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의 글로벌 경제진단
ECB의 인플레이션 공포증
유럽중앙은행(ECB)이 몹쓸 병에 걸려서 헛소리를 내지르고 있다고 유럽 금융인들이 아우성이다. 유로지역 15개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ECB가 ‘인플레이션 공포증’(price phobia)이라는 고질병 때문에 계속 통화긴축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ECB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인플레이션을 다스리려면 경기침체가 좀 더 진행되고 실직자가 늘어나서 노동자들로부터 더 이상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나오지 않게 될 때까지 긴축정책을 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잡기’라는 것으로 한국은행 역시 이 지침을 따르고 있다.
ECB 정책 나침반에는 인플레이션 눈금만 있을 뿐
통화정책적 측면에서 현재 세계의 관심은 지금까지 전혀 상반된 금리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의 연방준제도이사회(FRB)와 ECB가 언제 정책 방향을 수정하느냐에 쏠려 있다. FRB의 저금리 정책은 지금까지 미국 금융시장의 시스템적 붕괴를 막는데 유효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게 될 위험 때문에 조속한 정책 수정이 요구되고 있는 반면에 ECB는 시급히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유로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지난 2분기에 유로지역 15개국 경제는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경기수축을 경험했다. 그동안의 유로화 강세와 세계적 신용경색과 성장둔화 속에서 ECB가 통화긴축을 지속해온 결과이다.
그렇지만 ECB는 내일(4일) 열리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현재 4.25%인 정책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연말까지도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심지어 ECB의 강성 긴축론자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는 내년 초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ECB는 왜 이처럼 통화긴축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아마도 그 한 가지 이유는 당장 금리를 내릴 경우 불과 두달 전인 지난 7월 3일의 금리인상이 정책적 오류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국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엘가 바르치의 비판은 훨씬 더 매섭다. 그녀는 “ECB의 정책 나침반에는 오로지 인플레이션을 표시하는 눈금만 있을 뿐이어서 입만 열면 긴축조치밖에 말할 줄 모른다”고 혹평한다. 이쯤 되면 인플레이션 공포증 중에서도 중증에 해당한다.
세계적 투자자문기관인 몬트리올 소재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첸 짜오는 “신속한 정책 완화가 없을 경우 유로지역의 경제적 재난은 한층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우리의 소박한 견해로는 유럽의 경기침체는 인위적 대재난으로서 ECB의 가멸찬 비합리적 통화정책 추구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상황에 관한 판단과 정책결정에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한참 세월이 흘려간 후 사후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앤드류 멜런은 통화긴축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시도했고, 그의 이런 정책에 대해 케인즈의 동시대 경제학자인 랠프 G. 호트리는 “노아의 홍수 속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꼴”이라고 혹평했다.
“물가불안이 위험해지는 것은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은 얼마나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었는가. 혹시 그것은 석유 등 수입 원자재발(發) 물가불안을 잡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을 높여 성장둔화를 악화시킬 뿐이 아닌가.
이 점에 관해 호트리는 우리에게 아주 적절한 충고를 들려준다. “인플레이션이 위험해지는 것은 공황과 실업 사태가 진정된 이후이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시점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보다는 성장력 회복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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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의 인플레이션 공포증
유럽중앙은행(ECB)이 몹쓸 병에 걸려서 헛소리를 내지르고 있다고 유럽 금융인들이 아우성이다. 유로지역 15개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ECB가 ‘인플레이션 공포증’(price phobia)이라는 고질병 때문에 계속 통화긴축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ECB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인플레이션을 다스리려면 경기침체가 좀 더 진행되고 실직자가 늘어나서 노동자들로부터 더 이상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나오지 않게 될 때까지 긴축정책을 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잡기’라는 것으로 한국은행 역시 이 지침을 따르고 있다.
ECB 정책 나침반에는 인플레이션 눈금만 있을 뿐
통화정책적 측면에서 현재 세계의 관심은 지금까지 전혀 상반된 금리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의 연방준제도이사회(FRB)와 ECB가 언제 정책 방향을 수정하느냐에 쏠려 있다. FRB의 저금리 정책은 지금까지 미국 금융시장의 시스템적 붕괴를 막는데 유효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게 될 위험 때문에 조속한 정책 수정이 요구되고 있는 반면에 ECB는 시급히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유로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지난 2분기에 유로지역 15개국 경제는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경기수축을 경험했다. 그동안의 유로화 강세와 세계적 신용경색과 성장둔화 속에서 ECB가 통화긴축을 지속해온 결과이다.
그렇지만 ECB는 내일(4일) 열리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현재 4.25%인 정책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연말까지도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심지어 ECB의 강성 긴축론자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는 내년 초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ECB는 왜 이처럼 통화긴축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아마도 그 한 가지 이유는 당장 금리를 내릴 경우 불과 두달 전인 지난 7월 3일의 금리인상이 정책적 오류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국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엘가 바르치의 비판은 훨씬 더 매섭다. 그녀는 “ECB의 정책 나침반에는 오로지 인플레이션을 표시하는 눈금만 있을 뿐이어서 입만 열면 긴축조치밖에 말할 줄 모른다”고 혹평한다. 이쯤 되면 인플레이션 공포증 중에서도 중증에 해당한다.
세계적 투자자문기관인 몬트리올 소재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첸 짜오는 “신속한 정책 완화가 없을 경우 유로지역의 경제적 재난은 한층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우리의 소박한 견해로는 유럽의 경기침체는 인위적 대재난으로서 ECB의 가멸찬 비합리적 통화정책 추구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상황에 관한 판단과 정책결정에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한참 세월이 흘려간 후 사후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앤드류 멜런은 통화긴축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시도했고, 그의 이런 정책에 대해 케인즈의 동시대 경제학자인 랠프 G. 호트리는 “노아의 홍수 속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꼴”이라고 혹평했다.
“물가불안이 위험해지는 것은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은 얼마나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었는가. 혹시 그것은 석유 등 수입 원자재발(發) 물가불안을 잡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을 높여 성장둔화를 악화시킬 뿐이 아닌가.
이 점에 관해 호트리는 우리에게 아주 적절한 충고를 들려준다. “인플레이션이 위험해지는 것은 공황과 실업 사태가 진정된 이후이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시점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보다는 성장력 회복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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