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잠자고 있다’

고가(高價) 시설 장비, 효용성·사용계획 따져야

지역내일 2001-06-04
지난 11일 시립도서관 열람실을 찾은 한 시민은 화장실에 갔다온 사이 휴대용 카세트와 영어테이프 등이 도난 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소중한 물건이라 열람실에 설치된 감시용 카메라에 기대를 걸고 도서관 관계자를 만났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감시용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 야간에 필요한 카메라, 주간용으로 설치

시립도서관에는 18개소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94년 2월 도서관이 개관하면서부터 설치되어 있던 것. 하지만 이로부터 7개월 뒤인 94년 9월 시립도서관이 한 보안업체와 무인보안시스템 설치 계약을 체결한 뒤부터 이 장비는 ‘무용지물’이 됐다.

“청사관리용으로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숙직 시 취약지구와 시설을 점검하기 위한 용도로 설치됐다”는 박태동 시립도서관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무인보안시스템이 설치된 이후 감시카메라를 사용할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박 관장도 “감시카메라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감시카메라는 왜 설치된 것일까. 현재 시립도서관에 설치된 카메라는 주간용 흑백으로 야간이나 어두운 곳에서는 물체를 거의 식별할 수 없다. ‘무용지물’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혈세 1천여만원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곳에 쓰여진 셈이 됐다.

게다가 열람실 도난 방지용으로 감시카메라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립도서관 측은 수리나 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미시민복지회관은 영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영사기는 80년대 초반 청소년회관에서 영화를 상영을 위해 구미시가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4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입한 것이다. 영화상영 초기만 해도 시민들이 상당한 호응을 보여 영사기 구입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 10여년 방치 영사기, 감가상각비만 날려

하지만 80년대 후반 이후 시민복지회관에서의 영화상영이 중단되면서 이 영사기는 ‘고철’ 취급을 받게 됐다. 복지회관 4층의 영사실 한쪽 구석에 방치된 채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그 동안 이 영사기를 활용할 계획이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특히 민간업자의 ‘매각 요청 러브콜’에도 응하지 않아 고가 장비의 감가상각비만 날린 셈이 된 것이다.

김경배 시민복지회관 관장은 “시민복지회관에 강당과 영사막이 그대로 있는 한 영사기만을 따로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선산문화회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영사기를 넘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영사기가 방치되어 왔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의 한 기획사 관계자는 “비싼 영사기를 그대로 두느니 지역의 민간업자에게 매각 했었더라면 시민들은 오히려 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고가장비 통합관리대장 필요

이 같은 혈세의 낭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6월1일 개장을 앞둔 구미시농산물도매시장에는 주차관제기가 설치되어 있다. 앞으로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시민의 수가 늘고 주차차량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주차장을 유료화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된 이 관제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시점은 2년∼3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차요금을 내더라도 도매시장을 이용할 정도로 구미도매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 과제가 달성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주차장 유료화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년∼3년 동안의 주차관제기 감가상각비와 유지·수리비는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시가 고가의 장비나 시설을 설치하면서 이용계획과 효용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있다는 점.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장비가 중복 매입되지 않고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계획과 효용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고가의 시설과 장비에 대한 목록도 갖추고 있지 않다. 각 과나 사업단위 별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비와 시설이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선 이에 대한 목록과 사용계획, 사용의 효용성 등이 정확하게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고가 장비의 경우는 특별관리대장을 만들어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의 세금이 사용되지 않는 고가장비에 투입되고, 사용되지 않는 동안의 감가상각비로 소요되고 또다시 수리, 교체 비용으로 지출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이때 ‘내 돈 쓰듯’ 세금을 사용하는 구미시의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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