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10년 변화 놓고 논쟁이라도 하라”
전문가들 “시대정신 천착 노력 안보여” … 소수야당의 무기는 ‘민심의 지지’
82일만에 국회가 정상화되면서 민주당의 ‘야당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대안이 있는 견제야당의 위상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하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에서 연거푸 대패한 뒤 지리멸렬한 모습을 벗지 못해 여전히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의 실책으로 형성된 촛불정국에서도 민주당의 무기력증은 변함이 없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꺾여도 민주당 지지도는 15%대 안팎에 묶여 꿈쩍하지 않았다. 정부와 민심이 정면대결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설자리를 찾지 못했다.
정치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큰 선거에서 두차례나 대패하고도 변화된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많이 나온다. 정체성 논란, 리더십 논란, 무뎌진 ‘야성’에 대한 탄식 등이 간간히 제기됐지만 정작 10년간 달라진 국민의 요구와 이해에 천착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탄핵총선 뒤 한나라당과 현재 민주당 =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은 패배감과 무력감에 시달렸다. 한나라당에 530여만표차로 패했지만 근본원인에 대한 집요한 성찰이 없이 올 4월 총선을 맞았다. 수도권 유권자의 ‘이익투표’에 또다시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는 사이 촛불정국이 전개됐다. 민주당은 “민심을 받들겠다”며 거리로 나섰지만 오히려 10년 동안 변화한 민심지형을 살펴볼 기회를 잃었다.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2004년 ‘탄핵총선’ 패배 뒤 걸었던 모습과 차이가 난다. 당시 박근혜 대표의 주도로 천막당사를 쳤던 한나라당은 돈줄이 마른 가운데에서도 거액을 들여 ‘달라진 민심지형과 향후 5년 뒤 집권을 위해 필요한 일’을 조사·연구했다. 지난해 이명박 후보의 대선압승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실망도 큰 원인이었지만 ‘유권자들이 찍어줄 만한 대안’으로 발돋움하려는 한나라당의 노력도 작용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민주당이 그렇게 오랜 세월 야당을 하고서도 여당생활 10년만에 심각할 정도로 야성을 잃어버렸다”면서 “10년 동안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충고했다.
◆“시대에 맞는 야당역할 찾아야” =
민주당은 172석의 거대여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18대 국회를 출발해야 한다. 과거 평민당,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에는 ‘김대중’이란 강력한 지도자와 ‘호남’이란 든든한 지역기반이 있었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뚜렷한 구심이 없고 호남의 지지도 흔들린 처지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김대중 총재’ 시절처럼 투쟁중심의 강한 야당상이 먹힌다는 보장도 없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민주당도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야당상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이전에는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싸우는 강한 야당상을 바랬지만 지금은 싸우기만 하는 야당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상황에 맞는 야당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우 교수는 “시대정신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표현했다.
시대와 국민의 변화상을 놓고 내부논쟁이라도 치열하게 벌이라는 주문도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민주당이 여당 10년이란 기득권에 중독 돼 여도 야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에 빠져 있다”면서 “달라진 민심지형이 무엇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라도 벌여야 지금처럼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과거식 정파싸움이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정운영을 도울 건 돕더라도 비판할 땐 객관적 입장에서 신랄하게 짚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전문가들 “시대정신 천착 노력 안보여” … 소수야당의 무기는 ‘민심의 지지’
82일만에 국회가 정상화되면서 민주당의 ‘야당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대안이 있는 견제야당의 위상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하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에서 연거푸 대패한 뒤 지리멸렬한 모습을 벗지 못해 여전히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의 실책으로 형성된 촛불정국에서도 민주당의 무기력증은 변함이 없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꺾여도 민주당 지지도는 15%대 안팎에 묶여 꿈쩍하지 않았다. 정부와 민심이 정면대결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설자리를 찾지 못했다.
정치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큰 선거에서 두차례나 대패하고도 변화된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많이 나온다. 정체성 논란, 리더십 논란, 무뎌진 ‘야성’에 대한 탄식 등이 간간히 제기됐지만 정작 10년간 달라진 국민의 요구와 이해에 천착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탄핵총선 뒤 한나라당과 현재 민주당 =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은 패배감과 무력감에 시달렸다. 한나라당에 530여만표차로 패했지만 근본원인에 대한 집요한 성찰이 없이 올 4월 총선을 맞았다. 수도권 유권자의 ‘이익투표’에 또다시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는 사이 촛불정국이 전개됐다. 민주당은 “민심을 받들겠다”며 거리로 나섰지만 오히려 10년 동안 변화한 민심지형을 살펴볼 기회를 잃었다.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2004년 ‘탄핵총선’ 패배 뒤 걸었던 모습과 차이가 난다. 당시 박근혜 대표의 주도로 천막당사를 쳤던 한나라당은 돈줄이 마른 가운데에서도 거액을 들여 ‘달라진 민심지형과 향후 5년 뒤 집권을 위해 필요한 일’을 조사·연구했다. 지난해 이명박 후보의 대선압승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실망도 큰 원인이었지만 ‘유권자들이 찍어줄 만한 대안’으로 발돋움하려는 한나라당의 노력도 작용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민주당이 그렇게 오랜 세월 야당을 하고서도 여당생활 10년만에 심각할 정도로 야성을 잃어버렸다”면서 “10년 동안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충고했다.
◆“시대에 맞는 야당역할 찾아야” =
민주당은 172석의 거대여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18대 국회를 출발해야 한다. 과거 평민당,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에는 ‘김대중’이란 강력한 지도자와 ‘호남’이란 든든한 지역기반이 있었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뚜렷한 구심이 없고 호남의 지지도 흔들린 처지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김대중 총재’ 시절처럼 투쟁중심의 강한 야당상이 먹힌다는 보장도 없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민주당도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야당상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이전에는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싸우는 강한 야당상을 바랬지만 지금은 싸우기만 하는 야당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상황에 맞는 야당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우 교수는 “시대정신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표현했다.
시대와 국민의 변화상을 놓고 내부논쟁이라도 치열하게 벌이라는 주문도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민주당이 여당 10년이란 기득권에 중독 돼 여도 야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에 빠져 있다”면서 “달라진 민심지형이 무엇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라도 벌여야 지금처럼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과거식 정파싸움이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정운영을 도울 건 돕더라도 비판할 땐 객관적 입장에서 신랄하게 짚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