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6년만에 동네 구경해요”

서울 강북구 ‘이주여성 동네 한바퀴’

지역내일 2008-08-25
“수유동이 왜 수유동인 줄 아세요? 삼각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넘칠 정도로 많다는 뜻이에요.” “바깥을 보세요. 태극기가 걸려있죠? 1년 365일 항상 이런 모습이에요. 태극기 거리랍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거리를 달리던 한 관광버스에서 때아닌 동네 소개가 흘러나온다. 안내인은 문영임 강북문화원 사무국장이다. 지역에 사는 이주여성을 위해 마련한 한나절 소풍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다.

◆“20만원 받았어요?” =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사집온 여성 17명이 아이를 안고 업고 구청을 찾았다. 0~12세 아이들 10여명을 위해 자원봉사자 16명이 함께 했다. 우리말에 익숙치않은 여성들이 아이에게 신경을 뺏기지 않고 ‘관광’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응엔티미린씨~ 하티리씨~ 어디 계시죠?”
김현풍 구청장이 함께 출발하며 ‘출석’을 부른다. 특히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에게 관심이 크다.
“20만원 받았어요?”
강북구에서 지급하는 출산축하수당을 받았느냐는 뜻이다. 응엔티미린씨가 아이가 10개월이 되도록 받지 못했다고 답변한다. 즉석에서 동 주민센터를 통해 정보부족으로 지급받지 못한 이들을 파악한 뒤 지급하도록 조치가 취해졌다.
30여분간 구청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를 마친 뒤 관광버스가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문영임 문화원 사무국장은 지나치는 곳마다 세심한 소개를 잊지 않았다. 첫 목적지는 천도교 봉황각. 의암 손병희의 독립의지가 담긴 곳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2호다. 김 구청장이 안내를 자청하며 해박한 역사 지식을 자랑하기도 했다.
귀화한 조선족 부부 박기창(46)씨와 김금숙(47)씨는 “2002년 한국에 건너와 생활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병희 선생 영전에 묵념하고 3·1독립만세의 그날처럼 만세삼창을 부른 뒤 여성들은 솔밭근린공원을 지나 국립4·19묘지로 향했다. 헌화·분향체험과 묵념이 이어졌다. 움직이며 차 안에서 ‘묵념’에 대한 설명을 들은 탓인지 “다같이 묵념~”이라는 구령에 따르는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묘지 관리인 설명을 들으며 묘지를 참배하는 최영실(25)씨와 조산산(21)씨가 주변 풍경과 자신들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중국 출신인 두 사람은 결혼한지 각각 2년과 1년됐다. 역시 동네 구경은 처음이다.

◆“두 나라 문화차 배우고 싶어” = 마지막 코스는 문화유산이 몰려있는 화계사. 베트남 출신 뉴엔티육로이(21)씨는 “집이 근처라 종종 다니긴 하지만 혼자 다니는 것과는 다르다”고 서툰 한국말로 말했다. 같은 경험을 가진 이주여성들과 동행한 길이라 남다르나는 뜻이다. 그는 “한국 문화과 베트남과 달라 오해를 사는 일이 종종 있다”며 “문화 차이를 알 수 있는 교육에 아이와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나절동안 진행된 짧은 여행은 오후 6시 구청에서 끝났다. 여성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김현풍 구청장은 “쉬운 말로 재미있게 설명하는데 집중했다”며 “여성들이 각 동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주민자치센터에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김기운(47)씨는 “한달 전부터 동 주민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이 한글을 배우는 동안 아이 돌보미로 활동하고 있다”며 “여성들을 보다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해 이날 자원봉사자 16명은 즉석에서 이주여성과 ‘자매’의 연을 맺기도 했다.
현재 강북구에서 살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은 1183명. 구에서는 이들을 위해 한국어교실과 가족교실, 건강검진 등 돌봄서비스, 정보화교실 정보화백일장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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