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발효 4주년, 실태와 대안]위험한 선택, 성매매 투잡족

씀씀이 헤퍼져 돈벌어도 적자 … “후회해도 돌이키기 힘들어”

지역내일 2008-09-23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지 4년이 지났다. 이 법은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인격적 처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 졌다. 하지만 성매매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행하고 있다. 특별법 발효이후 변화된 성매매 환경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처음엔 용돈이나 벌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마약처럼 끊기가 어려워요.”
권상미(가명·24)씨는 낮에는 회사 직원으로, 밤에는 서울 강남에서 ‘유흥주점 아가씨’로 일하는 투잡족이다. 인물이 빠지지 않았던 그는 20살 때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CF도 찍은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윤락업에 빠지게 된 것은 상경한 후 함께 지내던 룸메이트 언니 때문이었다.
권씨는 룸메니트 언니가 부러웠다. 그는 “언니가 늘 명품만 사고 씀씀이가 커 부잣집 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룸메이트 언니는 매일같이 저녁 8시쯤 밖에 나가면 다음날 새벽 2~3시가 돼서야 돌아오곤 했다. 알고 보니 그언니는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어느날 권씨는 그 언니로부터 “손님들에게 술만 따라주면 된다”며 같이 일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했던 권씨는 하루 최소 1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용돈이나 벌 요량으로 2006년 ‘업계’에 첫 발을 들이게 됐다.
업소에 출근하자 사장이 “옷 사 입고, 메이크업 새로 받으라”며 선급금 수백만원을 줬다. 하지만 말이 선급금이지 사실상 이자율이 높은 대출금이었다.
권씨는 처음엔 그 일이 ‘저학력 직종’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대학생이 많았다. 그들은 등록금, 유학비, 용돈 등을 벌기 위해 업소에 드나들고 있었다.
처음 한달간 권씨는 정말 술만 따랐다. 비교적 고급 술집이라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짓궂은 손님도 많지 않았다. 3시간만 앉아서 놀아줘도 10만원이 생겼고, 3시간에서 10분만 초과해도 10만원이 더 생겼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자 ‘2차’의 유혹이 밀려왔다. 권씨는 “솔직히 의사, 변호사 처럼 직업 괜찮고 신사적이라 마음에 드는 손님들이 있으면 같이 자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손님들은 술을 마셔주고 호텔로 ‘2차’를 가게 되면 추가로 31만 원을 지불했다. 업소 마진을 떼고도 24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2차 가면 회사에서 한 달 일해서 받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셈이었다.
권씨는 일을 시작한 지 한달 만에 ‘돈 맛’을 알게 됐고 곧 2차가 일과가 됐다.
권씨에 따르면 쉽게 돈 버는 업소 아가씨들은 대부분 명품과 ‘신상(품)’에 목숨을 건다. 인근 백화점 명품관을 종일 뱅뱅 돌면서 쇼핑하는 낙으로 산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보다 먼저 ‘신상’을 차고 다니는 모습을 못 본다. 수년에 걸쳐 전신성형을 받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잘 벌어도 씀씀이가 이정도면 적자가 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씀씀이를 줄이는 대신 ‘스폰서’ 잡는 쪽을 택하는 아가씨들도 있다. 그쪽 말로 ‘공사친다’고 한다. 권씨는 “빚 많은 애들은 갖은 수를 써서 물주들한테 집, 차 다 뽑아내고 헤어진다”면서 “대부분 유부남이라서 뒤탈도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살이 쪄서 고민이다. 매일처럼 술을 마시고 잠이 부족한 생활을 한 결과다. 그래서 식욕 억제제를 먹고 있다. ‘초이스(손님들에게 선택되는 것)’를 계속 받으려면 몸매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먹다 보니 부쩍 헛구역질이 늘었다.
권씨는 “30살 되기 전에 돈 모아 이 일 접는 게 목표”라면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모은 돈은 별로 없다.
그는 요즘 ‘왜 이 일을 했나’ 후회를 많이 한다. 하지만 여기서 일을 그만 두고 나가도 얼마 안 있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이미 몸 팔아서 손쉽게 돈을 벌고 쓰는 생활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수많은 언니들이 그랬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님은 이런 권씨의 ‘2중생활’을 아직 모른다. 당신들에게 그는 ‘매달 큰돈을 보내주는 착실한 딸’일 뿐이다. .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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