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역내일 200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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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사상 처음으로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평균 15.4%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투표율은 지역간에 차이가 있었다. 강남과 서초는 2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을 보인 반면 투표율이 13%대에 그친 지역도 있다. 서울시내 학부모의 수만 따져도 250여만명 중에서 절반이 투표를 안한 셈이다.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개표결과는 선두 후보 간에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현 교육감으로 재선에 나선 공정택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주경복 후보를 불과 1.8% 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당선되었다.
교육감 당선자는 승리하기는 하였지만 낮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 수의 6%의 지지로 당선이 되었다는 점이 부담일 것이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보아도 당선자가 우세한 지역은 25개 구 중에서 불과 8개 구이고 나머지 17개 구에서는 차점자에 대한 지지가 더 많았다.
차점자도 실망이 크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많은 기대를 하였던 강북지역에서의 투표율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비록 25개 구 중 17개 구에서 우세를 보이기는 하였지만 차점자가 우세한 지역에서의 득표율 격차는 강남지역에서의 열세를 상쇄할 만큼 크지 않았다.
사상 처음 직선제, 기록에 가까운 낮은 투표율, 1위와 2위 후보 간에 간발의 차이로 판가름 난 개표결과. 관심과 화제를 모았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승자는 누구일까? 전체 유권자 중 6%의 지지를 받은 당선자는 아니다. 25개 구 중에서 17개 구에서 우세를 보인 차점자의 득표율도 6%에 못 미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패배자가 누구인지는 훨씬 더 명확하다. 우선 첫번째 패배자는 초, 중, 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다. 누구보다도 교육열이 높다고 자부하는 학부모들 조차도 상당수가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공교육의 미래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두번째 패배자는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제도이다. 유권자의 15%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라면 그 결과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담보받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시민의 다양한 요구가 늘어가는 사회에서 정작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저조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배자는 개표결과에 관계없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이 지키겠다고 다짐한 우리 나라의 ‘교육’이다.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한 후보는 ‘정권을 심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다른 후보는 ‘특정한 단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소위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대리전쟁의 양상을 보인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이 아니라 ‘정치’를 내세운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나라에서 교육과 관련된 논의는 정치와 이념에 관한 논의로 쉽게 비화되었다. 혹자는 사회적 공론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안들이 결국 ‘정치적’인 사안이 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교육문제야말로 가장 ‘이념적’인 주제라고 강변할 것이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교육문제를 정치나 이념의 잣대로 ‘판가름’하고 ‘편가름’하는 것이 정략적 이익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교육이 정치의 대리전쟁의 무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 진정으로 공교육을 살리려면 보수이든 진보이든 관계없이 정치가 한발 물러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즐비하게 널려 있는 씁쓸한 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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