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페일린 효과는 지속될 것인가

지역내일 2008-09-29
페일린 효과는 지속될 것인가
임현진 (언론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베르테르 효과''란 것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사랑하는 연인 로테와 헤어진 뒤 자살을 선택한다. 이 소설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홍콩의 유명배우 장국영이 자살한 이후 당시 젊은 남녀 여러명이 장국영과 같은 방법으로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탤런트 안재환이 자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도 연달아 연탄가스를 피어놓고 죽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불과 30여일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페일린 효과''라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사라 페일린(Sarah Palin)의 공화당 부통령후보 수락 연설이후 메케인 공화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메케인후보를 7퍼센트 차이로 따돌리던 오바마후보가 메케인후보에게 거꾸로 뒤처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단결하고 있다.

백인 노동자층과 여성층의 향배
미국역사상 첫 흑백대결을 앞두고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후보가 초반판도를 이끌었다면, 공화당의 페일린 부통령후보가 후반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페일린은 자식교육에 억척스러운 중산층 주부를 일컫는 ''억척모''(하키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가사와 직장의 병행이라는 강력한 여성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녀의 ''아줌마 마케팅''이 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페일린의 머리 모양과 구두, 안경, 옷, 헤어스타일, 립스틱 등을 따라하는 유행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일대 격전을 치루고 있는 펜실바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 세 주에서 표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세 주는 역대 미국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펜실바니아주에서 메케인이 오바마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고, 플로리다주에선 역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만 오하이오에서 오바마후보가 여전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페일린 효과의 저변에는 힐러리지지 여성층, 백인 노동자층, 그리고 무당파 등이 공화당 지지로 잠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페일린 부부가 불루칼라-화이트칼라 조합이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두 부부는 고교시절 짝꿍으로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 에스키모 혈통을 갖는 남편 토드는 고기잡이와 석유채굴을 한바 있는 전형적 노동자로 장거리 스노모빌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경력을 갖고 있다. 지역 미인대회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냥을 즐기는 부인 사라는 스포츠 중계방송 경력을 갖는 직업 정치인으로 시장을 거쳐 주지사에 이르러 있다. 노동자와 정치인이라는 유별난 부부이지만 다섯 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부부이기도 하다. 큰 아들은 이라크전에 나가 있고, 큰 딸은 임신 5개월의 고교생이고, 그리고 생후 5개월의 막내 아들은 다우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페일린은 자신의 좋고 나쁜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모두 공개하는 보통 아줌마로서 믿음성을 강하게 풍겨주고 있다.
원래 죠 리버만(Joe Lieberman) 코네티컷상원의원과 탐 리지(TomRidge) 전(前) 펜실바니아주지사를 선호한 메케인은 미트 롬니(Mitt Romney) 전(前) 매서츄세츠주지사를 천거한 공화당 원로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앨라스카주지사 페일린을 부통령후보로 낙점했다. 페일린이라는 종종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권력녀''를 선택한 배경에는 일반 유권자들에게 개혁성향의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페일린은 보수주의적 가치를 신봉하는 무교파 복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강간의 경우에도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휴대를 적극 찬성하고, 그리고 국가우선의 가치관을 강조한다. 이라크전을 신이 준 과제로 보고,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을 찬성하고, 그리고 지구온난화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금 부시행정부의 대내외정책 보다도 더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후보토론을 통한 검증거쳐야
최근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는 금융쇼크는 페일린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 페일린은 시장시절부터 업무처리 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는 관리는 가차없이 해고했다는 사실이다. 석유세를 올려 지역주민에게 세수를 환원해주고, 교량건설과 같은 지역개발에서 연방정부 예산을 낭비한 적도 있다. 특히 그녀의 남편은 앨라스카독립당 소속의 분리주의자로 앞으로 후보토론 과정에서 격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페일린효과가 반짝 바람을 넘어 열풍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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