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통 직업교육

지역내일 2008-07-29
주: ⑦베니스 ‘무라노’ 섬 유리공예 장인 교육

부: 천년 역사의 ‘유리의 섬’ … 수백년 제조비밀 이어가
부: 장인 ‘노하우’ 광학섬유·항공재·인공장기 제조에 활용


‘모래와 재로 만든 불사조’로 일컬어지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유리. 13세기 최초로 유리를 공업적으로 만들어 유럽에 공급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 섬이었다. 이곳에서 유리 장인들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귀족 신분에 오르기도 하고 귀족과의 혼인도 허용 됐다. 하지만 가마의 축조와 유리 제조기술의 비밀 유지를 위해 섬 밖으로 도망치는 자는 극형에 처해졌다. 당시 유리제조가 나라경제에 끼친 영향과 그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무라노 섬은 여전히 유리공예에 있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리공예의 가업을 물려받아 수십년간 활동하고 있는 장인들이 만든 유리공예품은 예술성이 뛰어나고 실용미가 넘친다. 무라노의 유리수공예 기술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경제위기의 고비를 넘기며 지켜져 온 ‘유리의 섬’ 무라노의 유리수공예 전통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무라노에는 유리 관련 기업만 336개로 이들이 섬 전체 경제의 82%를 차지한다. 이 중 유리제조와 생산업체가 175개로 절반을 넘으며, 생산과 판매 모두 담당하는 기업은 57개, 판매업 전문기업은 77개다. 그 외에도 실내장식품 조립과 전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22개, 유리박물관 등 연구기관들이 있다.

◆아바테 자네티 유리학교, 전통기술 재조명 = 오랜 유리공예의 명맥을 이을 수 있게 한 것은 1861년 개장한 ‘유리제조박물관’과 1862년 개교한 ‘유리제조미술학교’다. 유리제조박물관 개장으로 고대의 유리제조 기술에 관련된 자료의 사용과 유물 보관이 가능하게 됐다. 또 무라노 전통경제와 문화를 재인식하고 보존하려는 의지를 굳히는 기회가 됐다.

유리제조미술학교는 1970년대까지 유리공예 장인들을 대상으로 작업과정에 도움이 되는 예술감각과 미술계획구상 능력, 미적 조화 배워 장인예술가로서의 기본을 획득하는 공간이 됐다. 그러던 중 무라노 유리제조 전통기술을 재조명하는 교육시설을 만든다는 베니스시의 목표아래 80년대 말 ‘무라노국제유리센터’(아바테 자네티 유리학교)로 재탄생 했다.

학교의 핵심 교과는 유리제조장인 교육, 전통과 현대식 예술유리 제작 기술 및 방법, 유리제조 산업 마케팅, 디자인교육이다. 또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리실험반’은 학생들에게 유리의 세계를 이해하고 빛 색 재료라는 측면에서 유리특성을 직접 실험을 통해 터득하도록 한다. 실험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실습교육을 제공한다.

직업인을 위한 워크숍도 실행되며 전통기술전수 외에도 ‘유리’라는 성분 자체의 문화적 사회적 측면을 감안한 검토와 그 과학적 응용성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역할도 담당한다. 이무라노국제유리센터의 교육방침과 목표의 특징은 무라노 지역문화가 현대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즉 유리를 다룰 줄 아는 무라노 장인들의 노련함과 기법이 화학, 생물, 기술 전문가들의 실험 연구와 만나 공동의 연구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국제유리센터는 ‘무라노유리실험연구소’와 더불어 유리성분의 개발에 획기적인 진보를 가져왔다. 이제 유리는 현대산업에 중요한 광학섬유, 절연재, 우주항공자재, 또 인공장기 제조와 같은 생명공학에 이용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로 개발한 기계들은 유리공예 작업 환경도 크게 바꿔 놓았다. 과거에는 작업 중에 뿜어 나오는 연기로 숨을 쉬기 쉽지 않았고 1500도가 넘는 불가마 옆에서의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흡수관이 따로 있고 절연재사용으로 작업장의 기온도 조절 된다.

◆도제식 교육이 더 많아 = 한편, 유리공예 장인이 되기 위한 훈련은 학교보다는 작업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유리공예 장인들은 1000년이 넘게 유리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의 양과 성분을 비밀 수첩에 가득히 채워 기록하고 보존해 오고 있다. 컴퓨터와 화학의 발달이 극에 다다른 현재도 연금술사의 신비에 가까운 그들의 비법은 수제자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무라노 최연소 ‘마에스트로 베트라이오’(유리수공예 장인)인 마르코 세구조(34)는 어릴 적부터 학교수업보다 조부와 부친이 일하던 유리작업장에 가는 것을 더 즐겼다고 했다. 방학에 틈틈이 시작했던 일이 16세에 직업으로 변했다. “여름 한 나절 밖의 온도보다 더 높은 온도의 작업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서면 한 여름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만 했다”고 기억했다.

“이 직업은 배움의 끝이 없다”면서 “유리라는 물질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데 흥분을 느낀다. 짧은 시간에 마쳐야 하는 동작, 깨지지 않게 신경을 집중해야 하고 정확한 지점에서 불어야 하는 것, 그 모두가 하나 둘 익숙해 질 때의 만족감이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60여년을 유리수공으로 보낸 비토리오 페로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인과 보조인들이 금방 배우게 되는 첫 번째 규칙은 말수를 최소한으로 하며, 눈빛 하나로 모든 걸 이해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13살에 작업장 심부름꾼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내가 매일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아침과 오후, 하루 두 번 주점에 가서 ‘마에스트로’가 마실 포도주를 사오는 것이었다. 마에스트로는 작업 중 남은 자투리 유리를 녹여 만든 컵에 본인은 한 컵, 조수에게는 반 컵, 잡일꾼에게는 더 조금 따라주곤 했다”고 기억했다.

