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바쁠수록 돌아가라!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두 가지 행동이 있다. 하나는 ‘바지를 내린다!’이고 또 하나는 ‘볼일을 본다!’이다. 이 두 가지 행동을 순서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난 11일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남북 관계개선과 대북지원을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또 하나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있고 난 후에 피격사건이 일어났더라면 그나마 대통령의 황망(慌忙)함이 지금보다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격사건이 먼저 터지고 국회 연설이 있었다. 피격 보고를 받고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연설문을 고쳐 쓸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아쉬웠다.
앞뒤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사실관계만 놓고 보자. 금강산에서 우리 국민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거기다가 대고 북을 향해 지원해줄 테니 대화 좀 하자고 애처롭게 요청한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정철학을 가진 프로 대통령이었다면 연설문을 읽기 전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먼저 했어야 했다.
‘오늘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 어쨌든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 일로 인해 남북관계에 금이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북측은 성실히 이 일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정직하게 책임을 지기 바란다. 오늘 준비한 연설문은 이번 사건을 보고 받기 전에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조금 어색할 수 있다. 이해하고 들어 달라.’
한일관계도 그렇다. 일본 정부는 14일, 미래지향의 관계 개선에 힘쓰자는 우리 정부의 선창을 외면하고 중학교 교육지침으로 사용될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에 대해 ‘과거에 집착하지 않겠다. 앞으로 잘 해나가자!’ 하고 손을 내밀 때 이미 이런 ‘사고’를 우려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름지기 국제관계란 밀고 당기는 ‘수 싸움’인데, 미리 자기 패를 다 보여주고 말았으니 어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긴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한일관계는 ‘초반 맑음―후반 궂음’이었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지적에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프로 대통령이라면 전임 정부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뭔가 달랐어야 했다. 미리 유화 몸짓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급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747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되었는데, 국내외 사정이 어렵게 됐다고 하더라도, 보기 좋게 목표달성은 못해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야 하는 그 다급함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그럴수록 프로정신을 살려야 했는데, 이 정부는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바쁘게만 세월을 보냈으니 국민이 불안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도 프로답지 못함이 그대로 드러나, 취임 초기의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기 드문 궁지에 몰렸으니 안타깝다 못해 딱하다.
어려움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나라 안팎의 여건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노련한 사공은 잔잔한 물에서가 아니라 풍파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국제 기름값 폭등은 불가항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성난 촛불민심은 얼마든지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었는데도 강경 일변도로 나갔으니 프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예로부터 불은 잠재워야 하는 것이라 했다. 부지깽이 들고 쑤시고 다닌다고 결코 꺼지지 않는다. 어느 바람에 불티가 날아가서 더 큰 불로 활활 타오를지 모른다.
바쁘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기본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국정철학부터 바로세우기 바란다. ‘잘 먹고 잘 살자!’는 표어는 될 수 있지만 철학일 수는 없다. 정부가 ‘실용’이란 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도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엄벙덤벙’ ‘좌충우돌’ ‘되는대로’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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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돌아가라!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두 가지 행동이 있다. 하나는 ‘바지를 내린다!’이고 또 하나는 ‘볼일을 본다!’이다. 이 두 가지 행동을 순서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난 11일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남북 관계개선과 대북지원을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또 하나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있고 난 후에 피격사건이 일어났더라면 그나마 대통령의 황망(慌忙)함이 지금보다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격사건이 먼저 터지고 국회 연설이 있었다. 피격 보고를 받고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연설문을 고쳐 쓸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아쉬웠다.
앞뒤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사실관계만 놓고 보자. 금강산에서 우리 국민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거기다가 대고 북을 향해 지원해줄 테니 대화 좀 하자고 애처롭게 요청한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정철학을 가진 프로 대통령이었다면 연설문을 읽기 전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먼저 했어야 했다.
‘오늘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 어쨌든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 일로 인해 남북관계에 금이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북측은 성실히 이 일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정직하게 책임을 지기 바란다. 오늘 준비한 연설문은 이번 사건을 보고 받기 전에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조금 어색할 수 있다. 이해하고 들어 달라.’
한일관계도 그렇다. 일본 정부는 14일, 미래지향의 관계 개선에 힘쓰자는 우리 정부의 선창을 외면하고 중학교 교육지침으로 사용될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에 대해 ‘과거에 집착하지 않겠다. 앞으로 잘 해나가자!’ 하고 손을 내밀 때 이미 이런 ‘사고’를 우려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름지기 국제관계란 밀고 당기는 ‘수 싸움’인데, 미리 자기 패를 다 보여주고 말았으니 어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긴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한일관계는 ‘초반 맑음―후반 궂음’이었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지적에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프로 대통령이라면 전임 정부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뭔가 달랐어야 했다. 미리 유화 몸짓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급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747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되었는데, 국내외 사정이 어렵게 됐다고 하더라도, 보기 좋게 목표달성은 못해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야 하는 그 다급함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그럴수록 프로정신을 살려야 했는데, 이 정부는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바쁘게만 세월을 보냈으니 국민이 불안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도 프로답지 못함이 그대로 드러나, 취임 초기의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기 드문 궁지에 몰렸으니 안타깝다 못해 딱하다.
어려움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나라 안팎의 여건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노련한 사공은 잔잔한 물에서가 아니라 풍파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국제 기름값 폭등은 불가항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성난 촛불민심은 얼마든지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었는데도 강경 일변도로 나갔으니 프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예로부터 불은 잠재워야 하는 것이라 했다. 부지깽이 들고 쑤시고 다닌다고 결코 꺼지지 않는다. 어느 바람에 불티가 날아가서 더 큰 불로 활활 타오를지 모른다.
바쁘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기본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국정철학부터 바로세우기 바란다. ‘잘 먹고 잘 살자!’는 표어는 될 수 있지만 철학일 수는 없다. 정부가 ‘실용’이란 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도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엄벙덤벙’ ‘좌충우돌’ ‘되는대로’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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