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통 직업교육] ⑤ 이탈리아 문화예술품 보수 전문교육

문화재에 생기 불어넣어 관광객 매년 4천만명 유치

지역내일 2008-07-17
관광업 국민소득 중 12% 차지 … 보수전문가 체계적인 양성

유럽의 전통 직업교육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 연재를 통해 유럽의 장인정신과 지역 전통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교육제도를 집중 조명할 것입니다. 유럽의 국가들은 현악기, 모자이크, 향수, 시계 등 전통과 교육을 융합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전통문화를 잇는 것이 가치 있게 평가되고 이에 대한 체계적 관심과 교육,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편집자 주

이탈리아는 세계 예술문화재의 60%가 집중돼 있는 나라다. 수많은 역사 유적과 예술작품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로마제국의 역사와 르네상스 예술을 꽃피운 국가답게 세계 5위의 관광대국이다. 이탈리아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약 12%(2007년 통계)를 차지하며 관련업계에 260만명이 종사한다. 지난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방문한 관광객이 4100만명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으며 외화수입은 381억달러나됐다. 삼성그룹 전체 직원이 25만명가량되며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70억달러 가량됐다. 관광산업을 ‘굴뚝없는 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통과 문화예술을 잘 보존하고 상품화하면 제조업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다.
특히 로마는 파리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은 도시로 매년 1200만명이 방문한다. 또 세계적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최근 네티즌과 관광지별 웹사이트 조회 건수 등을 통해 분석한 세계 100대 관광지 중에서 이탈리아는 모두 7개 지역이 포함됐다.
로마는 ‘영원의 도시’라고 불린다. 수많은 문화예술품이 존재할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보수 전문가들이 이것을 철저하게 보존해 내고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문화 예술품의 매력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켜 관광객의 발길을 잇게 하고 있다.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세월과의 싸움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생기를 불어 넣는 일은 필수적이다.

◆중국 자금성 보수 등 국제경쟁력 갖춰 = 1939년에 문을 연 로마의 국립보수전문학교(ICR)는 바로 이 같은 문화예술품 보수전문가의 필요에 의해 설립됐다. 설립자인 미술역사학자 세자르 브란디 스스로도 현대적 보수기술과 이론의 기본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이후 ICR은 현재까지 69년간 1000여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문화재부와 예술유산보존및보수담당기구와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어렵고 중요한 작업을 책임지고 있다. 또 기술개발 연구에도 끊임없는 활동을 하며 문화재 보수 관련 핵심 자문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ICR 교수진과 학생들은 해외 보수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시리아와 코소보에서 훼손 유적 보수를 하고 있다. ICR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룹은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전의 ‘거울의 방’ 700㎡ 전 표면을 직접 개발한 특별 효소로 닦아내는 보수작업을 했다. 또 13명의 학생들과 지도교수로 구성된 팀은 북경의 자금성 내 목재와 석재물의 보수공사를 담당했으며 만리장성 부분 보수 책임도 맡았다. 피사탑 관리와 관찰에서부터 유물의 생물학적 실험, 건축물들을 페인트 낙서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특수 니스 연구까지 ICR이 담당하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ICR은 문화재부에 소속된 4년제 국립교육기관이다. 입학을 원하는 지원자들 중 매년 공개시험을 통과한 18명만 받아들인다. 학생선발 시험은 3단계로 실행되며 각 단계에서 60점 이상을 받아야 다음 단계 시험을 볼 수 있다. 1단계는 6시간안에 선택한 예술 작품을 그림으로 재현하는 미술재능시험이며 2단계는 보수과정과 기술을 응용하는 시험이다. 3단계는 영어, 미술사학과 예술작품의 재료와 기술에 관해 서술하는 것이다.
현장실습 때 생길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정기적인 건강진단도 받아야 한다. 등록금은 면제되며 입학시험결과에 따라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외부 현장작업에 참여할 경우 각종 비용이 환불된다.
ICR의 전공분야는 벽화, 캔버스 그림과 판화, 나무, 가죽, 종이 그림 복구가 있다. 또 철, 도자기, 유리, 유약, 금 수공, 상아, 뼈, 호박도 다루며 조각, 모자이크, 자연과 인공석재는 물론 직물 분야 복구도 배우게 된다. 수업은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며 교육과목은 역사, 기술, 화학, 생물, 물리 및 관련법과 문서연구로 구성된다. 실기과목은 보수과정 실습, 과학실험, 현장실습 등으로 이어진다.

