수요층이 두텁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5월말 현재 자동차 수입이 3만54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가 늘어난 것은 베트남 중·상류층의 소비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이상기 GS건설 베트남 사업부문 상무는 “최근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현상은 뚜렷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권에 유입되지 않은 지하자금과 화교와 같은 비엣교(해외거주 베트남인) 자본이 부동산에 유입되고 있는데다 외국인 수요가 두터운 만큼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홍영표 사장은 “6월 이후 베트남 정부가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 환수 조치를 한번더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번더 충격을 주겠지만 신흥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외국인의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6개월에서 1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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