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벽두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진 ‘9·11“. 그 악몽의 장면이 엊그제 일처럼 기억에 생생한데 어느새 7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난 11일 많은 미국 사람들은 예년과 다름없이 뉴욕의 그라운드제로를 찾아 숙연한 자세로 9·11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사건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알카에다 조직을 일망타진해서 미국과 서방 세계를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산체로든 시체로든 꼭 잡고 말겠다고 약속했다.
부시는 몇달 후 테러와의 전쟁 제1차 목표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2년 뒤에는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알카에다 지원을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을 처형하고 친미 정권을 세웠다. 그러나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매일 십 명의 사상자를 내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9·11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시가 꼭 잡고 말겠다고 다짐한 빈 라덴은 미국 본토를 다시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마드리드와 런던에서 굵직한 테러를 조종하며 그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으로 완전히 궤멸한 것으로 보도된 탈레반 역시 지난 8월 프랑스 특전부대 10명을 사살하는 등 만회한 조직력으로 서방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3만4000명의 미군을 포함해서 약 6만2000명의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미국이 세워놓은 카르자이 정부는 15만명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력으로도 1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탈레반 세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주둔군에 등을 돌리고 탈레반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오사만 빈 라덴은 여전히 건재
미국 합참의장 마이클 뮬런 제독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에서 이기고 있다고 믿고 있지는 않다”고 실패를 시인했다.
이라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알카에다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꼬투리를 잡아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전쟁을 일으키는 구실로 삼았던 이유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부시는 이제 이라크와 중동의 민주화를 전쟁의 목표로 확대했다.
남의 나라를 민주화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인다는 생뚱맞은 주장이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에 16만6000명의 미군과 연합군을 주둔시키고 8500만달러의 전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미군 침공으로 해묵은 종파갈등 지역 분쟁이 분출하면서 나라가 3분5열 상태가 됐다. 그 결과 하루에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제 치안이 좀 나아졌다고 하나 그 동안 4551명(9월 초 통계)의 미군과 , 민간인 7만~12만명이 사망했다. 400여만 명의 민간인이 난민 신세가 돼 방황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철군 시점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 이제 친미 이라크 정부마저 부시 정부에 철군 일정을 밝혀달라고 독촉할 정도로 미국의 이라크 장악이 도전을 받고 있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수용소에 감금된 포로들에게 고문을 가하고 인권을 유린했으며 미국 내에서도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들을 남발, “안전의 이름으로 자유를 희생시켰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군대를 파병한 우방국들도 군사적 해결의 실패를 인정하고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자기와 반대되는 것은 모두 ‘악’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는다면 무엇보다도 왜 미국이 알카에다 테러의 표적이 됐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그의 기독교 근본주의 사고방식대로 행동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믿는 것에 반대되는 것은 모두 악이며 따라서 응징해야 한다는 독선적 사고방식이 일방주의 행동을 추진하게 했으리라는 것이다. 초강대국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패권적 행동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진 것도 부시로 하여금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주의를 밀고 나가게 한 한 요인이 됐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여론을 무시하고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아랍권은 물론 우방으로부터도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두달 안에 부시의 후계자가 결정되겠지만 누가 백악관의 새 주인공이 되던지 부시가 벌려 놓은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외교적 부채를 청산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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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대통령은 사건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알카에다 조직을 일망타진해서 미국과 서방 세계를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산체로든 시체로든 꼭 잡고 말겠다고 약속했다.
부시는 몇달 후 테러와의 전쟁 제1차 목표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2년 뒤에는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알카에다 지원을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을 처형하고 친미 정권을 세웠다. 그러나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매일 십 명의 사상자를 내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9·11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시가 꼭 잡고 말겠다고 다짐한 빈 라덴은 미국 본토를 다시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마드리드와 런던에서 굵직한 테러를 조종하며 그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으로 완전히 궤멸한 것으로 보도된 탈레반 역시 지난 8월 프랑스 특전부대 10명을 사살하는 등 만회한 조직력으로 서방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3만4000명의 미군을 포함해서 약 6만2000명의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미국이 세워놓은 카르자이 정부는 15만명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력으로도 1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탈레반 세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주둔군에 등을 돌리고 탈레반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오사만 빈 라덴은 여전히 건재
미국 합참의장 마이클 뮬런 제독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에서 이기고 있다고 믿고 있지는 않다”고 실패를 시인했다.
이라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알카에다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꼬투리를 잡아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전쟁을 일으키는 구실로 삼았던 이유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부시는 이제 이라크와 중동의 민주화를 전쟁의 목표로 확대했다.
남의 나라를 민주화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인다는 생뚱맞은 주장이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에 16만6000명의 미군과 연합군을 주둔시키고 8500만달러의 전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미군 침공으로 해묵은 종파갈등 지역 분쟁이 분출하면서 나라가 3분5열 상태가 됐다. 그 결과 하루에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제 치안이 좀 나아졌다고 하나 그 동안 4551명(9월 초 통계)의 미군과 , 민간인 7만~12만명이 사망했다. 400여만 명의 민간인이 난민 신세가 돼 방황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철군 시점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 이제 친미 이라크 정부마저 부시 정부에 철군 일정을 밝혀달라고 독촉할 정도로 미국의 이라크 장악이 도전을 받고 있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수용소에 감금된 포로들에게 고문을 가하고 인권을 유린했으며 미국 내에서도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들을 남발, “안전의 이름으로 자유를 희생시켰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군대를 파병한 우방국들도 군사적 해결의 실패를 인정하고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자기와 반대되는 것은 모두 ‘악’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는다면 무엇보다도 왜 미국이 알카에다 테러의 표적이 됐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그의 기독교 근본주의 사고방식대로 행동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믿는 것에 반대되는 것은 모두 악이며 따라서 응징해야 한다는 독선적 사고방식이 일방주의 행동을 추진하게 했으리라는 것이다. 초강대국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패권적 행동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진 것도 부시로 하여금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주의를 밀고 나가게 한 한 요인이 됐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여론을 무시하고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아랍권은 물론 우방으로부터도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두달 안에 부시의 후계자가 결정되겠지만 누가 백악관의 새 주인공이 되던지 부시가 벌려 놓은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외교적 부채를 청산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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