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새로운 변화와 도전] ⑧ 겉도는 미국산쇠고기 안전대책

음식점 주인 “협상 잘해서 소비자불안 해소했어야”

지역내일 2008-06-25
정부 “원산지표시 확대로 불안 제거”
현장 “공무원 부족해 단속 어려워”

오는 7월부터 면적에 관계없이 전국 64만여 곳의 모든 음식점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100㎡ 이상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원산지표시 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10여일만에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18일 광우병위험논란이 제거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하나다. 당초 300㎡ 이상 음식점에서 100㎡ 이상 일반음식점으로 대상을 확대했지만 소규모 음식점이 절대 다수이고, 서민은 소규모 음식점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는 지적에 따라 모든 음식점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정책이 급격히 변함에따라 현장에선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음식점표시제 이행을 단속하는 공무원을 따라나선 현장 취재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업소도 공무원도 준비 부족 = 지난 23일 농산물품질관리원 김포출장소 소속 사법경찰관 2명과 부천시 원미구 환경위생과 공무원 2명은 원미구 관내 음식점의 원산지표시 단속에 나섰다.
이번 단속은 100㎡이상 음식점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 의무제가 시행된 이튿날이어서 단속과 함께 계도와 홍보도 중요한 업무였다.
단속업무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식품의약청안전청(보건복지가족부)과 농산물품질관리원(농림수산식품부) 그리고 원미구청(지방자치단체)이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식약청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식약청은 지자체에 업무를 위임했다”는 게 원미구청 관계자의 설명이었지만 이는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 관계기관의 합동 단속으로 모자라는 인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거리가 있다.
단속에 나서는 공무원들의 분위기도 소극적이었다. 원미구청 환경위생과 담당자들은 “현장에 나가면 업주들의 심정을 잘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좋고 미국산쇠고기 파동 이후 매출도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단속에 나서는 공무원이나 취재하는 기자를 좋게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개정 농산물품질관리법 등이 발효되면 음식점원산지표시 단속을 주로 담당하게 될 농산물품질관리원도 마찬가지였다.
부천과 김포지역을 담당하는 농관원 김포출장소 소속 사법경찰관들도 농산물품질검사 및 품질인증 등의 업무를 하면서 원산지단속을 한다. 이들은 단속 후 위법한 영업소를 발견하면 조서를 꾸며 검찰에 송치하는 업무까지 담당한다. 농관원 김포출장소는 8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원산지표시업무는 2명이 담당한다. 원미구청에 따르면 원미구 관내의 일반음식점만 5500여 곳이 넘는다.

◆형식적 조사로 일관 =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따른 안전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핵심대책 중 하나가 원산지단속이다. 한우를 한우로 팔고, 수입산은 수입산으로 팔아 국민이 불안해 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산지표시제다.
정부 대책에 따라 국을 포함한 쇠고기를 재료로 한 모든 음식은 원산지표시를 해야 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 입장에선 장사도 안되는 데 정부가 ‘굉장한 규제’를 시도하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그동안 하지 않던 일을 해야 하는데 따른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원미구 상동에서 한우정육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55)씨는 “애초 협상을 잘했으면 업소에서 이러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단속 및 계도업무였지만 일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원미구청은 단속에 나가기 하루 전 대상 업소에 미리 연락을 해 협조를 구한 상태였다. “그냥 불쑥 나가면 갈등이 생긴다”는 게 이유였다.
방문한 업소들은 단속에 필요한 서류 등을 미리 준비해 둔 상태였다. 원미구 상동의 또 다른 음식점에서는 “준비를 한다고 해 뒀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처분만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단속에 소요되는 시간은 한 음식점당 30분을 넘지 않았다. 거래명세표 등 장부를 확인하고 냉동고에 있는 고기를 한 번 보는 정도였다. 정부는 고기에서 시료를 채취재 유전자검사를 한다고 했지만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었다.
고기를 보고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를 갖춘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게 현장 업무 담당자들의 이야기다. 안동윤 농관원 김포출장소 팀장은 “눈으로 보고 고기가 서류에 표시된 것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이력추적을 시행하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제대로 단속을 하면 2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7월부터 전국 64만곳의 음식점을 상대로 원산지표시가 시작된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 제도가 실효성있게 정착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인력이 부족했다. 마인드도, 양도, 질도.

부천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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