규율은 엄격했고 무조건 말없이 복종하는 것이 절대 조건이었다. “모두들 점심식사로 나간 사이에 남은 유리를 녹여 작은 동물들, 재떨이를 만들어 보는 것으로 기쁨을 삼았다”고 회상했다. 뒷전에서 틈만 나면 열심히 배웠던 그는 5년 후 18세에 ‘마에스트로’가 됐다. 60년 경력의 페로 장인은 “진짜 유리공예 장인은 일을 하면서 될 뿐이다”이라고 강조했다 .

이탈리아 전명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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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섬="" 유리공예품="" 어떻게="" 만들어="" 지나="">

주: 가위하나로 탄생하는 손놀림의 ‘예술’

부: 기술발전에도 입으로 불어 만드는 전통 방식 고수

부: 유리 조각기술 개발…“남들관 다르다” 자부심 강해




경력이 많은 유리공예 장인들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마술과도 같은 손놀림이다. 녹은 유리는 젤리같이 혹은 녹은 설탕처럼 흘러내릴 것만 같은데 쉴 세 없이 돌려대는 쇠막대기 끝의 덩어리 유리는 조금씩 기계로 만든 것 보다 더 모양이 일정하고 완벽한 원형에서 접시로, 병으로 변해간다. 쇠막대기 구멍으로 불어대면 비눗방울처럼 부풀어가는 투명한 유리, 정확하게 조정된 힘과 팔 동작으로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진 유리를 가볍게 내려치면 병 주둥이가 깨끗이 잘리면서 완성된다.

현재 무라노에 있는 유리제조 아틀리에는 100여 개 남짓. 대부분 2~3명의 장인들이 전통적인 기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소규모 공방이다. 이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재래식 화로 옆에서 연신 땀을 흘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유리 공예품들을 만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로 점성이 높은 유리 반죽을 1500도 가량의 고온에서 가열해 ‘칸네’라고 하는 긴 대롱을 통해 입김을 불어넣는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위 하나만 손에 쥐고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눈 깜짝할 동안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장인의 손놀림은 한마디로 예술이다.

베네치아 무라노 유리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형태와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사비아’란 모래를 1200도 화덕에 끓인 후 색소를 적절히 배합해 색깔을 낸다. 검정색은 망간, 파랑색은 코발트, 노란색은 카드뮴, 초록색은 산, 빨강색은 금을 색소로 넣는다.

또 이 곳 유리는 크리스털과 유리의 장점만을 이용해 납을 섞는 크리스털 보다 투명도가 높으면서 강도는 일반 유리보다 훨씬 강하다. 무라노 유리 제품으로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 소품에서부터 유리 화병 등의 장식용품, 귀걸이, 시계 등 액세서리, 대형 샹들리에 같은 조명기구까지 다양하다. 가격대 역시 몇 천원부터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제품까지 천차만별이다.

무라노 유리 공예품들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유리 표면에다 조각을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무라노 유리가 1000년의 명성을 이어가는 것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 덕분이다. 남들과는 다른 것을 만들겠다는 유리 대가들의 의지와 자부심은 최고의 명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전명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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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유리공예="" 전통="" 어떻게="" 지키나="">

주: 고품질·신기술·제품개발로 경제위기 극복

부: 복제품으로 부터 보호위해 등록상표 제정




무라노의 유리공예는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어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중 17세기 무라노 장인들의 해외이주와 보헤미아(현 슬로바키아)와 영국의 크리스털 개발은 무라노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무라노 유리공예는 특유의 우아함과 고품질, 신기술과 제품개발을 무기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또 십여 년 전부터 시장에 쏟아지는 중국유리제품도 무라노 유리공예에 위협이 됐다. 하지만 무라노는 이를 계기로 모방이 불가능한 천년 전통의 무라노식 예술유리 제작에 집중했다. 이와 함께 시장성을 넓힐 수 있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소형 장식품을 제작했다. 의상 장식용 액세서리와 동물, 식물모델 장식은 꾸준히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무라노 섬은 유리 관련업의 발달과 무라노 생산제품의 유일성을 보존하고 저질·저가의 복제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베네토 지방법으로 무라노예술유리등록상표(Vetro Artstico? Murano)를 제정했다. 무라노 섬에서 전통기술을 응용하여 제조된 제품에만 기준검사를 통해 상표와 특별 코드가 부여된다. 제품에 직접 쓰인 코드에는 제작소의 소재와 이름을 밝히는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이 상표를 보장받는 기업은 현재 56개에 달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몇 제조업체들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상표를 획득하고자 하는 업체는 증가 추세다.

무라노 유리수공업조합은 수시로 소비자들과 구매업체와의 정보교환 서비스를 활성화해 소비자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 맺도록 관련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상표보호와 선전 등 모든 수단이 이용되고 있다.

또 무라노 유리제조기업, 일반산업체, 수공예 장인조합, 지방 공공 및 민간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들은 2003년 ‘무라노예술유리지부’(DVAM) 유지하고 관련 업체가 새로운 계획을 실행시키는 데에 필요한 환경 관련법 마련을 위해 베니스 지방과 상업회의소의 자문을 요청 했으며 계속해서 유리산업 보호와 성장에 공공기관의 참여와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전명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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