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지역내일 2008-08-13
중국시평

너와 나의 ‘상생공영’

金景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하나의 세상’을 상징하는 거대한 지구본 위에서 ‘너와 나’라는 주제가가 울려퍼졌다. ‘너와 나’를 ‘하나의 꿈’으로 이어주는 것은 가사에 등장하는 ‘한 집안’이었다.
바로 이 한 집안 축제의 분위기 속에 대만 대표단이 ‘중화타이베이’ 깃발을 들고 입장할 때 대륙의 관중들은 열광했다. 그 열광의 도가니 속에는 1920년대부터 무려 13년에 거친 두 차례 대규모 전쟁을 치렀던 국·공 양당의 주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불공대천의 원수’였던 ‘너와 나’가 한 지붕 밑에서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중국인들과 국제사회는 같은 분단상태에 있는 다른 하나의 ‘너와 나’ 남북한도 ‘한 집안’이 되어 입장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만 남북화해를 상징하는 공동입장은 없었다. 남북화해를 기원하는 박수갈채도 없었다.
불과 열달 전에만 해도 남북한 공동응원단이 경의선을 화해와 협력의 실크로드로 이어가리라 기대했었지만 그 감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 새정부가 들어선 후의 남북관계는 8월의 무더위에도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분명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에 계속 잘못 끼워지지 않나 생각한다.
올해는 또 남북한 정부수립 60돌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남북이 분단정권으로 갈라질 때 그 누구도 분단의 터널이 60년이라는 긴 세월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북 모두 짧은 기간에 상대를 정복하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 믿음은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 신념은 가셔지지 않았다. 1954년의 한반도평화를 논의한 제네바회의에서도 남북한은 모두 상대를 제압하는 자기방식의 통일과 ‘평화’를 원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의 동서냉전 속에서도 남북한은 그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을 그치지 않았다. 상대를 이겨야만 한다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을 치러왔던 것이다. 그 유명한 한강의 기적도 어떻게 보면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신념이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동서냉전이 종식되면서 한반도의 남과 북에는 미·소 대립이 사라진 새로운 공간이 펼쳐졌고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도래했다. 그렇지만 지난 시기의 패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남북관계에 긴장을 불러오는 깊은 원인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어찌 보면 감정적 대응이나 기싸움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남과 북은 서로 상대를 익혀 왔다. 어찌 보면 지피지기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하였다. 그의 말을 빌면 서로가 지피지기한 남과 북은 모두가 승자가 되어야 했다. 그렇지만 제로섬게임에서 서로의 지피지기는 승자가 없는 대결상태나 냉전으로 이어졌다.
윈-윈 게임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말 그대로 서로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0여년 간 남과 북은 긴장과 완화를 번복하면서 갈등과 화합이 병존하는 새로운 패턴을 추구해왔고 그것은 점차 윈-윈의 패턴으로 이어졌다. 그 상징적 결실로 남과 북은 시드니 올림픽과 아테네 올림픽에서 공동입장으로 전세계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박수갈채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울리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강경 대 강격의 패턴으로 회귀한 느낌이다. 한국 새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10·4공동성명’에 대한 태도에 대해 북한은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 후에 터져 나온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의 남북관계로는 풀기 어려운 악재로 될 수밖에 없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상생공영’이 새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상생공영’이 새정부의 출범과 함께 잉태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대립과 갈등을 지향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궁극적인 목표가 상생과 공영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문제는 그 목적을 상대가 ‘지피(知彼)’하도록 하는 노력이다. 그 노력은 그냥 기다린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단추를 잘 못 끼웠으면 풀어서 다시 끼우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다시 한번 ‘너와 나’라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주제가를 떠올린다. ‘나’보다 ‘너’를 앞세워야 ‘상생공영’의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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