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피해자의 인권회복 위해 싸움 계속할 것”
지난 23일 대법원 3부는 아내를 개종시키기 위해 폭행 및 협박을 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남편과 교회 목사, 신도 3명, 정신병원 의료진에게 손해배상금 3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피고들이 낸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정백향(39·사진)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8년 동안 계속돼 온 그의 법정투쟁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8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악몽 같습니다. 전 벌레취급 당했어요.”
정씨의 ‘악몽’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당시 어린 아들 둘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 정씨는 가을 무렵 남편 송 모씨로부터 느닷없이 개종을 강요받기 시작했다.
송씨는 정씨를 목검 등으로 수차례 폭행하고 ‘사지를 부러뜨려버리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더니 2000년 가을 정씨를 경기도 안산 ㅅ 교회로 끌고 갔다.
당시 ‘이단클리닉’을 운영하던 진 모 목사 및 신도들은 2001년 1월 5일 송씨와 공모해 정씨를 경기도 남양주의 ㅊ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
병원 측은 정씨의 항변을 귓등으로 흘리고 그를 곧장 폐쇄병동에 가뒀다. 의사 신 모씨도 한 통속이었던 것. 이들은 보호의무자와 의사가 동의하면 입원이 가능한 정신보건법 24조를 악용해 정씨를 기약 없이 감금했다.
독한 약, 감옥보다 못한 위생상태, 끊임없는 세뇌로 정씨의 몸과 마음은 급속히 망가졌다. 다행히 다른 환자를 통해 자신의 사정을 변호사에게 전할 수 있었던 그는 71일 만에 병원을 벗어났지만 그 후로 반년동안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할 만큼 후유증에 시달렸다.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억울한 심정을 풀고 싶었을 뿐인데 8년이 걸렸네요.”
자신의 기막힌 처지에 치를 떨던 정씨는 남편과 진 목사, 의사 신씨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정 투쟁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고소만 하면 구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내로라 하는 변호사를 앞세운 진 목사 측과 국내 신경정신과를 주름잡던 의사를 아버지로 둔 신씨 앞에서 정씨는 ‘종교적 망상장애’ 환자일 뿐이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깊어 기소조차 버거웠다. 정씨는 수년간 법원을 전전하며 관련법을 공부하고 조력자를 찾아다녔다. 2006년에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렇게 2년 남짓 지나자 기소가 되기 시작했다. 다시 2~3년이 지나자 자신의 억울한 처지에 손들어주는 판결도 나왔다.
1심에서 ‘감금 무혐의’를 받았던 진 목사 측은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돼 강요 및 감금 방조죄가 인정되는 성과가 있었다. 1심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와 병원의 감금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민사재판도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신씨와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정씨는 “이제 큰 고비는 거의 다 넘겼다”며 남은 재판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씨가 운영하는 ‘정피모’의 회원 수는 현재 547명. 이 중 200여 명은 정신보건법 24조로 인해 비슷한 사건을 겪은 피해자다. 10명이 조금 넘는 정피모 운영진은 이들의 인권상담과 후원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다”는 정씨는 이제 “나 같은 처지의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 싸움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피모에 접수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재산문제, 이혼, 종교 갈등, 성격차이로 인한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정불화를 해소하려고 정신보건법 24조를 남용하면 갈등이 깊어지고 심한 경우 가족해체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정씨는 “정신질환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라며 “소통이 아니라 격리를 우선시하는 정신보건법 24조가 존재하는 한 이런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1월 자신의 재판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그는 앞으로도 상담과 서명운동 및 청원 등을 통해 정신병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해 애쓸 계획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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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법원 3부는 아내를 개종시키기 위해 폭행 및 협박을 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남편과 교회 목사, 신도 3명, 정신병원 의료진에게 손해배상금 3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피고들이 낸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정백향(39·사진)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8년 동안 계속돼 온 그의 법정투쟁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8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악몽 같습니다. 전 벌레취급 당했어요.”
정씨의 ‘악몽’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당시 어린 아들 둘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 정씨는 가을 무렵 남편 송 모씨로부터 느닷없이 개종을 강요받기 시작했다.
송씨는 정씨를 목검 등으로 수차례 폭행하고 ‘사지를 부러뜨려버리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더니 2000년 가을 정씨를 경기도 안산 ㅅ 교회로 끌고 갔다.
당시 ‘이단클리닉’을 운영하던 진 모 목사 및 신도들은 2001년 1월 5일 송씨와 공모해 정씨를 경기도 남양주의 ㅊ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
병원 측은 정씨의 항변을 귓등으로 흘리고 그를 곧장 폐쇄병동에 가뒀다. 의사 신 모씨도 한 통속이었던 것. 이들은 보호의무자와 의사가 동의하면 입원이 가능한 정신보건법 24조를 악용해 정씨를 기약 없이 감금했다.
독한 약, 감옥보다 못한 위생상태, 끊임없는 세뇌로 정씨의 몸과 마음은 급속히 망가졌다. 다행히 다른 환자를 통해 자신의 사정을 변호사에게 전할 수 있었던 그는 71일 만에 병원을 벗어났지만 그 후로 반년동안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할 만큼 후유증에 시달렸다.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억울한 심정을 풀고 싶었을 뿐인데 8년이 걸렸네요.”
자신의 기막힌 처지에 치를 떨던 정씨는 남편과 진 목사, 의사 신씨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정 투쟁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고소만 하면 구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내로라 하는 변호사를 앞세운 진 목사 측과 국내 신경정신과를 주름잡던 의사를 아버지로 둔 신씨 앞에서 정씨는 ‘종교적 망상장애’ 환자일 뿐이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깊어 기소조차 버거웠다. 정씨는 수년간 법원을 전전하며 관련법을 공부하고 조력자를 찾아다녔다. 2006년에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렇게 2년 남짓 지나자 기소가 되기 시작했다. 다시 2~3년이 지나자 자신의 억울한 처지에 손들어주는 판결도 나왔다.
1심에서 ‘감금 무혐의’를 받았던 진 목사 측은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돼 강요 및 감금 방조죄가 인정되는 성과가 있었다. 1심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와 병원의 감금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민사재판도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신씨와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정씨는 “이제 큰 고비는 거의 다 넘겼다”며 남은 재판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씨가 운영하는 ‘정피모’의 회원 수는 현재 547명. 이 중 200여 명은 정신보건법 24조로 인해 비슷한 사건을 겪은 피해자다. 10명이 조금 넘는 정피모 운영진은 이들의 인권상담과 후원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다”는 정씨는 이제 “나 같은 처지의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 싸움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피모에 접수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재산문제, 이혼, 종교 갈등, 성격차이로 인한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정불화를 해소하려고 정신보건법 24조를 남용하면 갈등이 깊어지고 심한 경우 가족해체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정씨는 “정신질환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라며 “소통이 아니라 격리를 우선시하는 정신보건법 24조가 존재하는 한 이런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1월 자신의 재판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그는 앞으로도 상담과 서명운동 및 청원 등을 통해 정신병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해 애쓸 계획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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