◆이탈리아어 완벽히 구사해야 가능 = 첫 3년동안 기본 이론을 배우게 된다. 시험을 통과해야 등반이 가능하다. 수업은 연간 588시간의 이론 교육과 860시간의 실습으로 구성된다. 4년째 마스터 과정은 보수 실기작업에 중점을 둔다. 280시간의 이론수업이 포함된 988시간의 과정이다. 보수기술의 과학적 실험은 물론 논문 제출과 발표를 해야 한다.
2003~2005년 발표된 우수졸업논문 중 10편을 모은 책이 최근 출판됐을 만큼 학생들의 연구 수준도 높다. 7년 전부터 ICR의 학장으로 재직 중인 미술 역사학자 마시모 보넬리 박사는 “이탈리아어를 완벽히 구사해야 하는데다 시험과목 중 하나인 보수기술은 이탈리아에서 미리 배우고 준비하지 않으면 통과하기가 어려워 외국인 학생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온 손재주가 좋은 학생들이 미래의 보수 전문가로 잠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유럽의 미학이나 미술사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소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ICR의 극소수 외국인 학생들은 프랑스 출신이 많다. 대신 외국인 보수전문가나 외국 전문학교 재학생 중에서 특정한 과목을 이수하고자 하는 경우, 규정을 통과하면 3개월간 공부할 수 있다.

보수전문가 명성 어떻게 이어가나

공식·비공식 장인교육 공존
3만여명 중 80%가 여성 … 그림 보수분야 각광받아

이탈리아 정부는 보수전문국가로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국립보수전문학교(ICR) 졸업생에게 대학의 학위와 동등한 자격을 주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렇게 해서 몇 달만에 손쉽게 자격증을 얻는 보수전문가와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CR은 2년 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새로운 규정을 마련한뒤 2009년 새롭게 개교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한 전문가들은 최고의 전문직에 종사하게 될 전망이다.
예술품 보수 관련업은 잠재력이 있는 업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의 보수분야가 주문이 가장 많지만 인플레이션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다. 건축 보수부문은 그림과 비교해 주문 건수가 적지만 시장은 안정적이다.
현재 이 분야 전문가는 3만여명으로 그 중 80%가 여성이고 다수가 젊은층(32세 미만)이다. 1000여명만이 정부기관의 문화재보수작업에 종사한다.
ICR과 같이 공식 교육기관을 거치치 않고 소규모 아틀리에에서 이뤄지는 장인형 교육도 활발하다. 로마의 시내 뒷골목이나 관광객으로 붐비는 상업거리를 지나다 보면 온갖 종류의 아틀리에가 있다.
‘보테가’라 불리는 이 작업실 겸 판매처에서 직접 일을 배워가며 전문기술을 쌓는 과정이 이뤄진다. ‘케르메스’라는 보테가에는 6명의 보수전문가가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연령은 20대 초반에서 50대로 다양하다.
작업실을 연 크리스티나와 피에로는 각각 20년과 30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그녀는 “현재 6명이 함께 일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주문이 있다”고 말했다. 작업실에 찾아오는 구직자들은 실험기간을 거친 후 손기술과 직업에 대한 상식은 물론 공동작업에 필수적인 사회성과 성격도 평가 받는다.
한편, 조직적인 직업조합과 같은 보수전문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문화유산 보존 기업도 있다. 밀라노에서 2004년 ‘오픈케어’라 불리는 예술유산의 보존과 가치부여 및 재정을 담당하는 전문기업이 첫 선을 보였다. 창업목적은 분산돼 있는 예술품보존 전문 직종을 한 곳에 모아 개인 소장품의 관리와 보수를 책임지고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벽화와 그림, 실내 장식품, 목재가구, 카펫, 보석, 오래된 과학 실험 기구 등 다양한 대상의 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오픈케어’의 사업 성공으로 로마, 불로냐, 베네토, 파리 그리고 취리히에도 분점이 생길 전망이다.
이탈리아 전명숙 통신원

문화예술품 전문보수는

다시 튼튼히 만든다는 의미
완벽한 작품이해·과학적 접근·전문가의 손기술 필요

보수라는 뜻의 Restauro는 restaurare의 re(다시)와 staurare(튼튼하게 만들다)를 합성어이다. 다시 단단하고 튼튼히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전문기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유럽에서는 18~19세기 ‘폼페이’와 ‘에르콜라나’의 유적지가 발견된 이후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문화유적 보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당시의 유적보수 개념은 유적이 쓰러지거나 더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수리를 통한 ‘유지’에만 머물렀다.
그 결과 초기 건축의 시대적 특징과 기술, 작품의 예술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가 이루어져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반복됐다. 과거 그림전문 보수가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는 화가들이 보수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화가들은 보수할 작품에 본인들이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했다.
20세기 중반에야 과학적인 기술이 도입됐다. 원작품에 대한 완벽한 재생과 예술적 가치의 보존을 위해 보수과정 이전 작품과 저자의 전문적 연구가 선행됐다. 보수에 대한 현대적 개념의 탄생은 문화예술품 보수분야에 새로운 이론을 완성시켰다.
보넬리 ICR 학장은 “유적과 예술작품의 완벽한 이해, 과학기술과 이론을 동반하는 과학적 접근, 보수 전문인의 손기술 세 가지가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최상의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문화재를 담당하는 문화재부와 보수기술전문교육기관, 그리고 과학 분야에 공헌할 수 있는 대학과 밀접한 상호협력이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전명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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