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튀긴 강냉이, 볶은콩 사는 재미

지역내일 2008-07-02
튀긴 강냉이, 볶은콩 사는 재미
이점순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우리집 아파트 입구에는 토요일마다 ‘뻥튀기 할아버지’께서 오신다. 그러면 나는 늘 2000원 짜리 ‘튀긴 옥수수’ 1봉지나 ‘볶은 검은콩’ 1봉지를 산다.
그렇게 사다 놓으면 주말에 조금 먹고는 그대로 식탁 모퉁이에 얌전히 있다. 먹을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우리집 식구들이 그다지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으니 퇴근 후 남편이 TV를 보면서 거의 의무감으로 먹었다.
가끔 남편이 ‘먹지도 않으면서 왜 사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그런 핀잔에도 불구하고 나의 ‘뻥튀기 옥수수 또는 볶은 콩 사는 취미’(?)는 계속되었다. 어느날 고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가 “엄마, 먹지도 않으면서 왜 또 샀어?” 물었다. 큰 아이의 질문에 나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광안리 바닷가의 앵벌이 토론
나는 대학을 부산에서 다녔다. 대학시절 ‘지우회’라는 서클에 가입하여 주로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여름 방학 때 우리 동기들과 같이 광안리 바닷가에 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 때, 아주 남루한 차림의 초등학교 1학년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껌 한통을 들고 와서 우리들에게 사달라고 하였다. 그 당시 어린 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앵벌이’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 되었던 시기였기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외면하고 있었다.
나 역시 모르는 척하고 딴전을 피우고 있는데 동기 남학생이 나에게 “어지간하면 1통 사주라 마!”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나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 우리가 사주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친구가 무엇이 진정한 사회적 정의냐고 반문하면서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결국 껌은 그 친구가 샀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서 앵벌이가 파는 껌을 사서는 안된다’로 토론회(?)를 마무리한 후 그 일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타향에서 ‘사람살이’의 이런저런 애환을 겪어가던 서른 즈음, 지하철에서 허리 굽은 할머니가 껌과 함께 슬픈 사연이 적힌 종이를 승객들 무릎에 올려놓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 다이어트 식품이래”
광안리 바닷가가 불현듯 생생하게 스쳐가면서 나의 반론에 소금에 절인 배추가 된 친구의 생각이 났다. 그 친구가 말한 뜻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쉰을 바라보는 지금, 젊은 시절 내가 그렇게 소리치던 사회적 정의의 색깔이나 모양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소중한 1000원 2000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요즈음은 그 때 내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큰 아이가 ‘튀긴 옥수수’를 가끔 사서 “엄마! 같이 먹자. 옥수수가 다이어트 식품이래” 하면서 내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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