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와 아프리카의 시민사회운동
50년 집권의 기록 보유자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넘겨준 지금 장기 집권의 세계 기록 보유자를 찾는다면 단연 독립 이후 29년째 1인 독재를 계속하고 있는 아프리카 짐바베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연속 여섯번째의 대통령 임기(5년)를 노리고 지난 3월 대선에 출마했다. 예상을 뒤엎고 야당 후보 쓰방기라이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자 투표 결과의 발표를 미루다 국내외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야당 후보의 득표가 47.9%로 그를 훨씬 앞지른 사실을 시인한다. 사실상 쓰방기라이의 당선이었다.
그러나 무가베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야당 후보의 득표가 50%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재선거 실시를 고집했다. 그는 6월말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돼 새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청을 받은 국제 선거감시단은 선거가 “공포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인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장기 독재정권
무가베의 장기 독재에 대해서 세계는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만델라도 무가베의 공포정치를 비난한다. 일본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도 무가배 정권의 제재 문제가 논의됐다. 12일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중국을 빼고는 전 회원국이 짐바베 재제 결의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무가베는 “하나님만이 그 분이 내게 준 권력을 회수할 수 있다”며 국제적인 비판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이다. 하지만 그의 정권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하나님도 예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짐바베가 이렇게 세계의 규탄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무가베의 무자비한 독재 때문일 것이다. 무가베는 가톨릭 신자로 자처하지만 모택동주의를 신봉하는 독재자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아프리카의 정치지도자란 의례 독재자인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시대정신의 변화로 보인다.
1957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영국 식민지 골든 코스트(황금해안)가 가나라는 이름으로 독립한 이후 반세기 동안에 50개가 넘는 나라가 독립했다. 60년대와 70년대에 아프리카 대륙에는 영국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들 신생국들의 민족주의와 아프리카 단결의 열기가 검은 대륙을 풍미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과 냉전의 와중에서 강대국들은 아프리카 신생국들을 갈라놓았다.. 강대국들은 자기편이면 독재나 정권의 부패를 문제 삼지 않았다. 무가베가 모택동주의자로 중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북경정부가 국제사회의 규탄대상인 무가베 정권을 두둔하고 그의 독재정권에 비밀리에 무기를 제공해온 것은 하나의 본보기다.
아프리카에서도 시민사회운동 활동 시작
아프리카 ‘독립의 아버지들’ 중에는 국가 건설이라는 명분 아래 장기 집권을 노리고 군대와 경찰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반대세력을 탄압하거나 정적을 암살하고 지지 세력의 부패를 눈감아주거나 방조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정치와 경제가 낙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기틀을 잡고 있다. 지난 4일 이집트의 사름 엘 사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시민사회조직 회의에는 100개 이상의 비정부조직이 참가했다.
이 회의에서는 아프리카 연합(UA) 정상회담이 무가베 정권에 관해 토의한 내용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아프리카에서도 이제 정치문제가 정치인들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나고 있다는 증후다.
1924년생인 무가베는 금년 84세의 고령이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여러 대학에서 6개의 학위를 얻고 일곱번째로 ‘폭력학’ 학위까지 손에 쥔 학구파다.
20년 간 교사 생활을 하다 60년대 중반 독립운동에 투신한 그는 짐바베를 아프리카에서 국민의 문자 해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90%)로 만들고 유아사망률이 가장 낮고 국민 평균수명이 가장 긴(64세) 나라로 만든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무가베의 공포정치로 떨고 있다. 짐바베의 경제 사정은 파탄 상태다. 한때 남부 아프리카의 곡창지로 알려진 짐바베는 지금 주민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한 기아와 빈곤의 나라로 전락했다.
생필품 부족으로 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금년 말 인프레가 40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장지 한 두루마리 값이 100억 짐바베 달러다(미화 1달러). 화장지보다 돈 부피가 3배나 더 크다.
