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아내+한국 남편 울란바타르에서 날다(사진)

지역내일 2008-08-27 (수정 2008-08-28 오전 6:36:38)
몽골 아내+한국 남편
울란바타르에서 날다
다문화가정 7가족 ‘엄마 고향’ 방문
끈끈한 가족애 확인 “열심히 살게요”


한국으로 시집간 딸이 4년 만에 고향 집을 찾았다. 가족들은 딸네 집을 담은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사돈 내외가 보낸 동영상 인사다.
사위는 시종일관 어머니 옆을 지킨다. “어머니 모시고 살 테니 당신 혼자 돌아가라”는 농담에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여느 몽골 어머니처럼 어머니는 한결같은 표정변화이다. 그러나 그가 내쉬는 안도의 한숨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 했다.

◆오랜만에 ‘딸’로 돌아간 5일 =
몽골에서 온 이주여성 7명이 오랜만에 ‘딸’로 돌아갔다. 한국여성재단과 삼성생명이 ‘날자’ 프로젝트를 마련,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할 수 있었다.
7일 오후 울란바타르 칭기스국제공항. 탑승객들이 개찰구를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공항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상봉 순간이다. 딸은 조금은 낯설어졌고 사위와 손자·손녀는 처음 만나지만 기쁨은 컸다. 함께 출발한 다른 가족들 돌아볼 틈도 없이 그들은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4박 5일은 가족 시간. 한국 사위는 시험대에 올랐다. 아내가 지난 세월 한국에서 그랬듯 물설고 말이 통하지 않는 땅에서 이방인 체험을 했다. P씨는 “30분간 장인과 단 둘이 앉아있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난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눈도 마주치기 어려워 이리저리 둘러보기만 했다”면서도 “어른들이 보드카를 한잔씩 따라주는데 한 자리에서 10잔도 넘게 마신 것 같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백년손님 사위 대접은 닭이 아닌 염소. 염소 한 마리를 골라잡은 뒤 전통방식으로 요리해 사위를 비롯해 한국 사위를 만나러 온 친지들까지 배불리 먹었다. Y씨는 “처음에는 남자 친척들이 이리저리 재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마음에 들었는지 아내가 없어도 잘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딸은 오랜 만에 가족 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와 언니에게 가족 밥상을 미루고 친구와 형제들과 수다를 떨고 지친 몸을 쉬기도 했다. S씨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 잠을 제대로 사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친척부터 동네 친구, 학교 동창까지 줄줄이 찾아와 피곤했다”면서도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낯선 대가족에 둘러싸여서도 제 집 안방인양 기운 넘치게 뛰었다. 처음 만나는 친척들이 건네는 서투른 한국말도 척척 알아듣는다. C씨는 “친척 애들은 안그러는데 우리 애들만 흙에서 뒹굴고 땅에서 뭘 주워 먹는 거야”며 아이들의 적응력에 감탄했다.

◆“곧 다시 올 수 있을 거야” =
11일 밤 9시, 가족들은 짧은 친정방문을 아쉬워하며 울란바타르 시내로 모였다. 비슷한 5일을 보낸 몽골방문단 모두가 그 경험을 나누고 서로 동지가 되는 시간이다.
아내는 남편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지난 세월 쌓인 응어리를 털어놓았다. M씨는 “시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해 매사 불만을 제기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아이를 낳고서야 사이가 좋아졌다”며 눈물 끝에 웃음을 보였다. 그들 가족의 이번 방문은 그래서 신혼여행이나 마찬가지였다.
K씨는 둘째를 한국에 데려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울먹였다. 어려운 생활 탓에 친정 언니에게 맡겼던 터라 아이는 여전히 엄마를 이모로만 여겼다. “내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는 말에 아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내들은 어느 새 언니와 동생이 돼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가 됐다. 자연스러운 멘토링이었다. 남편에게 영상편지를 쓰며 “사랑해” “당신밖에 없어요”를 연발하는 그들은 아름다웠다.
남편들 역시 외국인 아내를 맞은 뒤 속으로 삭여왔던 아픔을 서로에게 공개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세상에서 성장한 드센 아내, 씀씀이가 튼 몽골 스타일, 돈만 최고 가치로 치는 듯한 아내, 이혼까지도 생각했다는 고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역시 “내 아내가 최고”라고 경쟁하듯 입을 모았다.
14일 새벽 3시 40분. 가족들은 부산스레 꾸린 짐을 챙겨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남편들은 가방에 채 넣지 못한 그림이며 전통 악기, 조각품 등 친척들이 건넨 선물을 경쟁하듯 내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아내들은 어느 새 몽골보다 한국이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T씨는 “오랜 만에 친정 식구들 만나 좋았는데 빨리 우리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잘 살아야겠다는 가족들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친정방문 자체로 끝날 게 아니라 부부프로그램이나 지역별 모임 등 사후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 이후까지 ‘날자’ 프로젝트를 지속·확대할 방침이다.
울란바타르=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날자’ 프로젝트
‘날’(Now the Answer is Love)은 서로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사랑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의미다. 가족 모두가 친정을 방문하는 특별한 날(day)이자 또 하나의 고향을 향해 날자(fly)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재단과 삼성생명은 지난해 필리핀 베트남을 시작으로 올해는 몽골까지 추가했다. 몽골 7가족 등 3개국 27가족이 여성들 고향을 다녀왔다.

사진설명
행정-이주여성(인천공항) - 지난 7일 몽골을 향해 출발하기 직전. 인천공항에 모인 이주여성과 가족들은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행정-이주여성(동영상) - 뺨빠허럴(뒷줄 오른쪽. 아기를 안은 여성)씨 가족들이 사돈 내외가 안부를 전하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행정-이주여성(친정집) - 오랜만에 친정집을 방문한 뺨빠허럴(앞줄 가운데)씨와 한국 몽골가족들이 어머니 집 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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