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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일 2008-10-30 (수정 2008-10-30 오후 3:54:45)
서평 <과거를 추적하는="" 수사관,="" 고고학자="">
볼프강 코른 지음, 주니어김영사 발행

인류의 공유재산인 고대문명의 유물들은 왜 그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파괴되고 오손되었을까. 그것들은 왜 제 자리에 있지 않고,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 박물관에 가 있는 걸까.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그 거대한 석조유물을 떼어내 옮겨갔을까. 그걸 빼앗긴 후손들의 기분은 어떨까.
역사유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외여행 중 이런 의문과 궁금증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특히 런던의 대영박물관이나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본 사람들,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 중국 같은 고대문명 유적지를 가본 사람들의 감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문용어를 사용한 고고학 서적은 너무 난해하고, 얻기 손쉬운 관광 안내책자 종류는 성에 차지 않아 궁금증을 풀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해설서가 나왔다. 독일의 과학 전문기자 볼프강 코른의 <과거를 추적하는="" 수사관,="" 고고학자="">가 바로 그것이다.
도둑놈인가 구세주인가?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보물사냥꾼. 천재적인 발굴가는 교활한 사기꾼인가? 책의 첫 머리 목차 란에 나오는 이런 원색적인 의문문과 과격한 표현들이 독자의 관심을 자극한다. 자연스레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구성도 문장도, 노련한 저널리스트답다. 궁금해 하는 것들,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관심을 사 놓고는, 조금 지루한 전문분야로 안내해 준다.
“고고학이 도둑질에서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되기까지에는 사실여부를 알 수 없는 일화와 전설이 무궁무진하다. 고고학이 정식으로 학문대접을 받기 전에는 과연 어떤 대접을 받고 있었을까? 왕조시대 이후 이집트의 무덤과 피라미드는 어떻게 되었으며, 지난 200년 동안 북유럽의 거석유물 중 90% 이상이 사라져버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묻고는 “고고학은 도둑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단언했다. 파괴되고 사라지고 강탈된 유물들에 관한 의문에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이 책의 제2장(도둑놈인가 구세주인가) 서두는 베를린 박물관 홀에서 100여명의 터키 청소년들이 “제우스 제단을 반납하라”는 플래카드를 펴들고 약탈문화재 반납을 요구하는 시위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터키의 고대 유적지 페르가몬 인근도시 학생들이 다른 일로 독일에 왔을 때의 일이다. 고대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페르가몬의 제우스 제단이 왜 베를린에 와 있느냐는 터키 청소년들의 항의가 타당하다는 공감도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19세기 들어 산업 강국으로 등장한 영국 프랑스 독일 세 나라는 산업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주도권을 쥐고 싶어서’ 대형 박물관을 지었고, 지중해 연안 고대유적을 약탈하듯 수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 그리스의 뛰어난 유물들은 모두 땅속에서 파내야 한다. 그 땅은 유물들의 고귀한 가치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 없이 탄생한 그 예술품들은 오직 프랑스에서만 고향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 설립자 자크 르브레통의 이 말을 인용해 코른은 “당시의 발굴은 발굴이 아니라 약탈이었으며, 19세기에 첫발을 뗀 고고학이란 학문은 국가차원의 노략질이었다.”고 단언했다.
엘긴 대리석이라 불리는 유물이 대영박물관에 자리 잡은 경위가 ‘국가차원의 노략질’을 증명하고 있다. 19세기 초반 고대유물에 열광하던 영국귀족 엘긴은 때마침 오스만 터키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주재 영국대사로 근무했다. 그 때 그리스는 오스만 터키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손쉽게 아크로폴리스 발굴허가를 얻어냈다. 영국은 오스만 제국 보호자를 자칭하던 시대였다.
1801년 400명으로 구성된 엘긴의 발굴단은 파르테논 신전에 거치대를 설치하고, 인물상 17개와 벽 장식판 96개 가운데 56개를 떼어내 영국으로 실어갔다. 얼마나 많이 벽 장식물을 떼어냈던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천정이 무너지려고 했다. 급히 벽돌기둥을 쌓아올려 간신이 붕괴를 막았다.
“그 아름다운 파르테논 신전의 석상과 장식물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고, 섬세한 걸작들이 다 부서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했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견디어 내야만 했다.”
그 현장을 목격한 아테네 시민의 코멘트 속에 약소민족의 비애가 응축되어 있다. 그런 약탈상을 보다 못한 영국시인 바이런은 1811년 출간한 시집에 ‘피 흘리는 나라’ ‘서글픈 유산’이라는 시를 써넣었다. 영국의 야만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룩소르와 아부심벨 등의 이집트 유물들도 그렇게 파괴되었고, 걸작들은 모조리 해외로 실려 나갔다. 유럽 열강들이 이집트 땅을 놓고 각축전을 벌인 19세기 전반기, 13개나 되는 고대 신전의 벽이 모조리 헐렸다. 무함마드 알리 총독 시대 오스만 제국 관리들은 이집트 유적 발굴권을 헐값에 외국 발굴단에 팔아넘겼던 것이다.
유물을 더 빨리 더 많이 파내고 떼어내기 위해 유럽에서 기중기 같은 장비와 기계가 들어간 뒤로는, 파라오 시대의 찬란한 유적지가 급속히 폐허처럼 변해 갔다. 값지고 멋진 유물을 빨리 구해 오라는 본국정부 훈령에 따라, 이집트 주재 각국 대사들은 경쟁적으로 발굴과 수집에 열을 올렸다.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 유적과, 신비에 싸인 트로이의 유물들도 그렇게 파헤쳐지고 파괴되어 강대국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그런 야만이 이제는 종식되었다고 보아도 좋은가. 이런 순진한 물음에 대해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럽과 미국의 골동품 수집가들이 고대 유물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이상, 유물들은 혼자서라도 무덤에서 기어 나와 국제 골동품 시장에 등장하고야 만다.”
( 문창재 객원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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