무가베는 철저한 언론 통신 통제로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짐바베 국민이 한국의 촛불시위를 작동시킨 인터넷과 모바일 폰을 이용할 수 있다면 무가베 독재를 축출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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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집권의 기록 보유자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넘겨준 지금 장기 집권의 세계 기록 보유자를 찾는다면 단연 독립 이후 29년째 1인 독재를 계속하고 있는 아프리카 짐바베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연속 여섯번째의 대통령 임기(5년)를 노리고 지난 3월 대선에 출마했다. 예상을 뒤엎고 야당 후보 쓰방기라이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자 투표 결과의 발표를 미루다 국내외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야당 후보의 득표가 47.9%로 그를 훨씬 앞지른 사실을 시인한다. 사실상 쓰방기라이의 당선이었다.
그러나 무가베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야당 후보의 득표가 50%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재선거 실시를 고집했다. 그는 6월말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돼 새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청을 받은 국제 선거감시단은 선거가 “공포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인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장기 독재정권
무가베의 장기 독재에 대해서 세계는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만델라도 무가베의 공포정치를 비난한다. 일본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도 무가배 정권의 제재 문제가 논의됐다. 12일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중국을 빼고는 전 회원국이 짐바베 재제 결의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무가베는 “하나님만이 그 분이 내게 준 권력을 회수할 수 있다”며 국제적인 비판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이다. 하지만 그의 정권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하나님도 예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짐바베가 이렇게 세계의 규탄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무가베의 무자비한 독재 때문일 것이다. 무가베는 가톨릭 신자로 자처하지만 모택동주의를 신봉하는 독재자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아프리카의 정치지도자란 의례 독재자인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시대정신의 변화로 보인다.
1957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영국 식민지 골든 코스트(황금해안)가 가나라는 이름으로 독립한 이후 반세기 동안에 50개가 넘는 나라가 독립했다. 60년대와 70년대에 아프리카 대륙에는 영국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들 신생국들의 민족주의와 아프리카 단결의 열기가 검은 대륙을 풍미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과 냉전의 와중에서 강대국들은 아프리카 신생국들을 갈라놓았다.. 강대국들은 자기편이면 독재나 정권의 부패를 문제 삼지 않았다. 무가베가 모택동주의자로 중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북경정부가 국제사회의 규탄대상인 무가베 정권을 두둔하고 그의 독재정권에 비밀리에 무기를 제공해온 것은 하나의 본보기다.
아프리카에서도 시민사회운동 활동 시작
아프리카 ‘독립의 아버지들’ 중에는 국가 건설이라는 명분 아래 장기 집권을 노리고 군대와 경찰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반대세력을 탄압하거나 정적을 암살하고 지지 세력의 부패를 눈감아주거나 방조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정치와 경제가 낙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기틀을 잡고 있다. 지난 4일 이집트의 사름 엘 사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시민사회조직 회의에는 100개 이상의 비정부조직이 참가했다.
이 회의에서는 아프리카 연합(UA) 정상회담이 무가베 정권에 관해 토의한 내용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아프리카에서도 이제 정치문제가 정치인들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나고 있다는 증후다.
1924년생인 무가베는 금년 84세의 고령이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여러 대학에서 6개의 학위를 얻고 일곱번째로 ‘폭력학’ 학위까지 손에 쥔 학구파다.
20년 간 교사 생활을 하다 60년대 중반 독립운동에 투신한 그는 짐바베를 아프리카에서 국민의 문자 해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90%)로 만들고 유아사망률이 가장 낮고 국민 평균수명이 가장 긴(64세) 나라로 만든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무가베의 공포정치로 떨고 있다. 짐바베의 경제 사정은 파탄 상태다. 한때 남부 아프리카의 곡창지로 알려진 짐바베는 지금 주민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한 기아와 빈곤의 나라로 전락했다.
생필품 부족으로 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금년 말 인프레가 40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장지 한 두루마리 값이 100억 짐바베 달러다(미화 1달러). 화장지보다 돈 부피가 3배나 더 크다.
무가베는 철저한 언론 통신 통제로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짐바베 국민이 한국의 촛불시위를 작동시킨 인터넷과 모바일 폰을 이용할 수 있다면 무가베 독재를 축출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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