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 칼럼]왜 미네르바인가(유승삼 2008.11.25)

지역내일 2008-11-25
왜 미네르바인가
유승삼 (언론인)

요즘 ‘미네르바’를 모르면 왕따 당하기가 십상이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다. 미네르바는 늘 어깨에 지혜의 상징이자 전령으로 올빼미를 앉히고 다녔다.
철학자 헤겔은 그의 마지막 저서인 ‘법철학 강요’서문에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이 돼야 날기 시작한다”라고 썼다. 이 유명한 철학 명구로 해서 미네르바와 올빼미는 함께 유명해졌다.
그렇긴 해도 해설을 들어도 이해가 쉽지 않은 이 난해한 철학 명구에 등장하는 미네르바가, 증권 회사 객장의 노인들과 아주머니들 입에까지 오르내리게 된 건 실로 사건이다.
사연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한 인터넷 논객이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금융위기에 관한 글들을 쓴 데서 비롯됐다.
그는 주식시장 폭락과 리만브라더스의 부도, 환율급등을 정확히 예측했다. 이는 반토막 난 주식 시세에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에겐 ‘사이버 경제 대통령’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믿을 수 없는 정부가 키운 불안
그래도 이것으로 끝났으면 경제공황기에 나타난 해프닝으로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일이 커졌다. 미네르바는 내년에는 주가가 500수준까지 폭락하고 부동산이 반토막 나며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제파국이 온다는 섬뜩한 예언까지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인터넷 토론방에 글 올린 사람들에 대해 수사가 가능하다”는 단세포적 발언을 하면서 일이 커졌다. ‘미네르바’가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며 절필을 선언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까지 일으킨 것이다.
미네르바 예언의 근거 여부는 별개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 신드롬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네티즌을 비롯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나 강만수 장관의 말보다도 미네르바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는 증거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은 물론 미네르바의 예언을 잠 재울만한 정보조차 주지 못하고 있으니 불안은 계속 증폭될 수밖에 없다.
다수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찍은 것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무능한 진보보다 부패한 보수가 낫다”고 꼬드겼고 이명박 후보 스스로도 ‘747’에 ‘코스피 3000’이라고 큰 소리쳤다.
이런 말을 100% 믿은 사람은 적겠지만 도덕적 흠결이 많다고 여기면서도 이재에 밝다는 그가 경제를 활성화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들을 가졌다. 그러나 결과는 황당했다. 요즘 항간에는 MB가 큰소리 친 747은 내년 코스피 수준을 말한 것이고 , 3000은 원·달러 환율을 말한 것이었다는 썰렁한 개그가 나돌고 있다.
청와대와 경제팀에서 흘러나오는 엇갈린 발언들과 “펀더멘탈이 좋다”는 허황한 낙관론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신을 더 키웠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네르바의 불길한 예언은 하나하나 들어맞으니 네티즌을 비롯한 시민들은 국민을 혼란시키고 속인 것만 같은 정부보다는 미네르바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네르바 신드롬에 대해 인터넷상에 학자들과 기자들이 쓴 글 제목만 보아도 세상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미네르바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미네르바가 간첩이냐?” “그는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국민경제 스승” “이명박과 미네르바 누가 더 틀렸나” “정부 스스로 미네르바의 예언을 실현할 셈인가” “미네르바가 무서운 그들은 누구인가” “미네르바의 정체가 궁금한가-문제는 메시지야 이 바보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허탈하게 하는 것은 또 있다. 97년의 외환위기 이상 가는 국란인데도 어느 곳, 어느 한 사람도 대응 방안은 물론 속 시원한 현실 분석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통령과 정부가 1차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무능한 정치권, 언론, 연구소, 학계, 시민단체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사태분석도 못하는 무능사회
야당이나 재야 진보라고 해서 책임이 덜한 것도 아니다. 청와대와 경제팀과 여당이 무능하고 거짓말한다고 비난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최소한 미네르바 이상 가는 현실분석과 대안은 제시해야 할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만 내리막길인 게 아니라 야당이나 재야 진보 역시 지지율이 바닥인 원인이 다른 데 있지 않다.
언론은 뭐 하고 있나? 내로라하며 신문과 방송에서 ‘자기 판매’에 열중해온 교수며 전문가며 시민운동가들은 다 어디로 갔나? 우리 지성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 ‘미네르바’는 우리 사회의 불신과 무능이 만든 아이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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