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개헌

지역내일 2008-07-25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개헌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

요즘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의 목소리가 거세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 80%가 이번 17대 국회에서 개헌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더니 최근에는 국회의장이 개헌논의의 본격적인 시작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0년의 우리 헌정사는, 우선 개헌이 너무 자주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1787년에 건국헌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15회의 개헌이 있었다. 220년 간 16개의 헌법이 있었으니까 한 헌법당 약 14년 간 존속한 셈이다.
우리의 경우 60년간 9차례 개헌을 통해 10개의 헌법이 존재했다. 한 헌법당 평균 6년을 존속한 셈이다. 지극히 단명이다.
프랑스의 경우와 비교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행헌법이 87년에 개정된 이후 21년이나 세월이 흘렀으므로 이제 개헌을 할 때가 되었다는 식으로 ‘21년’의 세월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개헌을 말하기에 앞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제 현행헌법과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져서 더 이상 개헌을 하지 않고는 이 괴리를 메울 수 없게 되었는지 아닌지를 우선 냉철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 개헌역사의 또 다른 특징은 국민보다는 주로 정치권의 이익에 따라 정치권의 주도로 개헌이 이루어져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개헌 내용도 국민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치권만의 관심사항에 초점을 맞춰왔다.

개방형 헌법으로 나아갈 필요성
대통령 임기를 몇년으로 하며 중임을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대통령제로 할 것인지 의원내각제로 할 것인지와 같은 권력구조 부분이 개헌의 주된 화두가 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모든 민주국가에 있어 헌법개정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헌법을 개정하는 종국적인 힘과 권위를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논의의 주도도 국민과 시민사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정도(正道)다.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치권에서 밀실야합을 통해 미리 정해놓고 생색내기용 공청회 몇번 열고 국민의 이름으로 개헌을 했다며 국민을 들러리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헌의 내용에 있어서도 이제 권력구조 부분보다는 주권자 국민의 권리에 관해 보장하고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조항들에 개헌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87년 이후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동으로 그동안 새로운 기본권들이 많이 출현하였다.
정보화 시대가 급진전됨에 따라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통제권이나 알권리와 같은 새로운 정보인권들이 나타났고 이에 대한 헌법상의 근거규정 마련이 시급해졌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헌법상의 명문규정을 통해 외국인도 기본권의 주체로 포함시키는 개방형헌법으로 나아갈 필요성도 커졌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발맞추어 아동과 노인의 권리에 대해 독립된 조항에서 상세한 규정을 두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양극화의 심화에 대처하기 위해, 빈곤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헌법상의 선언적 권리규정들을 보다 구체화하여 이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개헌의 시점도 국민이 정하게 해야 한다.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개헌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곤란하다. 선거일정에 따라 개헌의 시점을 잡아야 한다는 이러한 발상 자체가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정치권의 정치일정에 맞춘 ‘정치권을 위한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국민이 개헌논의 주도해야
요즘은 국제 원유가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국내물가가 급등하는 등 여러모로 경제적 위기상황에 처해있고 또 그만큼 민생도 어렵다. 지금은 차분하게 바람직한 개헌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연구하고 검토할 때다.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민생이 안정되면 그 연구·검토의 결과를 가지고 개헌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어떤 내용의 개헌을 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묻고, 국민들이 주도하는 충분한 개헌논의과정을 거쳐, 국민이 개헌의 최종적인 모습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둘러 정치권의 주도로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개헌’으로 나아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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