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등기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라 의아한 마음으로 봉투를 연 순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헛웃음부터 나왔다.
우편물은 법원에서 보낸 법정 출두 명령서였다. 교통 법규 한번 어긴 적 없고, 경범죄 한 건도 저지른 기억이 없건만 느닷없이 재판을 받으러 나오라니 어안이 벙벙할 밖에. 그것도 이사한 지 벌써 2년이나 지난, 전에 살던 집으로 배달된 것을 그 곳에 사는 친구가 어렵사리 챙겨서 보내온 것이니 집요한 추적을 당한 것 같아 더욱이나 불쾌했다.
사연인즉슨 “개 주인으로서 관청의 해당 부서에 애완견을 등록시키지 않은 죄목으로 고발을 하노니 법의 엄정한 심판대 앞에서 판결을 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라”는 내용이었다. 주를 바꿔 시드니로 이사를 오면서 기르던 개 두마리를 처분한 지가 언젠데 지금와서 애완견 등록 의무를 태만히 했다는 이유로 개주인인 나를 고발까지 한 모양이었다.
실은 1년전에 해당 부서로부터 미등록을 확인하는 전화가 와서 그 때 이미 개를 없앴다고 구두 통보를 했건만 지금 생각하니 담당 직원이 건성으로 들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두해나 미등록 상태로 간주되어 급기야 고발까지 당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시시비비야 어차피 가려질 일이지만 개문제를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하는 자체에 부아가 치밀었다. 관할 지역의 애완견 등록비가 관청의 상당한 수입원이라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건진 몰라도 더 이상 개를 기르지 않는다고 이미 보고도 했고, 설혹 깜빡 잊고 등록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그 일로 소송까지 걸어 중죄인 취급을 한대서야 될 법한 말인가 말이다.
나만해도 개 두마리를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10년 넘게 온 정성을 다해 키웠으니 서양 사람들이 유독 애완견을 애지중지하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유명 성악가는 70년대 중반무렵 주머니에 달랑 20달러를 넣고 만삭인 아내까지 끌고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분의 미국 정착 동기가 재미있었다. 영구 이주를 결정하기 전, 한차례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동네 슈퍼마켓을 구경하다가 개사진이 잔뜩 박혀있는 통조림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걸 봤다고 한다. 지금이야 그 깡통 속에 개밥이 들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라 내심 크게 놀랐다고.
그 때 그 분 뇌리에 ‘ 아, 미국이란 나라는 개도 이렇게 잘 먹고 사는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리. 이 나라에 오면 적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겠구나 ‘ 하는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가더라는 것이다. 당시 지독히 가난했던 그 분은 미국만 오면 적어도 개만큼은 살 것 같아 그렇게 해서 ‘아메리칸 드림’ 을 싹 틔웠다고 한다.
미국 뿐 아니라 애완동물을 끔찍이 여기기는 호주도 예외가 아니라서 개 한마리를 키우는데 드는 돈이 한 주에 3백달러 (약 28만원) 나 되는 집도 꽤 된다고 들었다. 그런 집 개들은 자칫 성인병에 걸릴 새라 설탕과 포화 지방 , 고염분식을 뺀 주문 식단으로 영양공급을 받고 생일에는 케잌도 선물 받고, 평소에도 자기 이름을 새긴 특별 과자를 개 과자점에서 따로 맞추어 먹는단다. 그것도 모자라서 어떤 개들은 그나마 개밥은 먹을 생각을 않고 주인의 코앞에 앉아 아예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먹겠다고 한단다.
그런가하면 개 놀이방이 있어서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침 에 출근할 때 맡기고 저녁 퇴근길에 데려 온다고 하는데, 온종일 혼자 빈집을 지켜야 하는게 안쓰러워서 그런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어진다. 뿐만 아니라 철따라 애완견 캠프도 보내고 강아지들은 기본 훈련 및 품위와 교양(?)을 익히는 학교도 다닌다니 유별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긴 남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억울하고 성가신 소송건이나 무탈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나의 당면 바람이지만.
