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설득과 양보 체득 절실 … 민주, 여론을 업는 원내정치 펼쳐야
#장면 1
개원협상이 난항에 빠져있던 지난주 한나라당 의원총회장. 의총이 열리기에 앞서 몇몇 의원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면서 즉석 ‘민주당 성토대회’를 가졌다. 한 초선의원이 “81석 밖에 안되는 X들이 버티면 단 줄 알아”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자, 다른 재선의원은 “들어오기만 해봐. 우린 이래저래 합치면 180석 넘는다구. 저쪽은 우리 절반도 안되잖아. 찍소리 못하게 숫자로 눌러버려야돼”라고 받았다.
#장면 2
등원을 놓고 민주당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맞섰던 지난달 중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등원반대론을 폈다. 박 의원은 “덜컥 등원했다가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를 하면 우리 당은 단상점거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소수야당의원들의 위기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발언이었다.
어렵사리 문을 연 18대 국회가 탄핵공방으로 허송세월했던 17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보단 대치와 마찰, 충돌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려를 증폭시키는 첫 번째 징조는 거대여당 출현이다.
총선에서 간신히 과반수를 넘긴 여당은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순수무소속 등을 영입하면서 조만간 180석을 넘기는 거대여당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81석)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거대여당은 오만에 빠지기 쉽다. 숫자로 밀어붙이면된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100석도 안되는 야당은 피해의식에 몰리면서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파행국회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강경파는 원내정치를 하기보단 수시로 길거리정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의 국회를 만들기위해선 ‘숫자의 유혹’과 ‘오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주문한다.
20년 넘게 한나라당을 지켜온 한 당직자는 “18대 국회가 성공하려면 거대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면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 끝없이 야당을 설득하고 양보하고 관용을 베푸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51%만 챙기는 정치도 주문했다. 이 당직자는 “의원 숫자로만 따지면 100%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욕심을 내는 순간 정치는 파탄으로 빠진다”며 “51%만 갖겠다는 절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전문가는 “18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려면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원내대표가 야당과 함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지, ‘우리가 의원이 몇 명인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정치는 파탄난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선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을 등에 업고 거대여당을 견제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이현우 서강대교수는 “소수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라며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다수당이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야당은) 숫자가 적다고 패배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고 오히려 몸이 가벼우니 신속성과 변화적응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자꾸 (국회 밖으로) 튀어나갈게 아니라 원내에서 룰을 지키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잘 헤아린다면 81석으로도 충분히 거대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선출된 김형오 국회의장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례적으로 여야 대표를 직접 찾아가 만난다. 여야가 소통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김 의장의 바람대로 18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 살아숨쉬는 장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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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협상이 난항에 빠져있던 지난주 한나라당 의원총회장. 의총이 열리기에 앞서 몇몇 의원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면서 즉석 ‘민주당 성토대회’를 가졌다. 한 초선의원이 “81석 밖에 안되는 X들이 버티면 단 줄 알아”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자, 다른 재선의원은 “들어오기만 해봐. 우린 이래저래 합치면 180석 넘는다구. 저쪽은 우리 절반도 안되잖아. 찍소리 못하게 숫자로 눌러버려야돼”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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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을 놓고 민주당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맞섰던 지난달 중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등원반대론을 폈다. 박 의원은 “덜컥 등원했다가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를 하면 우리 당은 단상점거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소수야당의원들의 위기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발언이었다.
어렵사리 문을 연 18대 국회가 탄핵공방으로 허송세월했던 17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보단 대치와 마찰, 충돌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려를 증폭시키는 첫 번째 징조는 거대여당 출현이다.
총선에서 간신히 과반수를 넘긴 여당은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순수무소속 등을 영입하면서 조만간 180석을 넘기는 거대여당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81석)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거대여당은 오만에 빠지기 쉽다. 숫자로 밀어붙이면된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100석도 안되는 야당은 피해의식에 몰리면서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파행국회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강경파는 원내정치를 하기보단 수시로 길거리정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의 국회를 만들기위해선 ‘숫자의 유혹’과 ‘오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주문한다.
20년 넘게 한나라당을 지켜온 한 당직자는 “18대 국회가 성공하려면 거대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면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 끝없이 야당을 설득하고 양보하고 관용을 베푸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51%만 챙기는 정치도 주문했다. 이 당직자는 “의원 숫자로만 따지면 100%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욕심을 내는 순간 정치는 파탄으로 빠진다”며 “51%만 갖겠다는 절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전문가는 “18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려면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원내대표가 야당과 함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지, ‘우리가 의원이 몇 명인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정치는 파탄난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선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을 등에 업고 거대여당을 견제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이현우 서강대교수는 “소수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라며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다수당이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야당은) 숫자가 적다고 패배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고 오히려 몸이 가벼우니 신속성과 변화적응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자꾸 (국회 밖으로) 튀어나갈게 아니라 원내에서 룰을 지키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잘 헤아린다면 81석으로도 충분히 거대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선출된 김형오 국회의장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례적으로 여야 대표를 직접 찾아가 만난다. 여야가 소통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김 의장의 바람대로 18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 살아숨쉬는 장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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