호주 신 아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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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은 법원에서 보낸 법정 출두 명령서였다. 교통 법규 한번 어긴 적 없고, 경범죄 한 건도 저지른 기억이 없건만 느닷없이 재판을 받으러 나오라니 어안이 벙벙할 밖에. 그것도 이사한 지 벌써 2년이나 지난, 전에 살던 집으로 배달된 것을 그 곳에 사는 친구가 어렵사리 챙겨서 보내온 것이니 집요한 추적을 당한 것 같아 더욱이나 불쾌했다.
사연인즉슨 “개 주인으로서 관청의 해당 부서에 애완견을 등록시키지 않은 죄목으로 고발을 하노니 법의 엄정한 심판대 앞에서 판결을 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라”는 내용이었다. 주를 바꿔 시드니로 이사를 오면서 기르던 개 두마리를 처분한 지가 언젠데 지금와서 애완견 등록 의무를 태만히 했다는 이유로 개주인인 나를 고발까지 한 모양이었다.
실은 1년전에 해당 부서로부터 미등록을 확인하는 전화가 와서 그 때 이미 개를 없앴다고 구두 통보를 했건만 지금 생각하니 담당 직원이 건성으로 들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두해나 미등록 상태로 간주되어 급기야 고발까지 당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시시비비야 어차피 가려질 일이지만 개문제를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하는 자체에 부아가 치밀었다. 관할 지역의 애완견 등록비가 관청의 상당한 수입원이라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건진 몰라도 더 이상 개를 기르지 않는다고 이미 보고도 했고, 설혹 깜빡 잊고 등록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그 일로 소송까지 걸어 중죄인 취급을 한대서야 될 법한 말인가 말이다.
나만해도 개 두마리를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10년 넘게 온 정성을 다해 키웠으니 서양 사람들이 유독 애완견을 애지중지하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유명 성악가는 70년대 중반무렵 주머니에 달랑 20달러를 넣고 만삭인 아내까지 끌고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분의 미국 정착 동기가 재미있었다. 영구 이주를 결정하기 전, 한차례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동네 슈퍼마켓을 구경하다가 개사진이 잔뜩 박혀있는 통조림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걸 봤다고 한다. 지금이야 그 깡통 속에 개밥이 들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라 내심 크게 놀랐다고.
그 때 그 분 뇌리에 ‘ 아, 미국이란 나라는 개도 이렇게 잘 먹고 사는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리. 이 나라에 오면 적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겠구나 ‘ 하는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가더라는 것이다. 당시 지독히 가난했던 그 분은 미국만 오면 적어도 개만큼은 살 것 같아 그렇게 해서 ‘아메리칸 드림’ 을 싹 틔웠다고 한다.
미국 뿐 아니라 애완동물을 끔찍이 여기기는 호주도 예외가 아니라서 개 한마리를 키우는데 드는 돈이 한 주에 3백달러 (약 28만원) 나 되는 집도 꽤 된다고 들었다. 그런 집 개들은 자칫 성인병에 걸릴 새라 설탕과 포화 지방 , 고염분식을 뺀 주문 식단으로 영양공급을 받고 생일에는 케잌도 선물 받고, 평소에도 자기 이름을 새긴 특별 과자를 개 과자점에서 따로 맞추어 먹는단다. 그것도 모자라서 어떤 개들은 그나마 개밥은 먹을 생각을 않고 주인의 코앞에 앉아 아예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먹겠다고 한단다.
그런가하면 개 놀이방이 있어서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침 에 출근할 때 맡기고 저녁 퇴근길에 데려 온다고 하는데, 온종일 혼자 빈집을 지켜야 하는게 안쓰러워서 그런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어진다. 뿐만 아니라 철따라 애완견 캠프도 보내고 강아지들은 기본 훈련 및 품위와 교양(?)을 익히는 학교도 다닌다니 유별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긴 남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억울하고 성가신 소송건이나 무탈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나의 당면 바람이지만.
호주 신 아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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